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 남자들 현주소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말기,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치적을 이뤘다. 20%대를 오르내리던 지지율도 이젠 50%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집권초기부터 노 대통령의 말이라면 버선발로 뛰어나갔던 ‘대통령 사단들’은 하나둘씩 언론과 정치권의 시선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1988년 13대 총선에 당선돼 정치권에 뛰어든 노무현 대통령. 그는 정치인으로 첫 출발점에 섰을 때만해도 그의 참모진은 몇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대선후보로 나서면서부터 ‘노무현 사단’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반면 일부는 불법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옥고를 치르며 그로부터 멀어져간 사람도 있다. <일요서울>은 ‘대통령 사람들’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요즘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은 왜 그렇게 잠잠할까.”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흔히 거론되는 얘기다. 대선을 앞두고, 한참 얼굴을 내밀고 활동영역을 넓힐 시기이지만, 좀처럼 ‘노무
현 사람들’을 국회 안 밖에서 찾기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워낙 현 정권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던 터라 노무현 대통령의 치적을 그의 측근들이 홍보한다고 하루아침에 먹혀들겠느냐”면서 “되레 ‘대통령 사람’이란 이유 때문에 큰 피해를 받은 경우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두드러진 부산파 ‘인맥’
‘노의 남자들’하면 우선 부산파 출신 인맥이 떠오를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 옥고를 치렀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의 후원을 도왔던 쌍두마차는 바로 부산파 기업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었다.
강 회장은 지난 2003~2004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세금포탈 혐의로 기소돼 구속 됐다가 벌금형을 선고 받아 풀려났고, 박 회장 또한 대선 당시 안희정씨에게 불법대선자금 7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최근 강 회장은 가끔씩 노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후원자였던 강 회장과 부부동반으로 골프를 치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자금줄을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노 대통령의 사무장을 지냈고, 집권 이후 대통령총무비서관으로 활동하면서 20년 넘게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최도술씨 역시 2003년 10월 SK로부터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났다. 그는 현재 고향인 부산에서 노 대통령 측근들과도 전혀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한다고 한다.
노의 남자인 폴리테이너들
‘폴리테이너’는 쉽게 말해 ‘정치하는 연예인’을 일컫는 말이다. 2002년 10월 노무현 후보를 지원하고자 발 벗고 전국을 누볐던 연예인은 바로 영화 배우겸 제작자인 명계남씨과 배우 문성근씨였다.
물론 당시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 동료 연예인들은 일명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노문모)’을 결성하기도 했다. 영화감독 겸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역임한 이창동 감독, 탤런트 권해효씨 등도 이 모임에서 활동했다.
특히 문성근씨는 영화진흥위원회 남북영화교류추진소위원회 위원으로 최근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방북하기도 했고, 영화 ‘수’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기도 하면서 배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명계남씨는 최근 국회 맞은편 금산빌딩 2층에 마련된 개인사무실에 머물러 있다가 같은 건물 3층으로 옮겼다. 다소 사무실 평수가 좁아졌기는 했지만 이 사무실에는 영화관계자들이 자주 방문한다.
지난 10일,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그가 대표로 있는 (주)이스트 필름 황응천 부사장과 그 외 영화관계자 몇 명을 만날 수 있었다. 명씨의 주변측근에 따르면 “지난 여름까지 서갑원 의원 등 노 대통령의 최측근들과 자주 회동했으나 최근에는 그들과는 일절 만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초기부터 명씨는 정치권과 관련, 자주 언론에 거론돼왔던 터라 최근에는 방송섭외도 뜸하다. 게다가 그는 참여포럼 등을 통해 언론개혁 등을 주장했던 만큼 기자에게 “나는 언론과는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자주 말하고 있다.
이기명, 안희정, 이강철 정치행보
이밖에 2002년 대선 당시 이기명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전 국민참여연대 상임고문)은 최근 언론에 칼럼 등을 집필하고 있는 중이고,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는 ‘참여정부 평가포럼(약칭 참평포럼)’에서 상임고문을 맡아 현 정권의 치적을 홍보하고 있다. 그는 내년 18대 총선에 출마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태.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비서관) 또한 한동안 청와대를 떠난 뒤 청와대 근처에서 몇몇 지인들과 함께 횟집경영을 하다가 서울 강남 르네상스 호텔 맞은편으로 옮겨 독자적으로 횟김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부산경남 경선과정에서 이해찬 후보를 적극 돕기도 했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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