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제3카드는 ‘장외 블루칩’
청와대의 제3카드는 ‘장외 블루칩’
  • 김승현 
  • 입력 2007-09-18 13:41
  • 승인 2007.09.18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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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문국현 연대설 추적 >>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문국현 전유한킴벌리 사장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은 오래전부터 두터웠다. 노 대통령은 그에 대한 신뢰의 표시로 ‘사람입국경쟁력특위’ 위원장을 맡기기도 했다. 다른 입각 제의도 수차례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문 전사장이 범여권 통합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걷는 것은 청와대의 의중이 일부분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신당호에 합류한 이해찬 한명숙 전총리와 유시민 의원이 ‘바람’을 일으키지 못할 경우 청와대가 ‘제3의 카드’로 문 전사장을 지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당내 경선에 나선 친노 후보들이 기대 만큼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정윤재 전청와대 비서관, 변형윤 전청와대 정책실장과 관련된 의혹도 대선 정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청와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친노 후보들이 어려움에 봉착하면 할수록 장외 블루칩인 문 전사장의 가치는 더욱 뛰고 있다. 양강으로 분류되는 손학규 전경기지사와 정동영 전통일부 장관은 사실상 청와대와 ‘결별’을 선언한 상태다.

손 전지사는 “대선을 의식한 남북정상회담은 사양하겠다”며 청와대의 신경을 건드렸고 정 전장관 또한 비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친노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이들에게 패한다면 청와대는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노 대통령 깊은 신뢰

이런 점에서 신당 합류를 거부한 문 전사장은 이명박 후보와 비노 민주신당 후보를 견제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정치권에서 문 전사장에 대한 청와대 지원설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는 최근 “문 후보를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봤는데 요즘 그의 행태를 보면 현 정권의 정략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다”며 “현 정권이 두 후보(손, 정)를 막기 위해 문 후보를 예비 주자로 남겨놓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 전 사장이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로 볼만한 근거가 전무한데도 많은 유력 인사들이 몰려드는 것은 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노 정권의 앞잡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와 문 전사장의 연대설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2002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이번에는 문 전사장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당 내에서 문 전사장과 정책연대를 선언한 천정배 의원이 지난 2002년 노 대통령을 가장 먼저 지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본경선 직행해야”

한편, 청와대와의 연대설에 대해 문 전 사장측은 강력 부인했다. 한 인사는 “우리를 범여권 후보로 분류하는 것도 못마땅한데 친노라고 하는게 과연 타당하느냐”면서 “문 전사장은 자체적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전사장이 남북정상회담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노 대통령과 유사한 인식을 갖고 있어 청와대가 대선 정국에서 문 전사장을 선택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청와대 뿐만 아니다. 범여권의 후보가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한다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문 전사장 외에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경선 내 잡음과 정치적 이슈들로 흥행에 실패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오충일 신당 대표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신당 내 시민사회진영의 대표자는 문 전사장”이라며 본선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계안 의원 등 일부 인사들은 문 전사장의 ‘본경선 직행’을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문 전사장의 가치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상승 추세에 있다는 게 여권 인사의 말이다.

“다른 후보들은 이미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 전지사는 ‘한나라당 3등 후보’라는 딱지를 떼어야 하고 정 전장관은 노인 폄하 발언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이해찬 전총리는 색채가 너무 분명하다.”

이 관계자는 문 전사장의 경쟁력과 관련 “아직은 이미지에 그치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다크호스로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2007년판 ‘문풍’

문 전사장의 독자 움직임이 2007년판 ‘문풍’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대선 정국 초미의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고건 전총리와 정운찬 전서울대 총장의 예를 들어 시간이 촉박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정치 생리에 둔감한 문 전사장이 10월 중순까지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신선함마저도 희색될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문 전사장은 최근 들어 독자 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는 신당 본경선에 합류하기보다는 10월말까지 신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는 이와 관련 “양심적 지역 지도자, 전문가, 기업인, 학자, 정치인, 관료 등 수많은 분들이 합류해 21세기 한국을 이끌 정당을 만들겠다”며 “(민주신당 합류는) 가치관이 다를뿐더러 특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만큼 감사하지만 사양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사장은 손 후보에 대해 “과거에 안주하려 한다”고 평가했고 정 후보에 대해선 “중도보수이지 진보라 할 수 없다”고 일침을 날렸다. 두 사람을 비판함과
동시에 자신의 이념적 지향을 ‘진보’쪽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반해 노 대통령을 향해서는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지만 노골적인 비판은 비교적 자제하고 있다.

신당 내 친노 후보들이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청와대가 고려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문 전사장은 그 대안으로 가장 근접한 경쟁력과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의 이념적 성향도 비교적 근접해 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문국현 지원군은 누구

민주신당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장외 블루칩’에 대한 구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당 내에선 원혜영 이계안 의원이 문국현 전사장 지원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지난 달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후보의 가짜 경제를 깰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문 전사장 캠프에 따르면 현재 현역 의원 중 지지를 고려하고 있는 인사는 10여명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신당의 유인태 김영춘 의원과 민주당 김종인 의원, 무소속 임종인 의원 정범구 전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특히 범여권의 ‘이정표’로 불리는 유 의원의 선택에 따라 파장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
다.

지난 13일 만난 김근태 전의장의 결단 여부도 관심사다. 김 전의장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방점을 찍고 있어 현재로서의 직접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김 전의장측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단일화가 중요하다”면서도 “과거 캠프 인사 중 문 전사장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문 전사장 캠프에는 김태동 신봉호 윤원배 조우현 교수와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헌태 씨 등이 이미 합류해 바람을 준비중에 있다. 정치권에선 독자 행보의 한계가 10%대에 머물 것임을 들어 결국은 범여권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10%만 넘으면 승산”

정치권에선 ‘문풍’의 기점을 지지율 10%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0.1%에 그쳤지만 8월 말 KBS 여론조사에서는 1.8%를 기록했다. 9월초 SBS 여론조사에서는 2.8%로 범여권 내에서 서서히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범여권 지지자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평가다. 민주신당 경선이 한창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도 문 전사장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것.

이 외에도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선 지속적으로 3%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일부 조사에서는 이명박 손학규 정동영 후보에 이어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순위는 넓은 의미의 친노 후보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음을 뜻한다.

문 전 사장측은 “아직 인지도가 40%대에 불과하다”며 “인지도가 이 정도인데 지지율이 3%대라면 인지도 100%일때는 20-30%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그 시점을 신당 후보가 결정되는 10월 중순 이후로 봤다.

한편 최근 부산일보가 부산, 경남 지역 전문가 집단 25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전사장은 4.8%로 3위를 차지했다. 이명박 후보(58.0%)와 손학규 후보(7.2%)만이 그보다 높게 조사됐다. 범여권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 중 하나가 ‘호남이 미는 영남후보’임을 감안할 때 문 전사장의 경쟁력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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