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찾아온 ‘마음의 병’

만물이 생동하는 봄.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에 지치는 사람들은 따사로운 봄 햇살이 마냥 달갑지 않다. 특히 남편은 회사, 아이들은 학교에 보낸 뒤 혼자 남은 주부에게 이런 우울증은 암보다 무서운 병이다.
계절을 타는 우울증은 겨울철을 전후해서 많이 나타난다. 추석이 지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뒤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른 봄까지다. 특히 자살의 위험성은 우울증 증상이 절정을 넘어선 시기, 즉 겨울에서 봄철사이에 몰려있다. 결혼생활 10년을 넘긴 주부들 사이에서 ‘봄철 우울증’은 두드러진다. 대표적 증상은 모든 일이 귀찮고 식욕이 없어지는 것. 잠도 푹 자지 못하며 신경질도 부쩍 는다.
가족을 챙기고 집안 살림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지만 모든 게 의미 없게 느껴진다.
극단적인 경우 살기 싫다는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우울증은 상당히 진전된 뒤다.
‘우울한 것’과 ‘우울증’은 달라
어느 날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 사람들은 대부분 “우울증인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우울한 것과 우울증은 다르다.
우울한 기분일 땐 일을 하기 싫다고 생각해도 할 수 있고 하루 쯤 쉬면 기분이 나아진다. 그리고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긴 해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리면 ‘내가 싫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등 자책감이 심해지며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극단적일 땐 자살시도까지 한다.
우울한 기분은 보통 2주 쯤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 그러나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이 이어지고 정도가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 할 정도로 가장 흔한 정신과적 질병이다. 여성이라면 평생에 한번은 앓고 넘어간다는 게 정설이다.
서둘러 병원을 찾는 육체적인 병보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병은 주위사람들은 물론 본인조차 ‘조금 지나면 나겠지’ 하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울증은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중 4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병이다. 특히 우울증환자 15%가 자살에 이르는 만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학계에 따르면 우울증환자는 고혈압, 협심증, 당뇨병, 관절염 등 육체적 병을 앓는 사람들보다 일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은 뇌가 앓는 병이다
우울증 원인은 여러 가지다. 환경, 성별,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때 나타나는 게 우울증이다.
우울증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역시 스트레스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를 잘 이겨낼 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이 서툴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확률적으로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남성은 10명 중 1명, 여성은 5명 중 1명꼴로 우울증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은 월경, 임신, 출산 등을 통해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게 우울즐 환자가 많은 이유다. 호르몬은 신경계와 깊은 관계가 있으므로 이 같은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또 주부들의 경우 자녀가 크면서 ‘더 이상 엄마도움이 필요 없다’는 등의 공허감, 남편과 비교했을 때 전업주부인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 등도 주부 봄철우울증의 원인이다.
우울증은 단순히 마음의 병이 아니다. 우울증원인은 스트레스지만 궁극적 요인은 뇌 속의 변화다.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세로토닌이란 신경물질이 충분히 작용하지 않으면 우울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 특정질병을 앓을 때 우울증이 덩달아 나타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선 사별, 이혼, 실직 등 다양한 생활사건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충분한 휴식·약물로 치료
우울증치료의 기본은 휴식과 약물이다.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푹 쉬면 병을 이길 수 있다. 우울증은 느긋하게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쉽게 재발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섣불리 약을 끊기보다 의사와 상의, 치료를 계속 하는 게 좋다.
고부갈등, 부부문제, 자녀문제 등 주변 환경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은 정신적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한다. 우울증으로부터 완전 벗어나기 위해선 병을 앓게 된 갈등이나 주변문제들을 찾아 해결하는 게 먼저다.
우울증도 빨리 발견하면 치료가 쉽다. 초기라고 느껴졌을 때 빨리 전문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
책임감 강한 사람 우울증 잘 걸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스트레스를 받고 이것이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또 감정을 쉽게 털어버리지 못하고 안 좋은 기억을 오래 쌓아두는 사람들 역시 우울증에 쉽게 걸린다.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생활지침을 따르는 게 좋다.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자신의 습관을 파악한다.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자신의 능력이 뒤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이번엔 운이 나빴어’라고 생각하는 건 전혀 다른 기분을 들게 한다.
▷감정과 생각을 분리하는 연습을 한다. 어떤 기분이 들었을 때 일단 그 감정에 대해 적어본다. 약간 감정을 가라앉힌 다음 합리적으로 생각해본다. 처음과 비교해보고 나중은 어떤 기분이 됐는지 기록해 본다.
▷자신을 칭찬, 자신감을 갖게 한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은 늘 ‘나는 뭘 해도 안 돼’라고 스스로를 낮춰 평가한다. 우울증을 이기려면 자신감을 갖기 위해 스스로 칭찬해 줘야한다.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움직인다. 산책, 운동, 쇼핑 등 몸을 자주 움직이면 스트레스가 풀려 몸 상태가 좋아진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 여행, 드라이브 등 자신이 즐겁게 생각하는 것을 찾아 최대한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꼭 외출하지 않더라도 요리, 청소 등 집안일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간단한 호흡법으로 긴장을 푼다. 긴장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호흡을 하는 것.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숨을 뱉는다. 복식호흡을 할 수도 있다. 천천히 배로 숨을 들이마셔서 배를 불룩하게 한 뒤 숨을 내뱉으며 배를 집어넣는 것이다. 어느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거나 좋은 상상을 하면서 호흡을 하면 도움이 된다.
▷하루에 한번 햇볕을 쐰다. 종일 건물 안이나 집안에서만 생활할 땐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햇볕은 기분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따뜻한 햇살을 만끽해 보자.
▷우울증에 좋은 식품도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는 것도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통밀, 현미, 토마토, 시금치, 유제품, 흰살생선, 녹황색야채, 콩, 굴 등이 우울증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밀가루, 콜라, 햄버거, 삼겹살, 꿀, 과당이 들어간 음식은 피해야 한다.
#우울증 걸린 사람 절대 금물 7가지
① ‘기운 없어 보인다’며 건네는 ‘힘내라’는 격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스스로 힘을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돼 우울증에 걸린 것이다. 자신을 채근한다고 느낄 수 있으므로 ‘힘내라’는 말은 금물이다.
② ‘빈둥거리지 말라’며 게으름뱅이 취급하기
아무 일도 안 하고 망연자실한 듯 보여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결코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다. 휴식이 필요한 때일 뿐이다.
③ ‘조깅이라도 하라’며 운동 권하기
조깅이나 마라톤 등 운동량과 에너지소모가 많은 운동은 우울증환자에게 무리다. 산책정도로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정도가 좋다.
④ 혼자 있도록 내버려두기
우울증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환자의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럴 때 혼자 두는 건 금물이다. 말을 걸어주는 등 혼자
있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⑤ 아침에 억지로 깨우기
우울증환자는 하루 중 아침에 가장 컨디션이 나쁘다. 아침부터 무리하게 깨우지 말고 오후쯤 스스로 기운을 차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⑥ 스트레스해소를 위해 노래방 등에 데려가기
우울증환자가 앓고 있는 스트레스는 노래방에서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풀릴 게 아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도저히 그럴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
⑦ 기분전환을 위해 여행 권하기
버스 등으로 오랫동안 이동하면서 관광지를 여행하는 건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는커녕 매우 괴로운 일이다. 편안하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온천여행 정도가 적당하다.
건강전문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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