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선체제’를 거의 마무리해가고 있다. 사무부총장 등 당직 인선이 대부분 마무리됐고 시·도당 위원장 경선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후보측은 전체적으로 ‘탕평책’에 무게를 뒀다며 성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2사무부총장에 송광호 충북도당위원장을, 전략기획본부장에는 김학송 의원을 선택했다. 두 사람은 모두 친박 진영 인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직 인선이 끝나지 않은 최고위원직 등에 대해서도 박근혜 전대표측을 최대한 배려할 방침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물밑에서 ‘조직’을 추스르는데 주력하고 있다. “품속의 칼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7년 12월 18일, 이명박 후보의 마지막 유세 현장에는 과연 박 전대표가 함께 있을까.
지난 2002년 초, 박 전대표는 이회창 전총재측의 당 사당화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한국미래연합’을 결성했고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동을 갖는 등 대선 채비를 갖췄지만 당시에도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복당한 박 전대표는 선거 기간 이회창 전총재의 지지유세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고 막판 서울 명동 유세에서도 자리를 함께 했다.
현재 이 후보측은 박 전대표에게 명예선대위원장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친박 껴안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 진영 핵심 인사들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모습이다.
박 전대표가 ‘백의종군’을 천명한 상태에서 노골적으로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되겠느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추석 기간 ‘MB 홍보령’
이미 확정된 전국 13곳의 시·도당 위원장 결과도 이 후보측의 근소 우세로 끝난 게 내심 불만스럽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에게 ‘하방’을 지시하며 이 후보 지지율 높이기에 앞장서라고 지시한 것도 친박측의 불만을 불러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영남 지역 대선후보 지지율을 지역구별로 조사해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박 전대표와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가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친박 진영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을 너무 실적으로만 평가하는 것 아니냐”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유도해야지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오면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지난 경선에서 박 전대표측 캠프에서 일했던 한 조직 관계자는 “시·도당 위원장 선거를 지켜보며 울분이 더 쌓였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모두 다 잃게 된다. 조직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현재 친박 진영은 전국적으로 분위기를 추스르며 또 다른 역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대선은 힘들더라도 내년 총선만큼은 기득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일부 강경파 사이에선 박 전대표의 결단 카드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아직 대선이 끝나지 않은 만큼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 인사는 이와 관련 “박근혜 변수는 여전히 살아있는 실체다”고 말했다.
‘후보 흔들기’ 재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박 전대표의 결단 카드로는 대략 4가지 정도가 얘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탈당 시나리오’다. 현행 선거법상 독자적인 대선 출마는 물 건너 갔지만 내년 총선에서의 ‘부활’은 충분하다는 시각에서 나왔다. 범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김혁규 전의원과 이수성 전총리 등이 연대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박 전대표가 이미 탈당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선 승리의 7부 능선을 넘은 상황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감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때문에 일단 대선을 지켜본 다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단 탈당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두 번째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후보 대안론’이다.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이 적지 않은 만큼 최소 한 두 번은 지지율 부침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2002년 민주당도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후보 교체론’과 ‘단일화 문제’가 화두로 급부상하며 ‘후보 흔들기’ 현상이 노골화됐었다. 친박진영 인사는 “갑작스런 상황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한다면 박 전대표가 대안 0순위 아니겠느냐”며 “일단 범여권 후보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조용히 관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림자 내각’ 참여설
세 번째 카드로는 ‘태업’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 전대표는 경선 막판 이 후보를 겨냥해 “나중에 땅을 칠 수도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친박 진영 인사들이 당시 내세웠던 것도 결국에는 ‘이명박 필패론’으로 집중됐다.
박 전대표를 지지했던 한 초선의원은 “그렇게 이 후보를 공격했는데 하루 아침에 적극 홍보로 돌변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그냥 조용히 있어주는 게 도와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태업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난다면 양측의 갈등은 다시 한 번 ‘뜨거운 뇌관’으로 번질 소지가 적지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결국 한 번은 일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박 전대표측이 고려할 수 있는 네 번째 카드는 이 후보측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권력 분점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당권과 대권의 분리 등이 점쳐졌지만 최근 시·도당 위원장 선거 결과가 팽팽하게 끝남에 따라 상황은 더욱 풀기 어려워졌다.
한편에서는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가정해 총리를 비롯 내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이야기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권력 속성상 이 역시도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종필 전총리의 DJP 연합은 아주 특수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노 대통령과 맞붙었던 이인제 의원은 결국 등을 돌렸다. 한화갑 전대표는 의원직을 잃었고 김근태 의원은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박 전대표가 추석 이후 어떤 결단을 내릴지 대선 정국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선 패배 이후 한동안 잠자고 있던 용이 다시 ‘승천’ 기회를 넘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선정국 주요변수
“부패 관련 스캔들 터진다”
민족이 대이동하는 이번 추석 연휴는 대선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0%대 이상의 지지율로 독주하고 있지만 결국은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잘을 지냈고, 16대 국회의원을 거쳐 시사라디오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장성민 전 의원은 여전히 적지 않은 변수가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 거론되는 주요 후보들 모두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몇가지 스캔들이 터질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문제가 너무 많아 최종 후보 등록을 할 수 있을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어 그는 “민주신당 경선도 그렇고 동원정치 의혹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과연 그 돈은 어디서 들어와 저렇게 쓰는지 모르겠다”며 “어느 쪽이든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이합집산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장 전의원은 박근혜 변수나 이명박 낙마 변수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망하며 “새로운 신생정당의 탄생, 정당간의 연합, 새로운 후보의 돌출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 남북정상회담은 이미 국민들의 면역이 존재하는터라 그다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
이에 반해 한나라당에선 2007년판 ‘북풍’ 가능성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명박 후보측 인사는 “경선 기간 내내 그렇게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어도 결국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또 다시 정국을 양강체제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범여권에선 최근 검찰이 수사중인 정윤재 신정아씨 사건의 파장에 대해 주목하는 모습이다. 내부 관계자는 “우리가 이 후보에 대해 확보한 자료가 적지 않은데 이런 악재들이 터지면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결국 검찰 수사 결과가 키를 쥐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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