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직장생활의 끝은 알콜중독?
힘든 직장생활의 끝은 알콜중독?
  • 조민성 기자
  • 입력 2009-04-09 10:42
  • 승인 2009.04.09 10:42
  • 호수 780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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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홀짝이다보면 어느새 손이 덜덜~
가끔 술 한 잔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이럴 땐 어디 가서 파전에 소주 한 잔 하거나 치킨이라도 시켜놓고 시원한 맥주 한잔 하고 싶다. 좋은 사람과 함께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한잔, 두 잔 잘도 넘어가는 게 술이다. 그러나 주거니 받거니가 계속되는 동안 당신은 알콜중독에서 무사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설마 내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자기도 모르게 알콜중독의 늪에 빠지는 사람들이 하나 둘 아니다. 알콜중독이야 말로 소리 없이 찾아오는 무서운 올가미란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알콜중독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러 요인들이 얽혀 중독원인이 된다. 우선 유전적 요인으로 가족력이다. 신체적 원인이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해 중독에 대한 요구를 늘린다는 가설이 있다.

심리적 원인으론 비교적 수치심을 잘 느끼고 소외돼 있고 침착하지 못하며, 자극 과민성이 있고 불안해한다. 그리고 예민하고 성적으로 억압을 많이 받는 이들에게서 중독이 잘 일어난다.

사회적 원인을 보면 지적수준이 높은 사람,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알코올성 장애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알콜중독은 가톨릭신자가 기독교인보다 많은 편이라고 한다. 미혼자에 많고 이혼, 별거 등의 어려움도 알콜문제 빈도를 높인다. 우리 나라 사회같이 음주문화에 관대한 사회에서 역시 음주에 따른 중독문제가 많다.


알콜중독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세계보건기구는 ‘개인의 건강과 사회 적응기능에 손상을 불러올 정도로,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이상의 술을 마시는 병적 상태’ 라고 알콜중독을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알콜중독이 아닌 것은 아니다.

기분이 좋지 않아 마시는 한 잔, 좋은 일이 있어 마시는 한 잔처럼 하루 이틀 술에 의존해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알콜중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꼭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늘 술에 취해 비틀거리지 않더라도 술을 마셔야 잠이 온다거나 술을 마시지 않으면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것도 알콜중독으로 가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알콜중독으로 가는 과정

1단계: 이땐 어울리는 사람이 없으면 술마실 생각을 별로 하지 않으며 가끔 긴장을 풀거나 오직 사교적 이유로 술을 마신다.
2단계: 혼자서 술을 마시는 일이 점점 잦아지기 시작한다. 아직은 술을 마셔도 의식이 말짱하며 심하게 취한 행동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끔 필름이 끊어지는 일이 생긴다.
3단계: 이 단계를 넘어서면 알콜중독. 이제부터는 낮술을 찾기 시작한다. 술 때문에 식사를 거르고 일상생활 리듬이 깨지므로 업무에도 지장을 준다. 금단현상이 일어나는 시기도 바로 이 때라 할 수 있다.
4단계: 음주가 생활이 돼버리는 단계. 술을 마시지 않을 땐 안절부절 못하고 외모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또 직장,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도 깨어질 정도로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알콜중독이 몸에 미치는 영향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알콜이 간에 들어오면 간 자체가 피해를 입는다. 지방간, 간경변증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방간은 애주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면 50% 이상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지방간은 술을 끊는다면 회복이 가능하나 알콜성 지방간 환자의 8~20%는 결국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간 뿐만 아니다. 많은 양의 알콜이 간 외에 다른 곳으로 흐르게 되면 뇌, 심장, 고환 등에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술을 지나치게 마셔본 사람이라면 다음날 필름이 끊어져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자꾸 되풀이 되면 기억력 감퇴를 불러오고 운동기능 저하, 성기능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

빨리 늙는 게 싫은 사람이라면 술을 더욱 멀리해야 한다. 많은 양의 알콜엔 상당한 유해산소가 들어있어서 세포핵산을 산화시키므로 노화를 촉진한다. 결국 과음은 빨리 늙는 지름길이라는 것.

‘술은 약주다’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술을 마실지 안 마실지는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지만 굳이 과한 음주로 스스로를 망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 ‘무엇이든 적당한 게 좋다’ 는 말처럼 음주 또한 그렇다.


알콜중독 치료

치료는 치료환경이나 장소에 따라 외래치료, 부분입원(낮, 밤 병동), 입원치료, 사회복귀 주거시설, 퇴원 후 사후관리 프로그램, AA 등 이 있고, 크게 정신사회적치료와 약물치료로 구분 될 수 있다. 치료양식의 선택에 있어 환자 개인의 치료적 욕구, 특성, 질병의 심한 정도, 가족 사회문화적 환경, 재정 등에 맞는 맞춤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 강한 단주 의지가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이 있으며 가벼운 금단증상으로 충분히 외래나 알콜센터에서 약물치료로 가능할 경우 입원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부분 알콜중독을 부정하고 치료를 거부해 강제 입원되는 경우가 많다.

크게 급성기에는 금단증상 예방 및 술로 인한 신체적인 합병증과 신체적인 변화를 회복시킨다. 회복기에 접어들면 다양한 단주 의지 강화와 단주기술 습득을 위한 병동프로그램과 함께 단주유지를 위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치료의 초기에는 금단증상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안정되고 쾌적한 분위기, 충분한 영양공급, 수액, 비타민 B 복합체를 투여하여 신체손상을 예방한다. 또 진전 섬망(의식의 변화)을 예방하기 위해 벤조디아제핀인 클로르다이제폭사이드(25~100mg), 노인이나 간 기능장애가 있으면 로라제팜 (1~4mg)을 투여하여 단주로 인한 알코올의 중단을 대치함으로서 금단증상을 막고 1~2주 후 서서히 줄인다.

초기 금단증상 및 해독 치료가 끝나면 회복치료에 들어간다. 약물치료는 재발방지 치료프로그램이나, 인지행동치료등과 동반되어 시행될 때, 약물 순응도가 증가되고 치료 중 탈락자가 줄어들고 환자의 치료동기를 강화시키고 장기적인 변화에 기여하는 상승효과을 나타낸다.

1990년대 유럽과 미국에선 단주 때 생기는 술에 대한 갈망감을 억제하는 아캄프로세이트와 알콜의 긍정적인 강화 효과를 차단하여 음주량과 횟수를 감소시켜 재발을 막는 날트렉손과 같은 술 끊는 약이 나오기도 했다.


#알콜 자가 진단표

1. 자기연민에 잘 빠지며 술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
2.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3. 술 마신 다음날 해장술을 마신다.
4. 취기가 오르면 술을 계속 마시고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다.
5.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면 거의 참을 수가 없다.
6. 최근에 취중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2회/6개월)
7.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술이 해로웠다고 느낀다.
8. 술로 직업기능에 상당한 손상이 있다.
9. 술로 배우자(보호자)가 나를 떠났거나 떠난다고 위협한다.
10. 술을 깨면 진땀, 손떨림, 불안이나 좌절 혹은 불면을 경험한다.
11. 술이 깨면서 공포나 몸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경험하거나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들은 적 있다.
12. 술로 생긴 문제로 치료 받은 적 있다.


* 해당 문항 당 1점씩 계산
3점 이상: 알코올 의존의 가능성이 높다.
4점 이상: 알코올 의존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10번이나 11번 문항에 해당되는 경우는 문항에 관계없이
알코올 중독으로 진단하며 치료가 필요하다.



조민성 기자 jms@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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