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도 모르는 ‘마음의 감기’ 걸리면 우울증 의심
원인도 모르는 ‘마음의 감기’ 걸리면 우울증 의심
  • 정혜영 기자
  • 입력 2008-07-10 13:28
  • 승인 2008.07.10 13:28
  • 호수 741
  • 4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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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우울증주의보
장마철이 되면 햇빛이 줄어들며 많은 사람들이 우울한 증상을 느끼게 된다. 이는 가을, 겨울이 되면 햇빛이 줄어들어 계절성 우울증이 쉽게 생기는 것과 유사한 메커니즘이다. 단 이때에 비해 장마철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빛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악화된다. 빛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 등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때문에 장마철에는 다른 질환과 달리 우울증 환자가 병원을 찾는 빈도가 늘어난다. 일조량이 적은 영국에 우울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울증은 쉽게 말하면 사는 맛을 상실한 병이다.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으로는 극도의 우울감, 흥미 상실이나 체중감소, 수면장애, 죄책감 등이 있다.

그러나 그중엔 요통이나 만성적인 피로감 외에는 별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드물게는 피해망상이나 환청을 나타내는 등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전문의들은 우울증을 지속적으로 방치할 경우 사회생활을 원만히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으면 결국 자살에 이를 수 있어 주변사람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눈이 쉽게 피로하고 어깨결림이나 긴장성 두통을 자주 호소하는 사람, 농담을 들어도 반응이 없는 사람, 자주 짜증을 부리고 업무적인 마찰을 자주 겪는 사람, 점심시간에도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 등은 우울증이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이들은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마철 심해지는 우울증에는 일정 정도의 광선을 쏘여주는 치료가 도움이 된다.


우울증의 종류

◆우울증은 가면을 쓰고 있다

‘마음의 감기’에 비유되는 우울증은 일생에 누구나 한번쯤은 앓을 수 있는 증세로서 다양한 연령층에서 다양한 증세로 나타난다. 흔히 우울증에 걸리면 항상 마음이 어둡고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우울하다는 감정이나 생각의 표현보다는 신체적으로 불편한 증상만을 보여 우울증이 아닌 다른 병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이 가면을 쓰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소아기 우울증

초등학교 4학년인 A군은 지난해부터 수업시간에 산만하고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올해엔 등교 전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며 배와 머리가 아픈 증상을 호소했고 점점 학교가기를 싫어하면서 짜증을 심하게 부리기 시작했다.

이 경우 학교가기를 싫어하는 학습장애아로 생각하기 쉬우나 A군을 자세히 상담해 본 결과, 소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케이스였다.

어린이들은 대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인의 전형적인 우울증상과는 다르게 신체적 증상이나 행동상의 문제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 복통, 틱, 구토, 야뇨, 체중감소, 식욕부진, 수면감소 같은 신체증상이나 반항, 배회, 공격적 행동, 등교거부 등이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소아기를 지나 사춘기에 접어들어도 시험에 대한 부담, 가치관과 자아 정체성의 혼란 등으로 인한 청소년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는 학업에 대한 흥미상실, 무기력, 주의 산만은 물론 음주, 무단결석, 약물탐닉, 성적 문란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계절성 우울증

40대의 중년여성 B씨는 전신에 힘이 빠지고 늘 피곤하며 무기력을 느껴 내과를 찾았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던 차에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그녀가 밝힌 일련의 증상들은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허전한 마음이 들며 자꾸 울고 싶고 낮잠 자는 시간이 많아졌고 단 음식이 당겨 최근 체중이 늘어난 것 등이다.

B씨는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불면증, 식욕감퇴, 체중감소와 달리 비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는 셈이다.

여성에게 우울증이 많은 이유는 호르몬의 차이, 월경, 임신, 출산이 관여할 수도 있다. 남녀 간 사회적 스트레스가 다르며 그에 대처하는 능력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 여성의 뇌는 남성의 뇌보다 세로토닌의 농도가 낮아 더욱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전형적인 우울증의 증상과 다르게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은 우울한 시기에 오히려 잠이 늘고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 생겨 체중도 느는 게 보통이다. 이 경우 대개는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노년기의 우울증

70대의 노신사 C씨는 평소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 2개월 전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서 ‘혹 실명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심했다. 이후 계속 마음이 불안, 초조하고 기분도 울적해지는 기간이 늘면서 의욕도 잃어갔다. 머리도 텅 빈 것 같고 집중이 안 되고 기억력이 매우 떨어져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쌓여갔다.

C씨의 증상은 노년기 우울증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노년기 우울증의 첫 증상은 우울한 기분보다는 여러 신체증상이나 기억장애 같은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체 기능의 저하, 직장에서의 은퇴, 가까운 사람의 상실 등이 노년기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노년기 우울증을 이전에는 ‘가성치매’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노년기 우울증은 본인조차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환자 스스로도 ‘우울하다’, ‘기분이 가라앉는다’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또 가족들도 ‘나이 탓이려니’, ‘노화가 진행된 것’으로 방치하는 일이 잦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뇌경색 이후 우울증을 초래하는 ‘혈관성 우울증’도 있으나 감정반응이 없고 언어장애나 무의욕증 등의 증상이 뇌경색의 증상과 유사해서 우울증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스러운 점은 노년기 우울증에 대해 적절한 항우울제를 사용할 경우 치료효과가 비교적 우수한 편에 속하다.


우울증 치료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따라서 치료도 그에 상응하는 요인에 의해 이뤄진다.

특히 일조량과 관련이 있는 일부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에는 강렬한 빛을 쪼이는 광선치료가 일시적인 효과를 보이곤 한다. 정상인은 밤에 수면을 취하면 수면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지만 강렬한 빛을 쪼이면 멜라토닌이 감소하는 변화가 생긴다. 이런 멜라토닌 수치의 변화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광선치료가 첫 치료법으로 추천될 만큼 효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빛에도 환자가 반응을 않거나 다른 치료를 원하면 항우울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인지행동치료
우울증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특징적으로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뚜렷한 근거 없이 비관을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무기력하고 능력이 없으며 살 가치도 없다고 단정해버리는 부정적인 생각은 우울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런 사고를 하는 인지적인 왜곡을 교정하는 것이다.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로도 호전되지 않는 심한 우울증은 약물에 의존해야 한다.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는 부작용에 주의해서 적은 용량부터 천천히 용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노인처럼 다른 신체적 질병과 합병돼 우울증이 나타난 경우엔 항우울제가 기존에 투여하고 있던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대개 경증이나 중증의 우울증에는 부작용이 적은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불안, 초조증상이 동반된 심한 우울증에는 전통적인 삼환계 항우울증(TCA)이 효과적일 수 있다. 단 이 때는 부작용이 빈번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되며 투여 후 적어도 6~8주간은 치료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전기경련요법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법이나 다른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 주로 사용한다. 심한 초조감이나 정신병적인 증상이 동반된 경우, 자살 위험성이 높을 때, 항우울제의 부작용이 심하거나 약물치료에 실패한 경우 보통 1주일에 3회로 모두 6~12회 실시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족들의 역할도 중요
우울증은 가족들이 병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력을 갖는가에 따라서도 치료효과는 달라진다. 우울증에 있어서 가족들의 사랑과 격려는 치료의 열쇠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우울증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노인환자들의 경우에는 감정적, 재정적으로 지지해주어야 하는 책임이 가족들에게 따르기 때문이다.
또 환자를 격려하고 그들의 좌절, 분노, 후회 등의 감정을 환기시킴으로써 가족들이 바로 환자에게 있어 최고의 감정적 지지자임을 환자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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