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중심 허리 요통 치료법…‘하나 얻으면 하나 잃는다’
인체의 중심 허리 요통 치료법…‘하나 얻으면 하나 잃는다’
  • 정혜영 기자
  • 입력 2009-01-21 14:08
  • 승인 2009.01.21 14:08
  • 호수 769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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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간판 탈출증 (허리디스크)
요통은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게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요통의 원인은 척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척추밖, 즉 근육과 인대에서 발생하는지 찾으면 된다. 만약 척추안에서 요통이 발생하면 이것이 구조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디스크 질환에 기인한것인지 판단하면 쉽게 원인을 찾을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적인 이야기 일뿐 그것을 구분하는 일이란 쉽지가 않다.

디스크 질환이 아닌 요통은 쉽게 치료되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루쉬카 신경을 자극하거나 후관절압박이 없는 경우 요통은 매우 단순하지만 온순한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치료가 잘되지 않는다. 기질적인(구조적인) 질환이 없는 기능성(functional) 요통은 치료를 하면 낫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파진다. 기능성 요통은 감기와 같아서 시간이 흐르면 좋아지면서도 또 환절기가 되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요통이 반복된다.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기능적인 요통이 1년에 1~2회 반복된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척추진단의 강자 MRI로 건강진단

척추질환의 진단은 쉽지 않지만 또 어렵지도 않다. 20세기 MRI의 등장은 뇌질환과 척추, 관절질환의 진단에 혁명적인 기구였으며, 아직까지 진단도구의 강자중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MRI는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보지 않아도 될부분까지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나이가 70이 되면 MRI 검사상 100%에서 이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상이 있다고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며 증상을 보이는 부분만이 치료의 대상이 된다. 척추질환이 일반적인 다른 장기질환과의 가장큰 차이가 이것이다. 병은 있지만 증상이 없다면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무증상의 병변은 보이지 않았으면 더 좋을 부분이다. 하지만 검사를 하다보면 무증상이 병변이 너무 많이 발견돼 치료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고, 간혹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결과를 나쁘게 하기도 한다.

척추에 생기는 질환은 비슷하지만 또 다르며 질환에 따라 수술법이 차이가 난다.

MRI가 보편화되면서 손맛을 강조하는 증상학의 중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는 의사들이나 대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학적 검사(손맛)를 강조하는 증상학에 강하다. 증상을 일으키는 진짜 병변과 무증상 병변이 공존하는 경우 어디를 치료해야 하며, 어떤식으로 수술을 해야 할 지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추가로 수술하는 경우도 있고 증상을 일으키는 진짜 병변은 빼먹는 경우도 있다. 어찌보면 편하고 뛰어난 진단도구가 의사들을 속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겨난다.


솔로몬의 요통치료법

척추질환의 치료, 수술법은 여전히 진보하는 학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여전히 진보하는 관계로 명확한 정답이 없는게 사실이다. 척추를 바라보는 시각과 철학에 따라서 다른 치료법이 공존하며 누구를 찾느냐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지게 된다. 학회가 있고 논문이 나오는 것은 다양한 치료법을 보편화하고 어느것이 최적인지를 결정해 가는 과정이고 의학적 산물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나만이 고칠수 있는 비법”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정직하지 못한 치료법일 가능성이 많다. 그러한 것이 있다면 여러사람들에 의해 검증받고 보다 나은 치료법으로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시도되어야 한다.

수핵탈출증은 흔한 병이지만 이름만 같을뿐 정도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고 경과도 달라진다. 정도에 따라 달라지고, 증상에 따라 치료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 충수돌기염(맹장염) 같은 다른 질환과의 가장 큰차이로, 병은 있어도 증상이 없다면 치료도 필요없게 된다. 수핵탈출증의 치료목표는 MRI상의 호전이 아닌 증상에 대한 치료이다.

열심히 치료했어도 시간이 흘러 MRI 검사를 시행하여보면 변화없는 경우가 대부분인걸 보면 치료가 치료는 맞지만 치료가 아닌것 같기도 하다.

젊은 사람들, 혹은 젊은 사람이 아니어도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 열심히 치료(수술제외) 후에 MRI촬영을 하면 병이 눈에 띄게 좋아는 지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이는 치료(수술제외)후 증상은 무척이나 호전되었는데 MRI검사를 시행하면 별로 변화가 없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허리디스크에 의한 통증은 단순히 신경을 압박(기계적 압박, mechanical compression)하는 수핵탈출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압박에 의한 여러 반응(화학적 염증, chemical inflammation) 들에 의해 더 많이 유발된다. 시간은 이런 반응을 가라앉히고 따라서 자연스레 증상을 호전시킨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치료는 이런 과정을 단축시키는 과정일뿐이지, 병의 자연스런 경과를 바꾸지 못한다.


치료, 불필요한 선택, 필요한 선택

1983년 발표된 베버(Weber)의 아주 유명한 논문이 있다. 수핵탈출증을 가진 환자가 10년 후에는 어떠할까? 수술을 시행한 사람, 그냥 참고 지낸 사람의 차이가 있을까.

놀랍게도 결과는 같았다. 수술을 시행받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더 좋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10년 후에는 비슷하게 되더라는 결과가 나왔다. 2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이 논문은 많이 인용되고 있다. 시간의 속임수가 여기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 논문이 주는 결론은 얼핏 보기에 어차피 결과는 같은데 수술은 해서 뭐하나 라는 것과 정반대입장에서 바라보면 10년동안 고생하면서 좋아지느니 수술해서 10년 동안 편하게 살수 있다라는 동전의 양면을 보여준다.

수술은 일단 안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반대로 적절한 치료를 위해 적절한 시기가 되면 그 때는 수술을 받는게 낫다. 척추수술은 선택인경우가 대부분 이지만, 필수인 경우가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게 좋다. 수술은 허리를 정상으로 되돌리지 못한다. 증상을 호전시켜 일상으로 되돌려 보내는게 목표다. 그렇지만 병이 없던 상태로 완전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술이 아니더라도 치료는 증상을 호전시킬뿐 회춘(回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치료, 적절한 수술이 최선

허리 수술은 득(得)과 실(失) 의 계산이 분명하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는다. 수술을 결심할 때 하나를 잃고 하나는 얻는 개념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이는 재생 수술이 아닌 파괴적인 감압이 주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수술 후 얻어지는 득(得)은 무엇보다도 증상의 호전이다. 아프지 않다는 것,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수술은 destruction을 하기 때문에 원치 않는 피할 수 없는 실(失)을 초래한다. 실이 어떠한 것이 되건, 수술전 치료자의 가장 큰 계산은 미래에 얻어지는 득이 실보다 앞선다면, 수술을 권하게 된다. 술 전 불편감, 술 후 불편감, 만족도, 기대치, 모두 충족할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수술은 현실인 관계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도움말 : 21세기병원 진료부장 김재학

정혜영 기자 j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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