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우울증 치료 시급”

몇 년 전 홍콩영화 전성기를 이끌며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영화배우 장국영씨가 호텔에서 투신자살, 전 세계 영화팬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장국영씨의 자살원인 중 하나가 우울증 증세와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또한 현실과 영화를 혼돈하는 정신이상증세도 보였다고 전해진다. 국내에서도 개봉된 영화<주홍글씨>에 출연하는 등 매우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인기 영화배우 이은주씨가 갑자기 자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도 평소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유명 배우들뿐만 아니다. 지난 해 부산에서는 공포영화를 관람하던 한 여성관객이 흉기로 자신의 목을 찔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여성도 가족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등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증은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을 상실, 절망과 슬픔의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자살자 70% 우울증 환자
특히 만성우울증이나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이들처럼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자살하는 사람들 70% 이상이 넓은 의미의 우울증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크게 생물학적 요인과 가족력, 사회심리학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신경 조절 성분인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엔돌핀 등의 변화로 생기는 우울증이 생물학적 요인이다. 또한 가족 중에 우울증 병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3배 높다.
물론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전학적 요인에 심리사회학적 스트레스 등이 겹치면 그만큼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외적 스트레스로는 큰 좌절감을 가져오는 갑작스런 실직, 가족의 사망, 시험·사업의 실패,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대인관계에 심각한 갈등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외적 스트레스가 없더라도 모든 일에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오래된 사람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우울증의 증상은 개인에 따라 증상의 정도와 지속기간이 다르게 나타난다.
전형적인 우울증은 몹시 피로하고 무가치·무기력한 사고와 절망감에 빠지게 하고 체중감소, 불면증, 불안·초조 등을 나타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통이나 만성 피로감을 호소하며 심할 땐 환청과 피해망상을 보이는 등 증상이 무척 다양하다.
특히 장마철에는 높은 불쾌지수 때문에 짜증나고 날카로워 우울해지기 쉽다. 일조량이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어린 시절에는 거의 생기지 않고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점차 증가하기 시작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 청소년이 2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과도한 학업 부담으로 부모와 갈등이 만만찮다. 결국 충동적인 자살을 선택, 부모는 물론 주변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한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약 20%가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으며 이중 약 9%가 자살을 기도한 경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적도 있다.
여성은 폐경 무렵인 갱년기에 잘 발병하며, 남성의 경우는 퇴직 이후 많이 생긴다.
△만성우울증
만성우울증은 우울한 증상이 2년 이상 지속됐을 때를 말한다. 만성우울증 환자는 매사 비관적일뿐더러 염세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장기간 약한 정도의 우울증을 ‘감정부전장애’라고 한다.한번 우울증이 있었던 사람은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약 50∼60%가 재발, 두 번째 우울증을 경험한다. 두 번째를 경험한 사람은 세 번째는 70%, 네 번째는 90%가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가면우울증
우울증은 모든 연령층에 나타나며 증상도 다르다. 소아기는 상실에 의한 우울증으로 이별불안, 학교공포증, 애착행동, 행동과잉, 성적 저하 등을 보일 수 있다.
사춘기 땐 반사회적 행동, 가출 및 무단결석, 알코올·약물남용, 문란한 성관계 등의 행동을 보인다.
어른들의 약물남용, 알코올중독, 상습도박, 정신지체장애 등도 우울증의 한 표현이다.
노년기에는 경제적 장애, 배우자 상실, 만성질환, 외로움 등에 의해 우울증이 잘 생긴다.
△주부우울증
우울증 발병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두 배 가량 높다. 전체인구의 약 15%가 평생 동안 한번 이상 우울증을 앓는다. 여성의 경우
는 25%로 다섯 명 중 한 명이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흔하다.
이렇게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호르몬의 영향과 임신·출산, 월경 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며, 남녀 간 사회적 불평등도 외적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주부우울증은 슬픔, 우울감,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 등 때문에 주부 역할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정신장애로 발전한 경우다.
흔히 30대 중반 이후에 많이 나타난다. 남성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좌절감과 실망감 등이 원인일 수 있으며, 자녀들의 독립으로 느끼는 공허감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처지 비관 등이 우울증을 일으킨다.
이외에도 고부간의 갈등, 자녀의 배우자 선택, 경제적 문제 등도 원인이다.
△산후우울증
대부분 출산 이후 한 달 이내 발생한다. 출산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와 산모로서의 불안 및 심리적 갈등이 원인이다.
원치 않은 출산, 남편과의 갈등, 남아선호의 사회적 풍조로 인한 심리적 허탈감, 평소 심약한 성격, 우울증 환자의 경우에서 많
이 생긴다.
증상으로는 아기를 보려 하지 않고, 불안해 보이며, 말도 없고 침울한 모습이다. 증세가 심한 경우 아기에게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출산 후 대부분 산모들은 우울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남편과 가족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고, 육아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조언을 들으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우울증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필연적으로 많은 고통을 안겨준다. 따라서 가족들의 관심과 지속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울증의 치료는 증상이 빨리 호전되는 약물치료와 일상적인 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정신치료를 병행한다.
먼저 약물치료는 항우울제를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너무 빨리 약물 투여를 중단하지 말고 최소한 6개월 이상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약을 갑자기 끊으면 구토, 소화장애, 두통, 발한 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항우울제 약물은 습관성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울증 예방하는 생활습관
자신의 감정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편한 누군가에게 말하게 하라.
억울하고 화가 난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 속 깊이 담아두면 일명 ‘화병’이 생긴다. 이런 화병도 우울증의 한 증상이다.
대화에서 따돌림해서는 안 된다. 인내를 가지고 맞장구치며 관심있게 이야기를 들어라. 말만 잘 들어줘도 80%의 치료효과를 얻는다. 또 자살에 대해 말하면 묵살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에 알려야 한다.
스트레스가 심할 땐 큰 결정사항이나 일을 잠시 미뤄라.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균형있는 식습관은 정신적 저항력을 강하게 해준다.
우울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는 가벼운 소설과 잡지로 기분전환 시킨다. 물론 복잡하고 어려운 책은 삼가는 것이 좋다.
우울증으로 잠을 잘 못 이루면 신체리듬이 깨져 여러 가지 괴로움을 겪게 된다. 이럴 땐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가벼운 산책을 하면 도움이 된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으면 정상인 사람도 우울하다. 친구나 애인 또는 모임에 나가 함께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면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우울증 환자는 한결같이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다. 부정적인 생각은 일에 대한 흥미와 능률을 떨어뜨린다. 또 원만한 대인관계도 힘들다.
때문에 영화감상이나 등산 또는 종교, 문화적 활동 등 좋아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건강전문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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