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온 몸 구석구석까지 혈액량을 조절해 각 기관에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심장에서 출발한 혈액은 동맥과 모세혈관을 거쳐 산소와 영양분을 배달한 후 정맥을 타고 심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런 순환이 단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지속된다. 한마디로 심장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는 강력한 펌프이다. 건강한 성인의 1분 동안 심박출량은 5ℓ. 그러나 불안을 느끼거나 흥분하면 1.5∼2배, 격렬한 운동 땐 5배까지 증가한다. 심장은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 그리고 심방과 심실 사이에서 혈액의 역류를 막는 4개의 판막으로 이뤄져 있다.
온 몸을 돌고 온 혈액은 먼저 우심방, 삼첨판막을 거쳐 우심실로 들어간다.
우심실에 모여진 혈액은 다시 폐로 이동, 호흡을 통해 밖에서 유입된 산소를 공급받게 된다.
폐에서 산소를 가득 채운 후 혈액은 좌심방과 승모판막을 지나 좌심실로 들어간다. 수축하여 각 기관으로 혈액을 내보낸다.
심방과 심실이 반복적으로 수축·이완하는 고동현상을 심장박동이라 하고, 분출된 혈액이 혈관을 지나면서 일어나는 압박을 맥박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심장질환으로 펌프기능이 약해지면 우리 몸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증상이 심부전증이다.
이러한 심부전증은 고혈압, 심장판막증, 선천성 심장질환, 심근경색 등 심근에 과도한 부담이 증가할 때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이 뿐 아니다. 심낭염, 갑상선기능항진증, 폐경색, 만성폐질환, 동맥경화, 부정맥, 요독증, 빈혈, 감기 등의 질환과 혈액 내의 산소나 칼륨, 칼슘 부족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즉, 심장 자체의 질환이 없어도 심부전증이 일어난다.
심장 자체 질환 없어도 발병
심부전증은 장애부위에 따라 좌심부전과 우심부전으로 나뉜다.
좌심은 폐에서 넘어온 혈액을 온 몸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좌심의 펌프능력이 떨어지면 급성폐부종, 호흡곤란, 기침, 가래, 청색증을 동반하는 좌심부전증을 일으킨다.
주로 고혈압과 협심증, 관상동맥질환 등이 원인이다. 또 폐에서 넘어 온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혈액이 정체되는 폐울혈 증상이 나타나고, 심박출량이 부족하여 온 몸에 충분한 혈액을 보내지 못하게 된다.
우심부전은 대부분 좌심부전의 폐울혈이나 폐혈압이 우심에 부담을 줘 일어난다.
또 삼첨판막의 협착이나 종양, 유착성 심낭염이 있을 때도 우심부전이 나타난다. 간문맥의 순환이 원활치 못해 간이 비대해지고 복수가 찬다.
위장에서의 울혈은 식욕부진, 복부팽만감, 구토, 오심 등의 소화기 장애가 나타난다.
또한 뇌에도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쉽게 피로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면증, 착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혈액순환이 떨어지면 모세혈관에도 영향을 미쳐 피부가 건조해지고 손톱·발톱이 변색된다.
2002년 대한순환기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심부전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협심증·심근경색증의 허혈성 심장병이 35%, 심근질환 22%, 고혈압 19%, 심장판막증 16%로 나타났다.
또한 심부전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부정맥, 감염성 질환, 빈혈, 갑상선기능항진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심부전증은 선천성 심장질환이 없더라도 나이가 많거나,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알코올 중독 등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부전증 일으키는 요인
▲고혈압
혈압이 높으면 심장에 부담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 과일, 채소, 곡류를 많이 먹고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여야 한다.
▲비만
무거운 몸무게를 유지하고 움직이려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심장의 활동이 증가하고 결국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다.
열량이 많은 식품은 되도록 삼가고 꾸준히 걷거나 운동을 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열량이 낮아서 많이 먹어도 영향이 크지 않지만 과도한 지방 섭취는 바로 지방으로 축적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채식위주의 식단에 두부 등과 같은 콩류를 곁들이면 영양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하루에 콩 단백질을 25mg 이상 섭취하면 심장병 예방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과로와 과다한 염분섭취
스트레스가 심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좋지 않다. 또 염분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 농도를 위해 몸 속에 수분이 많이 축적된다.
때문에 심장과 신장은 염분과 물을 내보내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적정 소금 섭취량은 하루 6g이하.
▲고령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심부전은 75%가 고혈압과 관상동맥 질환과 관련이 많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졌을 때 심부전이 발생한다.
▲빈혈
빈혈은 혈액 중에 적혈구나 헤모글로빈이 정상인보다 부족할 때 일어난다. 따라서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만큼 심부전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부정맥
갑자기 부정맥이 생기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고 펌프 기능이 약해진다.
▲폐색전증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생긴 혈액 속의 혈전이 폐동맥을 막아 폐색전증이 생기면 심부전에 빠지기 쉽다.
평소 숨이 자주 차고 가벼운 가슴통증이 있다면 일단 심장이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심장에서 들리는 작은 신호를 놓쳐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질병이나 사망 원인으로 발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호흡곤란
처음에는 활동을 할 때만 숨이 차지만 심해지면 친구들과 가볍게 걷기만 해도 숨이 차다.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차게 된다.
▲기좌호흡
누워있을 때 호흡이 더 힘들어지는 증상이다.
이것은 심부전이 심할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앉아 있으면 오히려 편안해진다.
▲발작성 호흡곤란
‘심장성 천식’으로 깊이 잠든 밤에 갑자기 오는 호흡곤란이다.
숨을 쉴 때 기관지 천식과 비슷한 씩씩거리는 소리가 난다. 자칫 급성폐수종으로 발전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치료도 중요하지만 원인을 해결하는 것 또한 치료 못지 않다.
심부전증의 대표적인 약물요법으로는 이뇨제, 강심제, 혈관확장제 등이 쓰인다. 이뇨제는 몸 안의 과다한 수분과 염분을 제거해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고, 강심제는 심근의 수축·이완 능력을 강화시키고, 혈관확장제는 모세혈관의 저항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치료를 오랫동안 할 경우 부작용도 우려되므로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심부전
환자는 대부분 위장의 기능이 많이 손상돼 있으므로 적절한 식이요법이 필요하다.
첫째, 저염·저열량 식단을 기본으로 과식하지 않아야 한다. 표준체중보다 10% 정도 적은 체중이 바람직하다.
둘째, 적절하게 영양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이뇨제 사용 땐 칼륨 보충이 필요하다.
셋째, 금연해야 한다. 흡연은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심부전증 환자에게는 아주 좋지 않다.
넷째, 알코올, 탄산음료 등을 삼가야 한다. 알코올은 심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부정맥과 고혈압을 유발한다. 심부전 환자가 술을 계속 마시면 3년 사망률이 무려 80%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다섯째, 호흡기계 감염이 걸리기 쉽기 때문에 유행성 독감이나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반드시 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고혈압, 당뇨, 비만 치료를 병행한다.
임지영 건강전문프리랜서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