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제주로, 새신랑은 비뇨기과로!’
말은 제주로, 새신랑은 비뇨기과로!’
  •  기자
  • 입력 2009-05-13 11:13
  • 승인 2009.05.13 11:13
  • 호수 785
  • 4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헌관의 新 남성오디세이
“원장님, 우리 신랑 이상 없나 검사 좀 해주세요!”

요즘처럼 결혼시즌이 오면 비뇨기과에는 간혹 진풍경이 벌어진다. 결혼을 앞둔 예비 커플들이 비뇨기과를 함께 내원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연상연하 커플이 많다보니 누나 같은 신부의 손에 이끌려오는 동생 같은 신랑들을 보게 된다. 최근에도 남성의 웨딩 검진을 위해 연상연하커플이 방문했다. 여성이 적극적인 반면 남성은 무척 소극적이었다.

커플끼리 오기도하고 또 아버지와 함께 오는 사람, 장차 장인이 될 분과 함께 오는 예비 신랑도 더러 눈에 띈다. 물론 혈혈단신 혼자 오는 남성도 많다.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행태는 제각각이지만 웨딩 검진을 받게 될 예비 신랑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비슷하다. ‘행여 내게 남성으로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몹시 염려하는 눈치다. 한때 문란한 성 생활로 불장난(?)을 즐겨온 이라면 불안한 기색은 더 역력하다.

그러다가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검진 결과가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이 환해지면서 움츠렸던 어깨를 쭉 펴고 위풍당당하게 비뇨기과 문을 자신있게 박차고 나서는 것이다.

그동안 대다수 여성의 경우에서는 결혼 전에 자궁건강과 불임 등 산부인과적 검진을 정밀하게 받는 데 비해 신랑의 경우 이렇다 할 검진을 받지 않는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제 때 치료하지 않아 병을 키우거나 부부간의 갈등이 싹 트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성행하고 있는 미혼 남성을 위한 혼전 웨딩 검진은 한 가정의 선장으로서 자칫 생길 수도 있는 여러 문제들을 미리 점검하고 치료하며 완벽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의료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맞다.

남성을 위한 웨딩검진은 크게 세 가지다. 첫 째는 성병검사다. 성병 균은 치료받기 전에는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혼전 성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병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성병균 중에는 불임과 밀접한 연관이 되는 클라디이아 균이 대표적이며, 대개 검사로는 기본적인 소변과 소변을 이용한 유전자 증폭 검사를 통해 균을 동정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매독이나 에이즈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불임의 흔한 원인으로 남성불임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현대 남성의 경우 장시간의 컴퓨터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정자 상태가 매우 부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액 검사를 통해 불임 여부를 체크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두 번째는 전립선 검사다. 최근 만성전립선염 증세를 호소하는 젊은 남성들이 늘고 있는데다 전립선에 염증이 있는 경우 정자의 운동성이 저하될 수 있고, 이는 곧 정액에 염증이 있다는 얘기로 부부 관계 시 배우자에게 염증을 고스란히 넘겨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만성적인 전립선염은 성기능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사전 검사와 예방은 매우 긴요하다.

세 번째는 조루와 발기부전 검사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높은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부부간 속궁합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후문이다. 진동각 검사를 통해 조루를 측정하고 음경단순 초음파검사와 호르몬 검사, 이중 복합 혈류 측정을 통해 발기부전을 테스트해 남성 기능상에 문제가 있다면 미리 예방하고 조치할 수 있는 것이다.

“말은 나면 제주로,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지요. 이제는 이렇게 바뀌어야 해요. 말은 제주로, 예비 신랑은 비뇨기과로! 호호호.”

신랑의 검진 결과에 흡족해 농담을 건네는 발랄한 신부의 표정에 미소가 가득하다.

글 /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 (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