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술자리 건강학

연말연시를 맞아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하기 바쁘다. 송년회, 신년회, 동창회, 친목회…
그렇다고 참석하지 않을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 또 모임에 참석하더라도 술을 멀리하겠다는 다짐을 단단히 하지만 쉽지 않다.
처음엔 홀짝 홀짝… 그것도 잠시. 미뤘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세웠던 다짐은 사라지고 ‘고주망태’다.
다음날 출근길도 ‘고생길’이다. 줄줄이 늘어선 ‘술모임’. 술을 마시면서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없을까.
먼저 술 약속은 가능하면 일주일에 2번 정도로 제한, 3∼4일 터울을 두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실 때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마셔야 간에 부담이 덜하다.
또 술자리가 대부분 1차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차, 3차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에도 약한 술부터 시작해야 한다.
입가심 맥주는 숙취 주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먼저 마시게 되면 취기가 빨리 올라와 약한 술을 마셨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술을 마시기 쉽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마시는 맥주는 탄산성분 때문에 알코올 흡수가 더욱 촉진돼 숙취가 심해진다. 술을 요령껏 마시는 것 못
지않게 안주의 선택도 중요하다.
일단 담백하고 짜지 않아야 한다. 짠 안주는 갈증을 유발시켜 술을 더 많이 마시는 원인이 된다.
삼겹살이나 돈가스, 튀김류 등의 기름진 안주보다는 김, 생선, 두부, 과일, 채소 등의 안주를 곁들이면 술이 덜 취하고 다음날 숙취도 덜 하다.
혹자는 기름진 안주가 위의 점막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좋다고 하지만 알코올은 물과 기름에 상관없이 흡수된다.
더욱이 지방질이 많은 안주는 위 속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 악취를 유발하고 간에도 축적돼 지방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람마다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양이 다르다. 따라서 ‘술의 세기’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술이 세다고 자신의 간도 그만큼 튼튼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즉 마셔대는 알코올의 양이 많을수록 간의 부담은 더 커지고 손상된다.
습관화되면 지방간이 생기는 것은 물론 간경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40∼80g의 알코올을 매일 5∼10년 동안 마실 경우 간경화증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알코올 총량이 80g을 넘지 않아야 한다. 알코올 80g에 해당되는 양은 맥주의 경우 2000cc, 소주 2홉들이 한 병, 양주 200cc이다.
알코올 총량은 술에 포함된 알코올의 농도에다 전체 술의 양을 곱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알코올의 농도가 23% 소주 한병을 마셨다면 0.23×3백60ml=82.8g이다. 또 맥주와 독한 술을 섞은 폭탄주의 경우 알코올의 농도가 약 20% 정도로 폭탄주 한잔의 알코올 총량은 0.2×200ml=40g이다. 알코올 총량면에서 폭탄주 한잔이 소주 반병과 같다.
한편, 사람의 알코올 대사능력은 시간당 0.15g/kg정도. 체중 70kg인 사람이 한 시간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은 10g이다.
알코올 분해에는 수분이 최고
계산상으로는 한 잔의 맥주를 한 시간에 걸쳐 마시면 결코 취하지 않는다.술을 많이 마신 후 먹는 밤참은 뱃살을 늘리는 주범이다.
몸에 들어 온 알코올의 양이 많으면 간은 이를 해독하느라 포도당을 만들어내지 못해 저혈당이 유발된다.
혈당이 떨어지면 배가 고프고, 결국 음식을 찾게 된다. 이럴 땐 가능한 밤참을 먹지 말고 물이나 이온음료를 충분히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알코올을 분해하고 배설시키려면 많은 양의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는 되도록 담배를 줄이는 것이 좋다. 담배는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키고, 또 알코올은 니코틴의 흡수를 촉진시킨다.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술의 양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즐겁게 대화를 하면서 술을 마시면 천천히 마실 수 있고, 술기운을 빼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잔을 돌리는 음주습관도 바꿔야 한다. 여러 사람이 서로 술잔을 돌리면 가속도가 붙어 자신도 모르게 폭음하기 쉽다. 자신의 잔으로 주량에 맞게 마시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은 여지없이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깨질 듯 숙취가 찾아온다. 이는 알코올 분해과정의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혈액 속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숙취해소의 열쇠는 바로 이 아세트알데히드를 가능한 한 빨리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에 달렸다.
알코올의 1차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는 약리작용이 매우 강해 알코올의 수백 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요한 작용 중 하나가 말초혈관의 확장이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 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에 술을 마시면 오히려 창백해지는 사람도 있다. 이는 알코올로 내려간 혈압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하는 과정에서 혈류의 흐름이 나빠져 창백해지는 것이다.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내 알코올과 전날 쌓인 노폐물들을 빨리 배출시키면 빨리 숙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데 뭔 운동이냐며 귀찮은 사람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괜찮은 운동법이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약 10% 정도의 알코올이 배출된다고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숙취를 풀기 위해 사우나에서 한바탕 땀을 빼고 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별로 바람직한 숙취해소법이 아니다.
알코올의 이뇨작용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수분과 전해질을 사우나로 몽땅 빼앗기기 때문이다. 꼭 사우나를 해야겠다면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정도의 가벼운 온탕욕이 적당하다.
술 마신 다음날은 반드시 아침을 해야 한다. 아침을 먹지 않고 건너뛰면 온 몸의 대사가 둔해져 숙취가 꽤 오래간다.
속을 다스리고 술기운을 몰아내는 해장국으로는 선지국, 콩나물국, 북엇국, 동치미 등이 좋다.
아침저녁 비타민 풍부한 주스를
선지국의 선지에는 철분과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다. 콩나물과 무도 같이 넣어 조리하기 때문에 영양가 있으면서 속이 시원하게 풀린다.
숙취해소를 위한 최고의 음식으로 콩나물국을 빼놓을 수 없다. 콩나물에 풍부한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돕는다. 특히 콩나물 꼬리부분에 많다.
개운하고 시원한 맛의 북엇국은 아미노산이 풍부해 간의 피로를 덜어준다. 비타민A·B와 니아민 등의 성분이 아세트알데히드의 배출에 관여한다.
조개국은 타우린과 아미노산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들 성분 역시 간장을 보호하고 강정효과로 숙취해소에 그만이다.
한편, 술을 마신 후에 수분과 당분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해소법이다. 과당이 들어있는 유자차, 칡차, 인삼차, 생강차 그리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주스 등을 마시면 좋다.
특히 술자리가 잦은 연말 아침저녁으로 마셔두라.
건강전문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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