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관의 新 남성오디세이
임헌관의 新 남성오디세이
  •  기자
  • 입력 2009-06-10 09:36
  • 승인 2009.06.10 09:36
  • 호수 789
  • 4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성호르몬’ 투입하면 변강쇠 안부러워”
40대 후반으로 접어든 K씨는 이 시대 대한민국의 ‘보통남자’였다. 나는 최근 그를 통해 중년 남성의 우울한 초상을 다시금 절감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말 그동안 잘 다니던 시중은행에서 명퇴를 했다. 부지점장이었던 그는 더 있어봤자 뾰족한 수가 없을뿐더러 손에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유혹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 불거졌다.

명퇴 후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한 그는 그야말로 헤매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쫓기며 일하다보니 절친한 친구들과는 하나둘 연락이 끊겼고 직장동료들과도 거리감이 생겨 허허벌판 사막에 내버려진 듯한 고립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미 아내는 자녀 교육을 위한 나름의 스케줄에 허덕이고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원 다니느라 노는 아빠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직장 다닐 때는 몰랐는데 갑작스레 긴장이 풀리다보니 몸에서는 이상증상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저기 쑤시고 결리고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다. 만성 피로감에 우울증까지 남성 갱년기 증상을 혹독하게 치르고 있었다. 뭐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요실금에다 빈뇨 증상까지 겹쳐 나왔다. 아직 한창인데도 부부관계도 원활치 않은 그였다. 이렇게 맥없이 주저앉았다간 큰일이다 싶은 그는 중년 남성을 위한 ‘7080검진’을 받겠다고 내원했다.

7080검진이란 7080세대, 즉 70년대와 80년대 학번인 40~50대 중장년층 남성검진이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해온 7080세대들은 이미 갱년기에 접어든 연령층이다. 갱년기를 겪는 남성은 폐경기 여성과 마찬가지로 피로감과 권태감, 우울증 등 심리적인 증상을 동반하여 내분기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 외에도 갱년기 남성들을 괴롭히는 질병은 여러 가지다. 발기부전과 조루 등 성기능 관련 장애를 비롯해 전립선염,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암 등 비뇨기계 질환 등등도 턱하니 버티고 있다.

우선 남성갱년기 검사를 실시했다. 갱년기 증세가 비교적 심각한 편이어서 남성호르몬을 포함해 간과 신장 기능, 콜레스테롤, 당뇨, 초음파, 심전도, 골밀도, 체지방, 갑상선기능 검사 등을 함께 시행했다. 또 전립선 질환도 체크해 보았다.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은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40대 남성들의 경우 방심하지 말고 사전 점검하는 것이 자못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더욱 그러하다. 아울러 발기부전과 조루 등 남성의 성기능도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다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저하되어 있어서 이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갱년기 증상을 개선해 보기로 했다.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성욕 및 성기능이 향상되며 골밀도가 증가하고 근육이 향상되는 등 전체적인 몸 상태는 물론 정신적 기능 강화에 큰 효과를 보는 까닭이다.

요즘 40~50대는 한 학자의 말대로 착륙이 아니라 이륙을 해야 할 시기다. 인생 2막의 고공비행을 위해선 이륙 전 철저한 중감점검은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사항은 아닐까?

글 /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 (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