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부른 ‘부시 사모곡’
두 번 부른 ‘부시 사모곡’
  • 김현 
  • 입력 2007-10-12 09:44
  • 승인 2007.10.12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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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부시 면담 불발 해프닝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MB)의 어설픈 외교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이 2차례나 무산되는 해프닝
을 빚으면서 국내 언론은 물론 대중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MB는 지난 6월 13일, 1차로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될 뻔했다. 하지만 당시 MB측 박대원 외교실무라인 등에서는 “MB가 백악관에서 만남이 아니면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만류해 부시 대통령과의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다. 또한 그 이후 두 번째 면담은 10월 중순경, 강영우 박사(미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의 주선으로 비공개 면담이 성사될 조짐이었으나 강 박사가 국내 언론은 물론 미주지역 언론 등에 미리 공개하는 바람에 ‘MB-부시’의 면담은 결국 좌절됐다.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지 않는다면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지난 6월 13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MB)측 외교실무라인은 이같은 말 한마디로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이 코앞에서 좌절됐다. 이날 MB는 미국 워싱턴 D.C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 후원모임 행사에서 한 테이블에서 만날 예정이었지만, “백악관에서 만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MB측 외교실무라인은 MB의 미국행을 만류한 것이다.
MB-부시 대통령과의 면담 해프닝을 초래한 MB측 주요인물은 박대원 외교실무라인을 축으로 한 3~4명의 외교담당자들이다.

부산 동지상고 출신인 박대원 서울시 국제 관계자문 대사는 MB와 고교선후배 관계로 외교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자문대사는 주 알제리 대사를 지냈다.


1차 회동불방 원인은 ‘장소’

MB가 부시 대통령을 처음 면담하고자 했던 때는 지난 6월 13일. 이날은 당시 미국 워싱턴 공화당 상원의원 49명과 미 50개 주 가운데 공화당 주지사 28명 등을 포함,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시 대통령을 위한 후원모금차원의 만찬회가 워싱턴 D.C.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과 주지사가 주축이 된 만찬에 MB를 초청, 부시 대통령과 한 테이블에 앉도록 할 예정이었다.

이 모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임청근 박사다. 임 박사는 미 공화당 전문정책위원회 한반도 문제 담당자로 백악관을 자주 왕래하는 한국계 인물로 통한다. 그가 백악관에 편지와 전화 등을 하면서 MB를 부시 대통령 후원만찬회에 초청하도록 주선한 것이었다.

또한 딕선버그 전펜실베니아 주지사 또한 MB와 부시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는데 일조한 인물이기도 하다. 딕선버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부시 대통령(32대 대통령)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낸 공화당 출신 정치인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MB측은 “부시 대통령 만찬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고, 부시 대통령의 옆자리에 마련된 MB의 테이블 좌석은 당시 주간지 ‘미래한국’ 김상철 편집인이 대신했다는 것이다.

1차로 MB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을 주선한 임 박사와 딕선버그 등은 이날 워싱턴컨벤션 센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호텔에 숙박 예약을 마친 상태였고, 부시 대통령과는 따로 약 15분 정도 담소를 나눌 시간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MB-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시간에 풀 기자단 2명도 동석할 수 있도록 모든 스케줄을 짜놓았다는 것이다.


K대학 부총장 핵심멤버

이날 미국 워싱턴에는 MB측 선발대 2명이 미리 와 있었다. 그들은 K대학 부총장 등이 주축이 된 MB측의 핵심 멤버였다. 이들 멤버는 그 이튿날인 지난 6월 14일 오전, 미국측 주선자였던 임 박사 등에게 “(MB측) 외교담당 특보들이 그런 모임에서는 만
날 수 없는 상황이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했다.

결국 임 박사 등은 “공화당 출신 상원의원과 주지사 주최로 열린 부시 대통령 후원 만찬회는 상당히 하이클래스들만 참석하는 모임이라는 것을 (MB측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2차면담 주선자는 강영우 박사

하지만 MB측은 지난 9월경, 또 한 차례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도했다.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강영우 박사를 통해서다. MB측은 강 박사의 주선으로 일단 미 백악관 비서들과 비공식 접촉라인을 뚫었다. 강 박사는 우선 백악관 부시 대통령 비서진들과 접촉했고, 부시 대통령은 공식회동차원이 아닌 개인스케줄 형식으로 면담할 수 있는 시간을 조정한 것이다. 이 때, 부시대통령의 의전담당 비서인 멜리사 베넷 의전실장은 MB측에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일정을 알려줬고, MB는 10월 중순경 면담이 성사될 단계였다.

하지만 ‘MB-부시 대통령’과의 두 번째 면담성사가 깨진 결정적인 이유는 국내외언론에 비공식 면담 일정이 미리 보도됐기 때문이다.

미국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국은 현직 대통령은 물론 국무장관 등이 우방국의 야당 대선후보와 공식적인 면담을 하는 일이 없었다”며 “그동안 차관보 정도가 만났을 정도여서 이번 MB와의 면담이 국내 언론에 공개된 이상, 미 백악관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정황을 살펴봐도, 부시 대통령이 우방국 야당 대선후보를 공식적으로 초청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MB측 외교실무라인이 경험부족에서 빚은 크나큰 실수였다”고 지적한다. 결국 ‘4강 외교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방문)’를 외치던 MB의 대선행보는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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