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일산에 사는 주부 최영숙(43)씨. 최근 장마가 시작되면서 손목까지 붓고 통증이 생기는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6개월 전부터 이러한 증세가 있었지만 무시하던 최씨는 장마로 인해 증상이 심해지자 인근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 및 X-레이 사진을 찍은 결과 담당 의사로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의심이 든다는 진단을 받았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막에 생기는 이유 없는 만성 염증질환이다. 우리 몸을 외부로부터 지켜주는 면역세포가 이상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특정한 항원을 인식하고 공격을 지시하는 면역 신호 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 특히 요즘같이 장마가 시작되면 주변의 습도가 높아져 예민하게 관절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여름 감기나 높아진 불쾌지수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잠자던 류마티스 인자들을 다시 깨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100명당 1명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으며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0명당 5.2명이 류마티스 질환을 앓고 있다. 불행히도 아직까지 그 원인을 알지 못해 치료가 힘든 질환이지만 조기에 알고 대응하면 그만큼 관절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조기 진단은=조기에 진단하고 예측하는 것이 류마티스 질환에서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질환 중에 하나다. 처음 증상은 일반적인 감기 몸살과 같다. 쉽게 피곤하고 식욕이 떨어지고. 온 몸이 다 쑤시는 것 같고 미열도 있을 수 있다. 또 아침에 관절이 한 시간 이상 뻣뻣한 느낌이 들고, 특히 손가락과 손목, 발목이나 발가락이 오른쪽과 왼쪽 모두에서 붓고 아프거나 입에 침이 자주 마르거나 눈물이 안 나와 눈 건조증 등이 있을 때는 곧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연세사랑병원(부천점) 권세광 과장은 “여러 임상 증상과 연관시켜보고 일정 기준 이상의 조건이 만족되어도 확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단은 쉽지 않다”면서 “최근엔 돌변한 백혈구에 의해 만들어진 특수 항체인 항 CCP 항체 검사를 통해 진단율을 높일 수 있고, 경과를 예측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흔히 류마티스 관절염을 유전병이라 걱정하지만 류마티스를 앓는 부모들의 자식이라고 해서 이 병에 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유전적 소인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환경적인 이유나 스트레스, 바이러스 질환, 여성 호르몬의 영향 등 다른 촉발 상황이 생기지 않으면 병이 나타나지 않는다.
▽맞춤형 치료법은=류마티스 관절염은 완치는 어렵지만, 환자분에게 맞춰 약물을 조절하면 활동을 잠재울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약물 치료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로 시작해 병의 경과와 약물 반응도에 따라 스테로이드, 질병조정항류마티스약제(DMARD), 면역억제제, TNF 억제제 등을 처방한다. 우선 소염 진통제를 기본으로 치료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시중에 출시된 제품만 수십 가지가 넘으며 통증과 염증을 줄여줘 널리 쓰인다. 그러나 이 약의 사용만으로는 병의 진행을 막지 못하며 장기간 복용하면 속 쓰림, 위출혈 등 위장관련 부작용 위험이 있다. 한편, 스테로이드제제는 관절염 증세가 빠르게 완화되지만 수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하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고, 당뇨병, 백내장,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므로 단기간, 최소 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질병 조정 항류마티스제제는 관절염의 진행 과정을 억제하거나 완화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골 파괴를 막기 위해 일찍부터 시작하는 추세이나 효과가 1~3개월 지나서야 나타나며, 특이한 부작용이 있어 정기적인 혈액검사 등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최근엔 생물학제제들이 각광받고 있다. 유전공학기법으로 개발된 TNF 억제제는 관절 염증을 유발하는 종양괴사인자(TNF-알파)의 작용을 억제해 염증 악화를 막는다. 기존 약물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중증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와이어스의 엔브렐(애타너셉트)과 애보트의 휴미라(아달리무맵), 쉐링프라우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맵) 등 3가지 종류의 주사제가 출시돼 있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권오룡 과장은 “예전엔 이들 약들을 환자의 반응 정도에 따라 하나씩 약을 바꾸는 피라미드식으로 접근 했다”면서 “최근엔 한꺼번에 여러 약을 투여하는 칵테일 요법이나 혼합 투여후 증상에 따라 몇 가지 약제를 중복시키면서 계단을 내려오듯 약을 줄여가는 방법을 많이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약물치료가 우선이지만 때때로 손목이나 무릎 관절 한쪽이 급속히 부으면서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엔 수술로 증상을 빨리 완화 시킬 수 있다. 최근엔 관절내시경의 발달로, 작은 상처를 내고 쉽게 관절내부의 원인이 되는 염증막을 제거한다. 무릎 관절의 경우 이미 진행된 골파괴에 의한 심한 관절염은 약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인공관절을 이용해 치환술을 시행하면 통증 없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류마티스 관절염 관리법=약물치료 외에도 증상을 줄이고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운동요법이 도움이 된다. 적당한 운동과 적당한 휴식은 늘 칼날의 양면과 같아서 적절한 균형이 꼭 필요하다. 집에서는 간단히 더운 물에 손이나 발을 담그고 관절을 최대한의 운동범위까지 끝까지 펴고 끝까지 굽히는 운동을 천천히 시행하면 도움이 된다. 하루에 세 번 10회 이상 시행하면 좋다. 그러나 관절이 붓고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통증이 심할 땐 가급적 활동을 줄이는 휴식이 필요하다. 이때는 찬물에 담그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포츠로는 중력의 부담을 덜면서 근육강화를 시킬 수 있는 수영이나 실내 사이클 등이 도움이 된다.
도움말 / 부천 연세사랑병원 류머티스 클리닉 소장 권세광
이동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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