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동기 친구가 나를 공격하다니…”
“사시 동기 친구가 나를 공격하다니…”
  • 김승현 
  • 입력 2007-10-04 13:31
  • 승인 2007.10.04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무현-안상수 인연에서 악연으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안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전운은 더욱 깊어만가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노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서운함을 느낀다”며 “사시 동기인데 친구에게 고소당하니 착잡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안 대표가 한나라당의 선봉장으로 나선 만큼 양측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1987년 민주화 항쟁 당시 같은 대열에 섰던 두 사람은 이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눠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지휘 아래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이번 가을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집중 공세가 예상되는 터라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도 근저에 자리하고 있
다. 탁월한 승부사인 노 대통령의 대선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나달 초 자체 회의를 통해 ‘노정권 권력형비리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했던 홍준표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조사위 산하에는 ‘정윤재 관련비리조사단’과 ‘신정아 관련비리조사단’을 두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가 책임을 맡아 권력형 비리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두 사건 모두 정권 말기에 일어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며 “국회 차원에서 권력형 비리조사위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관련 특검과 국정조사도 고려 중에 있어 양측의 대결 구도는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청와대 공격’의 선봉장

청와대도 두 손 놓고 수수방관하지는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달 7일 이 후보와 이재오 최고위원, 안 원내대표, 박계동 공작정치분쇄 범국민투쟁위원장 등 4명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고소장의 명의는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청와대는 “허위 사실로 국가기관을 매도하는 불법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대통령 비서실은 허위사실의 확산을 막고 심각한 흑색선전 풍토를 차단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고소 이후에도 안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신씨 사건과 관련 ‘보다 높은 차원의 권력실
세’를 언급하며 배후설을 이어가고 있다.

안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불꽃튀는 설전은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고소’ VS ‘국정조사‘

안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데 고소당한다고 하니 착찹하다”며 “노 대통령이 변호사할 때 검사로 많이 도와줬다. 후원금도 내고 의정보고서 작성비용도 지원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청와대의 고소가 ‘말도 안 되는’ 억지 고소라는 게 안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사시 17회 동기인 두 사람은 지난 1987년 민주화항쟁을 계기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안 원내대표는 당시 진실을 알리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비슷한 시기 노 대통령은 부산 지역에서 서서히 ‘인권변호사’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사시 동기이자 6월 항쟁 기간 비슷한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의 인연은 결국 20년이 흘러 ‘법정공방’으로 이어지며 악연으로 변질되고 있다.

청와대의 고소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요구를 내걸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두 사람간의 대결 구도는 연말 대선 정국에서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말부터 청와대측 인사들이 ‘고소인’ 자격으로 먼저 검찰에 소환됐다.


#참여정부 권력 파워 ‘사시 17회’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시 17회 동기생들은 새롭게 주목을 받는 파워 그룹으로 등장했다.

2003년 참여정부 들어 실시된 검찰인사에서 정상명 당시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은 파격적으로 법무부 차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이어 대구고검 검사장, 대검 차장을 거쳐 2005년 11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참여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도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 출신이고 임기 중 헌법재판관에 발탁된 조대현 변호사도 역시 17회 출신이다. 김종대 전창원지법원장도 지난해 9월 헌법재판관으로 들어갔다.

노 대통령의 사시동기생들 중 특별히 친한 동기생들의 모임은 ‘8인회’로 불린다. 이들은 같은 반 비슷한 자리에 모여 앉으면서 인연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8인회 멤버로는 정상명 검찰총장과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조대현 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서상흥 전헌재 사무처장, 이종왕 삼성 상임법률고문, 법무법인 화우의 강보현 변호사가 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