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발기부전!
두 얼굴의 발기부전!
  • 이동로 기자
  • 입력 2009-06-11 12:32
  • 승인 2009.06.11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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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비뇨기과 전문의로 살다보면 평소 참 많은 질문을 받게 됩니다. 특히 남성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이 쏟아지지요. 젊은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중 하나는 심인성 발기부전에 관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물음 한두 가지를 소개하면 대충 이런 식입니다.

“평소 발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가 여친과 합체하는 순간에 죽는데 왜 그렇지요?”
“자위할 때는 단단한데 실전에서 삽입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젊은 남성중 대부분이 심인성 발기부전입니다. 심인성 발기부전이란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초조해 정상적인 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우울증과 정신분열증, 인격 장애 등 정신과적인 문제나 신경증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성 기능에 대해 잘못된 정보나 무의식적인 죄의식을 갖거나 상대방을 즐겁게 해줘야만 한다는 강한 부담감과 압박감에 시달릴 경우 심인성 발기부전이 올 수 있습니다. 한데 심인성 발기부전이 약이 되고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30대 중반의 K씨는 약이 된 케이스입니다. 그는 익숙한 아내와의 마음 편한 잠자리에서는 발기에 아무런 문제를 겪지 않습니다. 술과 담배를 피우지 않고 매일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그이기에 성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 앞에선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됩니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절대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직장 초년병 시절 선배와 동료에게 이끌려 이리저리 유흥가를 쏘다니며 여러 차례 불장난의 기회를 가졌으나 왠지 모를 죄책감으로 발기가 안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남의 떡에는 관심도 없고 자기 떡에만 열심히 군침을 흘린다고 합니다. 분명 K씨는 심인성 발기부전 증상이지만 부부의 금실을 더욱 도탑게 하니 이 얼마나 좋은 병입니까?

이번에는 30대 초반인 L씨의 경우입니다. 어릴 적부터 자위를 즐겨온 그는 혼자서 하는 것이 너무 편하다고 합니다. 어렵사리 최근 사랑하는 짝을 만나 결혼에 골인을 했는데 신혼 부부만의 짜릿한 합방의 재미를 못보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와의 잠자리에서 한두 번 실패한 다음 이제는 또 실패를 거듭할까봐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정말 몸에 이상이 있나 하는 마음에 자위를 하면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또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의 잠자리에서도 발기에는 큰 문제를 드러내질 않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앞에서만 심하게 주눅 드는 증상입니다. 부인에게 확실하게 뭔가 보여주겠다는 과욕이 앞서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 커져 정상적인 발기 메커니즘이 가동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부부간의 불화가 생겨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L씨에게 심인성 발기부전은 독입니다. 치료를 서둘러 부부간의 정상적인 성생활을 즐겨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처럼 심인성 발기부전은 다양하게 드러납니다. K씨의 경우처럼 심인성 발기부전이 남편의 외도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요. 하지만 L씨처럼 정상적인 부부 생활에 걸림돌이 된다면 말끔히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심인성 발기부전을 겪는 대다수 남성들이여, 당신의 발기부전은 약입니까? 독입니까?

이동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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