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병 환자, 콩팥 망가져 ‘이중고’
2년 전 단백뇨 진단을 받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방치해 온 김모(54)씨. 그가 최근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땐 이미 콩팥 기능이 10%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신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남은 일생을 투석기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안한 것은 앞으로 버텨야할 각종 합병증과 생활고다. 만성 콩팥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7명 중 1명이 콩팥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목숨은 물론 생계까지 위협하는 만성 콩팥질환의 모든 것을 들여다봤다.만성 콩팥병 환자 대다수는 건강상 어려움과 취업기회 불평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진다. 대한신장학회가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말기신부전 환자 576명을 조사한 결과, 75%가 무직이었다.
암 다음으로 비싼 질병
또 직업이 있어도 평균소득은 104만원에 불과했고, 이 중 57만원을 치료에 쓰고 있었다. 실제 환자들은 ‘경제적 어려움(34%)’이 ‘치료의 번거로움(20%)’이나 ‘신체 고통(17%)’보다 더 힘들다고 느꼈다.
대한신장학회가 전국 7개 대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일반인을 샘플 조사한 결과, 성인의 13.8%가 만성 신장병을 앓고 있다. 투석과 이식 등 신대체요법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는 1986년 2534명에서 2000년 2만8046명, 2006년 4만6730명으로 21년 동안 17.4배 증가했다.
이렇게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고혈압과 당뇨환자의 급증과 관련이 있다. 전체 환자의 3분의 2이상이 두 질환에 의한 것이다. 고혈압 환자는 정상인 보다 중증 만성콩팥병의 상대위험도가 2.9배, 당뇨병은 2.5배, 고콜레스테롤은 2.2배 높다. 비만 역시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경우 정상체중(BMI
18.5~24.9)보다 2.5배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다’ 만성 신장병은 우리 속담을 그대로 보여준다. 간단한 혈압·소변·혈액 검사만으로 퇴치할 수 있는 것을 병을 키워 혈액투석을 받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만성 콩팥병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고른 영양섭취와 조기발견 중요
균형 잡힌 식사와 주 4∼5회(45∼60분)의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철저한 혈당·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당뇨병·고혈압 환자나 고령자, 가족력이 있으면 정기적인 콩팥검사가 필수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 상승과 혈류감소를 유발하므로 삼간다. 음주 역시 혈압상승과 전신 반응으로 콩팥에 나
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콩팥은 약이 대사되거나 대사산물을 배설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의사가 처방해 준 약 이외의 건강식품이나 약물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입맛이 떨어져 영양보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식단은 필요 이상의 단백질은 피하고 대신 열량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짠다. 고기류·달걀·두부 등에 포함된 단백질은 체내에 이용된 뒤 요소라는 노폐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콩팥기능이 떨어지면 요소가 혈액에 쌓이고, 콩팥에 더욱 부담을 준다. 육류보다 밥·빵·국수 등 열량식품이 추천되는 이유다. 염분 역시 콩팥기능이 약해지면 체내에 쌓이므로 하루 소금 섭취량을 3~4g으로 조절한다.
만성 신장병 환자의 건강관리
▶과일과 채소의 지나친 섭취를 피한다
딸기·포도·복숭아·참외·토마토 등 신선한 과일과 채소에는 칼륨 성분이 많다.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져 근육 쇠약·부정맥이 생길 수 있다.
▶수분을 적당히 섭취한다
환자들은 수분이나 전해질(나트륨·칼륨 등)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땀을 많이 흘린 후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심하면 의식장애까지 온다. 그렇다고 너무 적게 마시면 탈수가 우려되므로 주의한다.
▶ 피부 감염에 주의한다
피부가 가렵다고 자꾸 긁으면 피부에 상처가 생기고, 이를 통해 감염이 발생한다. 복막투석 환자는 여름철 관 삽입구의 감염 예방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조리하지 않은 음식은 삼간다
생선회와 같은 날음식은 피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경우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몸에 수분과 전해질을 보존하거나 배설하는 능력이 떨어져 설사나 구토에 취약하다.
▶고혈압·당뇨병을 꾸준히 관리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만성콩팥병을 말기신부전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 처방받은 약을 거르지 말고, 수시로 혈압과 혈당 수치를 점검한다.
▶적당히 운동을 한다
적당한 운동요법은 도움이 되지만 과로는 금물. 여름엔 햇볕이 강한 오후 1∼4시는 피한다.
한편 다음 9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나타난다면 만성 신장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①혈압이 올라간다
②눈 주위나 손·발이 붓는다
③붉은 소변 또는 탁한 소변을 본다
④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긴다
⑤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자주 본다
⑥소변량이 줄어들거나 소변보기가 힘들어진다
⑦쉽게 피로해 진다
⑧입맛이 없고 몸무게가 줄어든다
⑨몸 전체가 가렵다
정혜영 기자 jhy@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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