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갈지자 행보를 걸으며 장외 제3후보인 문국현 후보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
최근 CBS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는 8.1%의 지지율을 얻으며 두 자릿수에 다가가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문 후보측이 10월 중 예상한 10%대 돌파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이에 따라 문 후보에 대한 ‘검증론’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문 후보의 ‘사람입국 신경쟁력특위’ 위원장 전력도 다시 한 번 점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른바 ‘문국현 특위’의 실체를 추적했다.
문국현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경제대통령을 꿈꾼다.
이번 대선 또한 이명박 식 경제대통령 대 문국현 식 경제대통령 구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문 후보에 대해 일치감치 신뢰감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4년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의 ‘사람입국 신경쟁력특위’ 위원장으로 위촉한 것도 문 후보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문 후보는 참여정부 들어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자문회의 위원, 여성부 여성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여러 차례 입각 제의를 거절하기는 했지만 참여정부와의 연관성은 꾸준하게 지속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 자문 특위의 한계
소위 ‘문국현 특위’라고 불리는 ‘사람입국 신경쟁력특위’는 전면에 내세웠던 만큼 성과는 많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초 특위는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고부가가치형 지식사회 구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직장 내 평생학습체계 구축, 근로자 과로 해소, 여가 및 문화생활 혁신 등을 과제로 삼았지만 기껏해야 ‘자문’ 이상의 역할은 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문 후보의 위원장 위촉 시 특위 위원은 최명주 한국IBM 부사장(이하 당시 직함), 이형모 시민의 신문 사장,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김장호 한국직능개발원장, 임영숙 서울신문 주필, 장영철 경희대 교수, 정진화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정향자 노동·실업광부센터 소장, 정희자 오토피스 정보통신 회장, 조동성 서울대 교수, 박순일 보건사회연구원장을 포함해 12명이었다.
그러나 구성원들 간에 추구하는 색깔이 다양했던 데다 자문 특위여서 실질적인 성과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문 후보는 위원장 재직시 한 특강에서 자신의 구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수의 인재가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린다는 소수 의존체제는 디지털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 경쟁력 강화 및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질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기업인다운 이중행보”
당시 그는 질적 구조조정의 방안과 관련 ▲가치체계를 일 중심에서 삶 중심으로 ▲직장 개념을 과로체제에서 학습 체제로 ▲정책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이미 이 때부터 문 후보에게 돗자리를 펴 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범여권의 한 인사는 “자문 특위라는 게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힘든 곳 아니냐”며 “그런데도 문 후보를 주위에 두고 싶어한 노 대통령이 특위를 만들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사람입국’을 표방하며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특위 위원장 재직시 활동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 내용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범여권의 한 대선 후보는 “한 기업에서 성공했다고 해도 국가 경영에 도입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정치는 실리를 우선으로 하는 기업 운영과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문 후보의 경쟁력을 폄하했다.
또 다른 통합신당 관계자도 “문 후보가 특위는 맡으면서도 입각을 거절한 것은 이중행보였다는 느낌이 적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이미지라는 열매만 가져가고 책임은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 후보측은 ‘사람입국’ 구상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며 “이미 많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성과가 드러났다. 문 후보의 경쟁력을 두려워하는 세력의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통합신당 경선의 급류 속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문국현호’가 대선 정국의 다크호스로 떠 오를지 올 대선 정국의 주요 변수다.
#‘유한킴벌리’ 모델이란?
문국현 후보(전 유한킴벌리 사장)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로 대표되는 친환경기업 이미지가 전자라면 4조 3교대제 혹은 4조 2교대제라는 독특한 작업 방식은 후자다.
문 후보는 유한킴벌리 사장 재직시 독특한 작업 방식과 함께 ‘평생학습체제’ 모델을 강조했다. 4조 근무제를 통해 필요한 인력의 133%를 고용, 100%의 인력이 일을 하면 나머지 33%의 인력은 쉬거나 교육을 받는 방식이다.
4조 3교대제 당시 유한킴벌리 공장의 1인당 교육 시간은 연간 약 360시간으로 이 중 120시간 정도는 정규 근로시간 내에 포함된 교육 훈련이고 나머지 240시간 정도는 잔업 수당을 지급하는 교육 훈련 시간이었다. 유한킴벌리의 평생학습 체제는 직무교육 60%, 교양교육 40%로 구성됐다.
그러나 혁신과 학습을 강조하는 ‘유한킴벌리식 운영’이 국가 경영에도 적합한지는 대선 정국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문 후보는 현재 8% 경제성장, 500만개 일자리 창출, 평생학습사회 구축, 반의 반값 아파트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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