
40대 남성들의 활력 저하가 심심찮게 거론되는 시절이다. 식생활 변화 등으로 피부가 팽팽해진 덕분에 외모는 젊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속늙은이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요즘 40대 남성은 겉모습으로만 치자면 이전 세대가 40대였을 때보다 10년 이상은 젊어 보이는 게 보통이다. 실내 활동이 많아져 피부 노화가 더딘데다, ‘초식남’은 아닐지라도 너나없이 기본적인 치장을 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외양은 그럴 듯하지만 50세도 되기 전 성기능 부실을 호소하는 남성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에도 분명하고 직접적인 원인은 있게 마련이다. 그 하나는 전립선 이상에 의한 배뇨증상 이상이다. 그로 인해 발기부전이 초래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전보다 흔해진 당뇨와 고혈압 등으로 인한 혈관 이상이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이상의 특별한 원인이 아니라면 십중팔구 남성 갱년기가 원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젠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아직도 남성 갱년기라는 말 자체를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까닭에 남성 갱년기 증상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남성 갱년기는 중년 이상 남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질병이다. 남성 갱년기는 남성 호르몬 분비가 부실해짐으로써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보통의 남성은 30세를 넘기면서부터 호르몬 분비 저하를 경험한다. 여성이 폐경과 함께 갑자기 호르몬 분비량 감소를 겪는 것과 달리 남성의 경우는 매년 1% 정도씩 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든다. 그런 이유로 남성 갱년기 증상은 여성에 비해 뚜렷이 느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과거 갱년기 증상이 여성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남성 갱년기의 대표적 증상은 피로, 땀의 증가, 집중력 감퇴, 수면장애 등 전신증상과 함께 골다공증,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으로 나타난다.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남성 갱년기를 알리는 신호는 성기능 감퇴다. 남성 갱년기에 의해 초래되는 발기부전과 성욕 감퇴, 사정되는 정액량의 감소, 극치감 저하 등 각종 성기능 장애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성 호르몬 분비를 저하시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과음과 간 이상, 당뇨, 고혈압 등은 호르몬 감소와 남성 갱년기 증상을 촉진하는 요인들이다.
남성 갱년기는 원인이 뚜렷한 만큼 치료 원리도 간단하다. 부족한 남성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다. 이전에는 막연히 노화 탓으로 돌려 치료를 외면했지만 이젠 간단한 호르몬 보충으로 증상이 뚜렷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곧 40대 남성도 호르몬이 부족하면 속늙은이가 되지만 60대 남성도 호르몬 분비만 왕성하다면 청년 못지않게 활력을 이어갈 수 있음을 반증한다.
남성 갱년기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혈액 속의 호르몬 양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남성 갱년기로 판명된 뒤의 호르몬 보충 치료 역시 3개월에 한번 주사를 맞는 간편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거 2~3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거나, 패치를 이용하던 것에 비하면 한결 편리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명약일지라도 정확한 진단에 의한 처방이 우선이다.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이동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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