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관의 新 남성오디세이
임헌관의 新 남성오디세이
  •  기자
  • 입력 2009-06-23 15:23
  • 승인 2009.06.23 15:23
  • 호수 791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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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얘기!
“잘하면 3분은 버티거든요? 그래도 조루인가요?”

조루(早漏), 성교에 앞서, 또는 성교를 시작하자마자 조기에 사정하는 것을 이른다. 대다수 남성은 조루가 큰 결격사유(?)라도 되는 양 자신이 조루인지 아닌지 매우 궁금해 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시간을 갖고 논하게 마련이다. 최근 고교 동창회 모임에 나갔다가 같은 방향인 한 후배의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은밀히 묻는 후배도 마찬가지였다.

“어쭈, 오래 버티네!”

“그렇죠. 평균은 넘죠?”

다소 심각하게 묻는 그를 위해 내가 가볍게 농을 던지자 금세 그는 화색이 돌았다.

“한데 조루는 단순히 시간으로만 따지지 않아.”

“그러면요?”

“섹스의 질이랄까. 가령 2분 안에 끝내는 남성이 있다고 쳐봐. 근데 여성파트너가 그 2분 동안 충분히 만족한다면 조루가 아닐 수 있는 거야. 반대로 5분 이상 잘 버티는 남성이더라도 여성 파트너를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조루일 수 있고….”

“결국 파트너를 만족시키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는군요.”

“요즘엔 조루의 기준과 정의도 바뀌고 있어!”

사실이 그렇다. 세계적인 성의학자인 킨제이박사 시절만 해도 2~3분을 지속하지 못하고 사정하는 증세를 조루증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조루의 기준이 바뀌었다. 데이비드 류번 같은 학자는 상대 여성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끝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조루증이라고 몹시 엄혹한(?) 기준을 정해 놓은 것이다. 이래저래 남성들만 죽을 맛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그 기준은 한 수 더 뜬다. 남성학계에 따르면 ‘남성 스스로 사정시간을 조절하지 못하는 증세’를 조루로 명확하게 정의해 놓았다.

“그렇다면 사정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변강쇠 아닌 바에야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에요?”

“최근 보도에 의하면 한국남성 10명중 3명이 조루라고.”

“에이 그건 너무 적은 숫자예요. 조루의 엄격한 정의를 모르고서 하는 소리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 후배님은 어떠신데?”

“결국 저도 조루네요. 맘대로 사정조절 못하니까요. 허허허.”

그 후배는 ‘불독’처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 다음 주제는 조루 탈출법으로 넘어갔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요법을 비롯해 귀두가 예민한 남성들이 최근 선호하는 음경배부신경차단술까지 열심히 묻고 경청했다. 조루 수술 후유증은 물론 비용과 효과 등등 수험생처럼 머릿속에 열심히 담았다. 헤어질 무렵, “정말 몸에 살이 되고 피가 됐네요. 조만간 제 것도 손 좀 봐주시죠.”하며 은밀한 미소를 짓는 후배를 보니 조루와 발기부전, 음경왜소콤플렉스가 남성의 3대고민이라는 사실이 허튼 소리는 아닌 듯하다.

글 /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 (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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