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의 화가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인기다. 이 드라마에서 문근영은 그림에 대한 뛰어난 재능 때문에 여자의 몸으로 남자의 인생을 선택한 신윤복 역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어떨까? 천으로 몸을 감싸 몸매를 가리고 머리모양 등을 바꾼다면 모습 자체는 남성으로 바꿀 수 있겠지만 사춘기 이후 극명하게 달라지는 목소리 차이는 감추기 힘들 것이다. 또한 억지로 목소리를 바꾸려 톤을 낮추다 보면 자칫 발성장애 질환도 올 수 있다.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낮추다 보면 자신의 성대와 목의 구조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발성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어린 경우 언어와 발성패턴 인식이 쉽게 뇌로 학습되므로 30대 이전에 무리하게 목소리를 바꾸려다 보면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잃고 발성장애를 초래하기 쉽다. 이로 인한 대표적인 발성장애가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베이콜의 목소리를 따라 하다 생겨난 ‘보가트-베이콜 증후군’이다.
1940년대 미국의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베이콜은 매우 낮은 음색의 독특한 음색이었으며, 청소년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우상과 같은 존재로 각인됐다.
그 당시엔 이 두명의 배우의 매우 낮은 톤의 목소리와 걸걸한 목소리가 매우 매력적인 목소리로 인식되어 이러한 목소리로 말하거나 연설하는 것이 대유행으로 마치 권위있고 교양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적인 유행으로 수 년 동안 이런 낮은 목소리는 거의 모든 방송과 라디오, 뉴스 앵커의 대표적인 요구사항이 되곤 했다.
이 당시 미국 청소년들은 특히 보가트와 베이콜의 멋진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무리하게 목소리를 낮춰 후두 바깥쪽의 근육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턱 근육이 심하게 경직돼 자신의 목 상태와는 벗어난 무리하고 잘못된 발성습관에 젖어들게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이 높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말을 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나빠지는 음성피로현상을 흔하게 겪었다. 뿐만 아니라 말을 할 때 목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으며 쉰 목소리를 내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됐다.
당시 음성 전문의들의 진단 결과, 보가트와 베이콜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들에게서 이같은 증상이 흔히 나타나는 것을 발견, 이러한 증상의 질환을 ‘보가트-베이콜 증후군’(Bogart-Bacall Syndrome)이라 이름을 붙였다.
최근엔 보가트-베이콜 증후군 같은 발성장애는 음성치료와 음성재활프로그램을 통해 교정이 가능하며 잘못 사용되는 성대근육에는 보톡스를 선택적으로 주입해 풀어줌으로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목소리를 따라 하기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소중한 목소리를 지키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 되리라 생각된다.
김형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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