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앞두고 자주 듣게 되는 질문중의 하나는 10대 청소년들의 포경수술에 대한 것이다. 누구나 겪었듯 사춘기 시절에는 별 것도 아닌 것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특히 사내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담배를 꼬나물고 술 한 잔을 하는 등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이 괜히 멋들어지게 보여 따라 하기도 하는 민감한 연령대다. 그 나이 때쯤에 사내아이에게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포경여부다. 포경한 친구는 어른스럽다고 여기고 그렇지 않은 친구는 젖내 난다며 애송이 취급하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방학이 되면 포경을 해달라고 조르는 청소년들이 대거 늘게 되므로 덩달아 비뇨기과 전문의인 필자 또한 비슷한 질문에 앵무새처럼 비슷한 대답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개인의 위생상태가 좋아지면서 포경수술이 필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일반인들을 더욱 헷갈리게 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사춘기 청소년이 “주변 친구들은 다 했는데 자신만 안 해 창피하다.”며 부모를 조른다면 굳이 안 해줄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포경 수술을 하지 않아 귀두가 포피에 싸여 있으면 위생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약한 냄새는 물론 안쪽에 쌓여있는 찌꺼기로 인해 염증까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경수술이 성병감염률을 낮추고 남성의 에이즈 및 여성 파트너의 자궁경부암 위험까지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 만큼 위생과 건강을 고려한다면 포경수술은 필요하다. 자녀의 의지에 따라 수술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종종 부모들은 포경수술의 안전성을 묻고, 청소년들은 고통을 걱정한다. 가당찮은 질문이다. 포경수술은 비뇨기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술로 전혀 위험하지 않다. 특히 요즘에는 포피를 제거할 때 메스라는 칼 대신 레이저를 사용함에 따라 무통과 무혈인 레이저 포경수술이 유행하고 있다. 레이저는 순식간에 고온으로 포피의 세포를 태워서 절개하므로 출혈이 적다. 또 마취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면 마취 연고로 포피를 마취시킨 뒤 진행하게 돼 마취에 대한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포경 수술 시간은 약 10~20분정도. ‘녹는 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술 후 내원도 1~2회면 족하다. 수술 후 2~3일 정도면 샤워도 가능할 만큼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요즘에는 아무 때나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부요로감염의 재발로 자주 병원신세를 지는 어린이라면 반드시 포경수술을 해줘야 한다. 또 소변을 못 볼 정도로 귀두포피염이 진행되어 통증과 부종이 발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위행위를 자주 하면서 목욕하는 것을 꺼리는 청소년이라면 위생상 수술이 바람직하다. 성인의 경우에는 포피가 길어지는 과장포피거나 성관계 이후 귀두 표면에 자주 상처가 난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음경암 예방 차원에서도 필요한 수술이다.
포경 수술의 시기는 자신이 수술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나이인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1~2학년이 적당하다. 한때는 출생 직후 포경 수술을 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시술할 때 통각이 예민하게 전달되어 뇌 세포에 손상을 준다는 학설이 있으므로 국소 마취에 인내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뒤인 12~15세가 포경수술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한때는 청소년의 대단한 성인식처럼 여겨 가슴 두근거리며 받았던 포경수술이 이제는 한 개그우먼의 말처럼 “참 쉽죠잉.”인 된지 오래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도움말/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이동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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