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판서 ‘꾸벅꾸벅’…“헬기사격 없었다” 혐의 부인
전두환, 재판서 ‘꾸벅꾸벅’…“헬기사격 없었다” 혐의 부인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04-27 18:11
  • 승인 2020.04.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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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가 2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가 2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전두환(89)씨가 광주 법정에 섰다. 1년여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전 씨는 1980년 5월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 도중에는 조는 모습도 보였다.

전 씨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재판장 김정훈 부장판사)은 27일 오후 2시 201호 대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씨 재판을 속행했다.

재판장이 바뀐 뒤 사실상의 첫 재판이다. 전 씨 재판을 맡았던 전임 재판장은 4·15 총선 출마를 이유로 올해 초 사직했다.

전 씨는 재판 시작 3분 뒤 부인 이순자(81)씨와 함께 구속피고인 전용 통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섰다.

잘 들리지 않는 피고인을 위해 법정 내 마련된 헤드셋을 쓴 전 씨는 마스크를 벗고 재판에 임했다.

재판장은 전 씨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뒤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전 씨가 "안 들린다"라고 말하자, 곁에 있던 부인 이 씨가 전 씨의 귀에 대고 재판장의 질문을 알렸다. 이에 전 씨는 자신의 생년월일을 밝혔다.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무직이다"고 답했다. 이어 서류에 기재된 주소와 등록 기준지를 확인하자 "맞다"고 답변했다.

형사재판은 선고 이전 재판장이 바뀔 경우 피고인에 대한 인정신문과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 이에 대한 변호인 의견 표명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재판장의 인정신문이 끝난 뒤 검사는 전 씨를 기소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검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 전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회고록을 작성하면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 뒤 재판장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전 씨에게 물었다.

전 씨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인데 이 사람들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음을 나는 믿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 씨의 변호인은 참고용 헬기 사격 동영상과 옛 전남도청 주변 지도를 준비, 재판장에 여러 상황을 설명하며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전 씨의 변호인은 지난해 3월11일 열린 재판에서도 전 씨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재판 도중 전 씨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등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부인 이 씨는 졸고 있는 전 씨에게 물을 건네며 깨웠다.

전 씨 변호인의 의견 표명 과정에 방청석에서 한 남성이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치자, 재판장은 이 남성을 퇴정시켰다.

재판장은 "피고인도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조는 모습을 보인 전 씨의 주의를 환기했다. 또 10분간의 휴정을 명령했다. 재판은 같은 날 오후 3시35분에 재개됐다.

재판이 다시 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재판장은 이를 허락했다. 전 씨는 재판 내내 마스크를 벗었다 착용했다 반복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지난 1년 동안 이뤄진 헬기 사격 시민 목격자와 당시 광주로 출격했던 헬기 조종사 등에 대한 증인신문 요지를 정리해 낭독하는 한편 향후 일정을 고지한 뒤 3시간20분여 만에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전 씨는 지난해 3월 법정에 나와 인정신문을 받은 뒤 단 한 차례도 자신의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장이 불출석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이날 법정 안팎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오월단체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1일과 6월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일빌딩 헬기 사격 탄흔을 감식한 국과수 김동환 총기분석실장과 전남대 김희송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전 씨는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3일 재판에 넘겨졌다.

<뉴시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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