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실적 쇼크 본격화...탈출구 ‘막막’
면세업계 실적 쇼크 본격화...탈출구 ‘막막’
  • 양호연 기자
  • 입력 2020-05-01 16:10
  • 승인 2020.05.01 18:17
  • 호수 1357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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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3대(신라, 신세계, 롯데) 면세점' 적자 고민 중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긴 인천공항 면세점 [뉴시스]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긴 인천공항 면세점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국내 면세산업은 2009년 이후 연평균 20.5% 성장하는 등 거대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 각 기업들은 면세사업에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약 25조 원(217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조선 수주액이 223억 달러인 점을 보면 적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국내 면세업계가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3대 면세점도 손실 폭이 적지 않은 성적표를 두고 깊은 적자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에 관세청은 면세점이 과다 보유한 장기재고를 소진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시적 허용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거대 수출산업’ 손꼽히던 국내 면세산업...전년 동기 대비 86.5% 매출 감소
면세업계 위기 상황 장기화...재고 면세품 수입통관‧국내 판매 ‘6개월’ 허용



코로나19 영향이 2월 이후 산업 동향에 가장 크게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면세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전월대비 0.3% 감소했다. 전 산업 생산은 지난해 9월(-0.2%)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1월,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액지수도 국민들 간의 대면 접촉이 줄어들게 되면서 전월 대비 1.0%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면세점은 -18.5%를 기록해 소매판매액지수가 감소한 다른 소매업태들(전문소매점 -15.1%, 백화점-14.5%, 편의점-10.9% 등) 중에서도 큰 낙폭을 기록했다.

“사상 유례없는 위기”
3대 면세점, 손실 직면


국내 면세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 고용인력이 3.2만여 명에 달하는 ‘거대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대기업 중심의 면세사업자들을 필두로 국내 중소기업 등의 제조사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구조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거대 시장으로 확대된 국내 면세산업은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지난 3월말 기준 입국제한이 181개 지역․국가로 확대되고, 입국규제 조치가 강화되면서 3월중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6.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이번 사태를 두고 “(면세업계가) 사상 유례없는 경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다만 향후 높은 복원력을 발휘해 국민경제와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극복 의지를 다졌다.

국내 3대 면세사업 브랜드로 꼽히는 신라, 신세계, 롯데면세점 등은 실적 하락 등에 따른 경영위기로 갖갖은 자구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공시된 호텔신라 면세사업 부문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0.7% 하락한 9437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 손실은 6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2000년 이후 처음 기록한 분기 영업손실이다. 이 외에도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1분기 260억 원 가량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약 25%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롯데면세점도 올해 1분기 매출이 30%~40% 감소할 것이 불가피하다고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품, 아웃렛서 구매
관세청 “유동성 확보”


관세청은 이 같은 면세업계의 위기 상황 장기화가 이뤄지자 지난달 29일 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 재고 면세품을 수입통관한 뒤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6개월)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간 관세청은 면세점의 재고물품 처리를 엄격히 제한해 폐기 또는 공급자에 대한 반품만 허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입출국 여행객의 93%가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 상황에 처해지자 이를 감안해 면세업계의 건의에 따라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관세청은 이를 위해 적극행정지원위원회를 열어 6개월 이상 장기재고에 한해 국내 판매를 허용해 내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이 같은 개선방안이 면세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고 면세품 수입통관 지침을 발표 즉시 시행하고 신속히 국내에 유통될 수 있도록 면세업계의 빠른 후속조치 등 유통업계, 공급자에게 적극적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침에 재고 면세품을 국내 유통하려면 일반적인 수입물품과 동일한 수입요건을 구비해 수입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면세점 재고물품을 특허보세구역인 면세점에서 직접 구매할 수 없게 되므로 수입통관 후 유통업체를 통해 아웃렛 등에서 구매할 수 있게된다. 면세점은 관세법상 특례구역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출국 내국인에게 물품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조건으로 관세 및 부가가치세 등을 면제해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미 면세업계 지원을 위해 지난 2월부터 구매수량제한 폐지, 특허수수료 납부기한 연장, 수출인도장 사용요건 완화 등을 시행해 왔다”며 “이번 조치로 면세점 과다 보유 장기재고의 20% 소진을 가정한다면 약 1600억 원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면세업계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관세청이 지난 2월부터 시행한 조치들로 이미 면세점 매출 실적의 큰 역할을 하는 중국 보따리상 일명 따이궁들의 활동 범위가 확대됐다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1인의 평균 구매액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1월(105만 원)보다 3월(409만 원)으로 두 달새 4배 수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항공편이 크게 감소하면서 따이궁 활동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지난 2월 중순 관세청이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한이 풀리자 대량 구매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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