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에게도 정말 갱년기가 오는 건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여성의 갱년기 보다 진행이 느리기 때문에 남성 본인 스스로 알아차리기 힘들기도 하지요. 그저 나이 탓을 하거나 증상이 오더라도 체면을 지키기 위해 숨기기 일쑤입니다. 그런 남성들을 위한 영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잭 니콜슨이 주연한 ‘어바웃 슈미트’입니다.
영화는 정년이 된 워렌 슈미트(잭 니콜슨)가 오랫동안 몸담은 보험회사를 퇴사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은퇴 후 온종일 집에서 TV만 보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슈미트. 변기 밖에 소변을 흘린다고 아내에게 구박 받고 거울에 비친 자글자글한 얼굴 주름에 늙음을 탄식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슈미트의 노년 생활은 더욱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하나 밖에 없는 딸과 좀 더 가까워지고자 노력해보지만, 무뚝뚝하고 잔소리밖에 할 줄 몰랐던 아버지였기에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백수가 된 이후로 행복할 줄만 알았던 슈미트는 무력감과 회의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피부색이 전혀 다른 미국인의 이야기지만 절실히 공감하는 우리나라 남성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월급쟁이의 굴레에서 막 벗어났거나, 혹은 퇴직의 압박에 매일같이 시달리며 오늘을 살아가는 중년 남성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면서 착실히 가정을 꾸려왔건만 정작 가정에서는 외톨이 신세라는 생각에 쓸쓸함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회사 업무에 좀처럼 집중이 안 되고 신경질이 잦아지며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지요? 또 오줌발이 약해지고 아내와의 잠자리도 시큰둥해졌으며, 성적 관심도 전보다 부쩍 줄었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도 남성 갱년기가 찾아왔다는 징후일 수 있습니다.
남성에게 갱년기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의 감소 때문입니다. 이 호르몬은 30대 이후 1%씩 감소하며 격한 심리적 변화와 갖가지 신체적 문제를 유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노화에 따른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적절히 대처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기적인 갱년기 검진을 통해 신체 변화를 꾸준히 체크하면서 예방에 힘써야 함은 물론입니다. 전문의를 통해 자가 임상 증상과 남성호르몬 수치를 파악하도록 합니다. 육체적, 심리적인 갱년기 증상과 남성호르몬의 감소 정도를 체크해 갱년기의 진행상황을 짚어보는 것이지요.
치료는 대체로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정상화시키는 이 치료법은 우수한 효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성기능 회복은 물론, 약해졌던 근육의 강도가 되돌아오기 시작하며, 골밀도가 증가하고 복부비만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갱년기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다면 큰 도움이 되지요.
한동안 절망에 빠져있던 슈미트는 먼 나라 탄자니아에 사는 여섯 살 난 엔두구를 후원하면서 삶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되찾습니다. 갱년기 남성이라고 해서 고립감에 자신을 옭아매기 보다는 슈미트처럼 희망과 사랑으로 좀 더 세상을 밝게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에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더해진다면 갱년기는 어느 새 저만치 물러날 것입니다.
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 (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이동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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