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름의 가족시련 ‘망상장애’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족시련 ‘망상장애’
  • 송효찬 
  • 입력 2007-11-07 14:55
  • 승인 2007.11.07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안한 당신“왜”

고등학교 교사 문진수씨(45세, 가명)는 평소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없었지만 활발하고 재미있는 선생님으로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어느 날 오랜만에 나간 동창회에 4세 연하의 아내와 함께 나간 문 씨는 친구들로부터 “진수의 부인은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고 평소와 달리 집에 돌아온 후에도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후 부인의 화장이나, 옷차림에 자꾸 신경이 쓰였고, 사소한 행동에 대해 의심이 들었지만 잊으려고 애썼다.

부부관계 도중 아내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는 동창들이 자신의 부인을 대단하다고 했을 때의 이상했던 느낌과 부인의 화장, 그동안의 행동의 이유를 모두 알게 된 것 같았다.

자신의 아내가 동창과 바람을 피웠다고 확신한 그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감시를 하고 결백을 주장하는 아내를 폭행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매달리기도 했다.

문 씨에게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마음을 돌려놓고 싶다며, 정신과를 찾았지만 상담에서도 그는 오히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아내가 동료교사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아내의 논리적이고 근거 있는 설명에도 그의 의심은 누그러지지 않았고, 자신의 동창들 중 부인을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을 의심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바로 질투형 망상장애(의처증) 환자였던 것이다.

의처증은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지 못하는 병이다. 피해형, 질투형, 과대형, 색정형과 신체형 등 여러 가지 형태를 보이지만, 가장 흔히 보는 경우가 문 씨와 같은 의처증, 의부증 등 질투형 망상장애이다.


40대에 주로 발병

이 질환은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경우로, 배우자에 대한 의심 이외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에는 특별한 문제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경우 발병률이 0.025~ 0.03% 이지만 한국의 경우 환자는 거의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발병률을 알아내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평균 발병연령은 약 40세이지만 발병연령이 18세부터 90세까지 다양 분포도를 나타낸다.

여성의 경우 약간 더 많은 비율을 보이고 이민자나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의 발병률이 비교적 높다.

망상장애의 원인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기도 하나 현재로서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신경학적 장애(특히 변연계와 기저신경절 등)가 있을 때 많은 망상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생물학적 원인이 추측되고 있다.

이때 대뇌피질은 정상적이므로 일단 형성된 망상을 체계적인 이야기로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상인에서도 망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발걸음소리 때문에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특정 환경에서의 감각 착오로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망상장애들은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 장기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는 회복하고 20%는 증상이 감소했으며 30%는 변함이 없었다.

질환의 형태에 따라 질투형의 경우 이혼하면 증상이 없어지나 과거에 대해서는 망상이 남아있다. 재혼하면 다시 새로운 질투형이 나타나기 쉽다.

망상장애 환자들은 의심이 많고 냉담하므로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소수만 정신과 치료를 받지만 정신과를 방문한 환자조차 치료적 관계를 형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환자가 의료진과 가족들을 자신의 적이라 간주하는 성향이 있다.

즉 적들이 연합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의료진이 먼저 환자의 망상이 생겨난 이면의 어려움을 공감하도록 노력해야하며, 인내와 끈기로 환자의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며 관계에 주력해야 한다.

따라서 치료진과 신뢰관계가 생겨 약물치료로 안정적인 치료가 이어질 수 있는 경우 장기간 정신치료 및 약물치료를 병용으로 약 2/3 정도 호전되기도 한다.

▲도움말 -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과 박상진 박사

송효찬  s2501@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