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전국의 명산들이 몸살을 앓는다. 이맘때면 반드시 치루는 통과의례다. 더구나 설악산에는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마치 버스를 타듯 줄서서 올라야만 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렇게나마 단풍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단풍구경 하고픈 마음이야 꿀떡이지만 몸이 시원찮아 힘들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면 관절염 환자는 괴롭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관절 부위의 근육이 굳어지면서 관절의 운동성이 좋지 못하고 통증 도 더 심해진다.
여자가 남자보다 많이 발병
무릎이나 엉덩이에만 관절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관절염의 종류도 대략 100여 가지. 무릎, 엉덩이, 어깨, 척추, 손가락 등 관절이 있는 부위면 어디에나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흔한 관절염은 연골이 오랫동안 충격을 받아 닳아 없어지면서 일어나는 퇴행성관절염이다.
전체 관절염의 20∼30%를 차지한다. 또 65세 이상 노인 중 25%가 관절염을 앓고 있어 고질적인 ‘국민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 든 노인만 걸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뚱뚱한 사람, 평소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사람, 골다공증 환자, 흡연자, 과음자 등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최근에는 젊은 20대에서도 관절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바로 류마티즘관절염이 원인이다.
이 병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면역물질이 정상적인 관절을 손상시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남자보다 여자가 3∼5배 많
다.
관절은 연골로 덮여 있으며 다른 관절과는 인대와 근육으로 연결돼 있다. 이들 중 어느 하나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통증이 유발된다.
따라서 운동 중 무릎에 부상을 입거나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증세를 느낀다면 무시하지 말고 지체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좋다.퇴행성관절염은 연골이 손상돼 통증이 심하고 관절운동이 힘들어지며, 걷는 것도 곤란해지는 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기온이 떨어지면 통증이 심했다가 다시 기온이 오르면 통증이 감소하기도 한다. 또 몸을 많이 움직이고 난 오후에 심해진다. 앉아서 TV를 오래 시청한다든지 아니면 오랫동안 차렷자세로 서 있다가 몸을 움직이려 할 때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버리는 현상도 흔하게 나타난다. 더욱 악화돼 관절의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직접 부딪치게 되면 통증이 더 심할뿐더러 뼈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관절염을 ‘나이가 들면 으레 생기는 병’ 으로 치부하고 다리를 절룩거리고 아픔을 참으면서 지낸다. 치료라는 것도 참기 힘든 통증이 오면 그 부위에 파스를 붙이거나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 같은 방법은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관절염은 완치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절염은 완치가 되지 않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제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제때에 맞춰 제대로 치료받으면 어느 정도 관절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자.그러면 퇴행성관절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이가 들면서 많은 환자 발생률을 보인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퇴행성의 변화가 별로 없는 사람을 볼 때 원인을 나이 탓으로만 모두 돌리긴 어렵다. 둘째, 유전도 관계가 깊다. 손가락 끝마디가 튀어나오고 굽어지는 증상의 경우 가족들 중 손가락 마디가 튀어나온 사람이 많다.셋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가 맞거나 부딪쳐 관절에 외상을 입었을 때
관절염이 올 수 있다.
비만은 관절염의 주범
그러나 병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무리하면 연골이 손상된다.마지막으로 비만한 사람에게서 많이 생긴다. 비만은 관절염뿐 아니라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고지혈증, 당뇨병 등도 유발하므로 반드시 살을 빼야한다.
5kg을 감량하면 퇴행성관절염 발생율이 절반으로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사람의 몸을 지탱하는데 뼈만큼 중요한 기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뼈의 관리에 등한시한다.
그러다 무릎을 다쳐 다리를 절룩거리고 나서야 새삼 뼈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따라서 평소에도 관절을 튼튼히 단련시키고 외상을 입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관절염 예방은 물론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치료법이다.관절염 치료는 크게 운동요법과 약물요법, 물리치료, 수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환자의 대부분이 초기에는 주로 파스나 소염진통제로 그때그때 통증완화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자가처방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그리고 퇴행성관절염 치료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한번 닳아진 연골을 재생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약이나 주사제는 없다. 따라서 남아있는 연골과 관절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하는데 치료의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통증을 완화하고 일상생활에서의 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대부분 병원에서는 운동요법과 물리치료,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마지막엔 수술도 고려한다.
관절염 환자들은 운동을 하면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더 이상의 관절염 진행
을 막고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선 관절염을 앓고 있더라도 운동이 할 것을 권장한다.
수영, 산보, 자전거타기, 맨손체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좋으며, 특히 물속에서 걷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영할 때는 자유형과 배형을 실시하고, 무릎관절에 많은 부하를 가져오는 평형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육운동과 스트레칭 역시 유산소 운동 못지않게 중요하다.
관절 부분을 지탱하는 근육이 튼튼하면 외부의 충격을 흡수해 연골의 압박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픈 관절의 무리한 사용은 절대 금물. 옷이나 신발 등도 꽉 조이지 않도록 한다. 물리치료는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물리치료도 결코 소홀히 하거나 회피해서는 곤란하다.퇴행성관절염은 노화가 일정부분 원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완치가 되지 않는 질병이다. 단지 통증완화와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여기에 관절염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확실한 약물이 아직까지 없다. 주로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소염진통제가 치료약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약물들은 위장장애나 약물의 독성 때문에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항산화성분 식품 섭취해야
위장장애를 없앴다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도 환자에 따라 위장장애를 일으키고 있고 심장마비를 초래할 가능성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약물이나 운동으로도 증세의 호전이 없으면서 오히려 병의 악화가 예상되는 환자에게는 인공관절 대치수술을 시행한다.
한편,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글루코사민의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약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글루코사민 시장은 올해 1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글루코사민은 아미노산과 당의 결합물인 아미노당의 하나로 관절 연골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이다. 그런데 노화가 진행되면 글루코사민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같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이 성분을 외부에서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제품화한 것이 바로 글루코사민을 첨가한 건강기능식품들이다. 일반적으로 글루코사민은 가재나 게의 갑각류의 껍질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분해해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상어연골에서 추출한 콘드로이친도 연골보호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콘드로이친의 원료 가격이 글루코사민에 비해 비싼 것이 흠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성분을 함께 섭취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할 것은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친 모두 치료용이 아니라 예방용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출시 제품도 많아 소비자의 선택에도 혼란스럽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허가한 제품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약계가 권장하고 있는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친의 성인 일일 섭취량은 각각 1500mg과 1200mg. 그러나 당뇨 환자나 고혈압 환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고른 영양섭취도 매우 중요하다. 관절이 아프면 아무래도 요리하기가 귀찮아져 조리가 간편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기 쉽다. 그러면 반드시 영양균형이 깨져 몸을 해치게 된다.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그러면서 관절을 보호하는 음식을 섭취한다면 더욱 좋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육류의 섭취를 줄이고 비타민A, C, E와 셀레늄 등의 항산화 성분이 많은 음식이 좋다. 셀레늄은 갈치, 연어, 참치, 굴, 새우 등에 풍부하다.
녹용과 녹각 그리고 동양의학
녹용 끝부위가 효과 좋아
녹용은 인간의 손톱처럼 해마다 성장한다. 누에에서 동충하초를 얻고, 매미 애벌레 껍질에서 선태(蟬胎)를 얻어 약재로 쓰듯이 사슴을 죽이지 않고 녹용 혹은 녹각을 얼마든지 채취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등지에서도 녹용의 놀라운 조혈기능을 알아내 캡슐로 만들어 건강식품으로 판매하기까지 한다. 동양의학의 효능을 뒤늦게 알아챈 것이다.녹용(鹿茸)은 사슴뿔의 끝부분 즉, 가장 최근에 자란 부분을 말하며, 녹각(鹿角)은 두꺼운 사슴뿔의 밑둥치를 말한다.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사슴뿔이 크고 두꺼울수록 약효가 높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새로 자란 끝부위의 효과가 가장 좋다.녹용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미국,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 많이 사육되고 있다. 그만큼 인류의 질병 퇴치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반면, 미식가의 입맛을 위한 곰발바닥 요리는 곰의 생사를 가른다. 약재로 쓰이는 것과 미식가들의 기호식품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임지영 건강전문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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