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을 둘러싸고 부부가 싸우는 이유?
정관수술을 둘러싸고 부부가 싸우는 이유?
  • 이동로 기자
  • 입력 2009-07-09 22:39
  • 승인 2009.07.09 2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 (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최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두 아내’. 이혼과 재혼, 불륜 등 바람 잘 날 없는 전개 가운데, 극 중 유일한 잉꼬부부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강도희(김윤경 분), 안광태(강성진 분) 부부이지요. 그런데 지난 33화에서는 둘의 사이가 다소 틀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광태가 아내 도희 몰래 4년 전 정관수술을 받은 사실을 고백했기 때문입니다. 도희는 그동안 임신이 되지 않는 이유를 몰라 속이 상할 대로 상해 남편에 대한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는데요.

실제로 정관수술을 둘러싼 부부싸움은 주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처럼 남편이 아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관수술을 받은 경우나 남편이 정관수술을 원치 않는 경우, 수술 후 덜컥 임신이 된 경우가 주된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심하게는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지기도 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두 아내’의 도희, 광태 부부 같은 경우, ‘정관복원술’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아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단, 진심어린 대화를 통해 화해를 먼저 해야겠지요. 정관복원술은 수술 후 4-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80%의 성공률을 보이며, 임상경험이 많은 전문의에게 받을 경우는 90% 이상의 확률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정관복원술의 경우 해부학적 복원율은 90-100%로 매우 높으나 정관수술이후 오랜시간이 지난 뒤에는 면역학적 불임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훗날 복원을 염두에 두고 일시적인 피임법으로 정관수술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재혼을 하는 경우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가져야할 때에는 고려해봄직 합니다.

아내는 정관수술을 원하지만 남편은 극구 거부하는 일도 많습니다. 이런 남편들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대개 허황된 속설을 믿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전립선암의 유발이나 정력 감퇴, 정액감소 등을 이유로 수술을 꺼리는 것인데, 의학적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합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정관수술이 시행되어 오고 있으며, 만족도 또한 높습니다. 여성의 불임시술보다 간단하고, 경제적이며, 합병증이 적고, 복원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효과도 우수하기 때문이죠. 또한 여성 피임법 중의 하나인 ‘루프’는 출혈과 통증, 염증 등을 유발하여 여성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이 얼마 전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남편의 정관수술은 아내를 향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술 후 간혹 정관이 자연 복원되어 임신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비뇨기과 검진을 받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남편이 아내를 의심하여 싸움이 불거지게 됩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수술 후 개인 체질에 따라 정관이 재문합 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정관을 차단했다하더라도 체내에는 이미 이전에 생성된 정자가 어느 정도 잔존해 있게 마련입니다. 이를 위해 수술 후에는 반드시 10~20회 성관계까지는 피임을 하고, 무정자임을 확인받을 때까지 비뇨기과를 찾아 주기적으로 검진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서로 다투기 보다는 먼저 남성 본인이 수술 후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는지를 따져보고, 정관에 다른 이상은 없는지 비뇨기과를 찾아 검사해볼 것을 권합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관수술이지만, 그에 대한 갖가지 오해를 바로 잡고, 수술 후 몇 가지 사항에만 유의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인식의 전환으로 정관수술을 원하는 젊은 남편들을 임상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어여쁜 자녀들을 출산하느라 10개월 고생한 아내를 생각하면 단 10분의 정관수술 투자는 아무 것도 아니라면서~!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 (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이동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