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대분열 위기
범여권 통합민주신당은 연말 ‘대선’을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었다.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사실상 정권재창출이 난망하다는 판단에서 지난 여름 급작스럽게 만들어졌다.하지만 사공 세 사람의 경쟁 속에서 바다에도 이르기 전에 자칫 산으로 갈 위기에 처했다. 통합신당이 지난 슈퍼 4연전 이후 당초 잡혀있던 경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오는 14일 ‘원샷 승부’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당내 불협화음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동안 선두를 유지해 오던 정동영 후보 측은 ‘경선 불참’이라는 극단의 카드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져 긴장감은 날로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지난 9월 20일 경 손학규 후보가 ‘동원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돌연 칩거에 들어가자 정 후보측은 그 배후에 이해찬 후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 후보측의 김현미 대변인은 “양 캠프 주요 인사들끼리의 만남이 목격됐다”며 두 후보의 물밑 교감을 강하게 주장했다.
정 후보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그 때부터 양측이 모종의 합의를 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면서 “이번 경선 룰 변경은 두 후보측에 의해 좌지우지된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광주와 부산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슈퍼 4연전에서 정 후보가 또 다시 승리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걸었다.
동원 경선 시비와 대통령 명의 도용 등 불명예스러운 일로 방향타를 잃은 통합신당은 급기야 ‘원샷 경선’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이 역시 혼란을 부채질 했을 뿐이다.
국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한 인사는 “저들이 얼마 전 까지 정치개혁을 부르짖던 그 사람들인지 한마디로 경악스럽다”며 “이렇게 해 놓고 어떻게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것인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손, 이 ‘피해자 의식’ 공유
손, 이 두 후보의 연대설과 관련 정치권의 이목을 끄는 쪽은 이 후보로 대표되는 친노 그룹이다.
당초 친노 그룹은 ‘반 손학규’ 정서가 강했지만 경선을 거치면서 노골적으로 ‘반 정동영’ 노선으로 전환했다. 경선 초기만 해도 이 후보는 “민주개혁세력이 결집하려면 손 후보가 되는 사태는 절대로 막아야 한다”며 정 후보에게 손을 내밀 정도였다.
이 후보측의 방향 선회는 정 후보가 경선과 여론조사에서 1위로 치고 나간 게 주 요인이지만 캠프 내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던 ‘반정’ 정서가 표출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후보측의 선대위원장인 유시민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정 후보측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대표적인 인사였다.
여기에 손, 이 두 후보측이 모두 불법 선거 운동의 피해자라는 ‘공유 의식’을 가지면서 연대설이 나오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줬다. 실제로 양측 그룹에선 이참에 정 후보를 내 몰아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정 후보측은 이와 관련 “정 후보를 구태 정치의 전형으로 몰아 정치적 타격을 입히는 동시에 사퇴시키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 같다”며 “이미 얼마 전부터 정동영 아웃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양측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정 후보측은 ‘원샷 경선’ 결정에 대해 초반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가 막판 ‘수용’으로 돌아섰다.
“1등인 우리가 왜?”
정 후보측은 이번 ‘반정 전선’의 근원을 과거 재야파와 친노그룹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에서도 결국은 우리가 이기지 않았느냐”며 “내년 총선을 의식, 양측이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우리를 사지에 내 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등인 우리가 왜 물러서야 하느냐. 피하는 건 잘못을 인정하는 것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와 관련 “당을 위해 다시 한 번 저를 버리겠다”며 “당의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후보측이 요청한 ‘네거티브 중단’ 주장과 손, 이 두 후보의 ‘진상규명’ 주장은 충돌할 수 밖에 없어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신창이가 된 ‘통합신당’호가 과연 대선이라는 바다에 다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