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를 준비하는 정당 및 정부 부처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선거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는 물론이고 실질적으로 선거를 관리감독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가장 바쁘게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선거를 직접 관리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선거를 준비하는 기관들도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경찰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호에 나서면서 간접 지원하고 있는 것. 특히 대선주자 경호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표의 피습사건으로 인해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부분이다. 경찰이 남은 대선기간 동안 어떤 식으로 대선주자들 ‘철통경호’하는지 취재해봤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17대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경호하는 경호원 숫자는 총 110여명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국의 경찰 소속 경호요원 700명 중에서 선발한 정예 요원들이며 모두 경호경력 2년 이상에 무술이 공인 3단 이상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경호원들 중에는 무술 합계 37단(태권도 7단, 합기도 3단, 유도 3단, 검도 2단, 격투기 4단, 특공무술 4단, 권격도 4단, 쿵푸 1단, 국술 1단, 무화태권도 8단)을 소유한 요원도 있으며, 무술 12단(태권도 6단, 합기도 4단, 유도 2단)의 여성도 한 명 끼어있다.
유력후보, 26명 경호원
경호원의 수는 대선주자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원내교섭단체를 가진 정당의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17명 가량의 경호원들이 경호에 나서게 된다. 이는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예비후보들을 9명의 경호원들이 경호한 것에 비하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은 10여명의 경호요원이 배치되고, 군소정당은 3~4명 정도의 경호요원이 배치된다. 각 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본선후보를 결정하면 경호요원의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유력정당의 경우 25명의 경호원들이 후보를 보호하게 된다. 이 숫자 역시 지난 16대 대선의 17명보다 10명 정도 늘어난 숫자다. 주요정당 후보의 경우 경호원들이 사저 경호도 담당하게 된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선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당이나 이후보 측에서 요청하게 되면 바로 경호요원이 파견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총기를 지급받게 되며 근접 경호를 위해서 케이저건(전기충격기)도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방탄차량 등이 지급되지는 않는다. 경호원들은 대선이 열리는 12월까지 약 100일정도 후보들을 경호하게 된다.
이명박 후보 경호원 25명선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경우는 해당후보나 소속 당 뿐만이 아니라 경찰에서도 상당히 민감한 사안들이다.
지난해 열린 5월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충호씨로부터 습격을 받는 바람에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바 있다.
경찰에서 이러한 돌발변수가 또 다시 나온다면 이 역시 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만약 당시처럼 야당후보에 대한 테러나 피습이 일어난다면 이는 대선에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후보가 경찰의 경호를 받는다는 것도 야당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일이다. 경호의 특성상 24시간 근접거리에서 경호원들이 따라다녀야 하고 그렇게 되면 후보의 동선이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명박 후보 측은 국세청이나 경찰 등이 이 후보에 대한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조회한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경호를 받는 것은 자칫 ‘적과의 동침’이 될 수 있는 것.
때문에 당장 경호에 나서겠다는 경찰의 호의가 마냥 반가울 수는 없다. 경찰이 혹시나 ‘경호’를 빌미로 ‘감시’에 나설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근 경찰로부터 경호원 20명의 명단을 넘겨받아 이 후보측에 보냈다.”면서 “그러나 이 후보측에서 명단에 포함된 경호원 가운데 일부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후보측은 당분간 사설 경호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찰 명단을 놓고 자체 경찰 정보망을 활용해 검증작업을 벌인 뒤 ‘합격자’를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 경호가 시작되더라도 비공식 행사나 사생활 등의 일정에는 되도록 공식 경호를 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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