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가 최단 기간 1만대 판매를 달성한 XM3, 르노삼성이 결별하면 앰블럼이 '르노' 마크로 바뀌게 된다. [일요서울]](/news/photo/202004/385623_301876_3541.jpg)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삼성브랜드명 사용 계약 기간이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오는 8월이면 계약 종료가 예정된 가운데, 양사의 추가적인 사용 계약에 대한 논의가 없다며 업계에서는 드디어 르노삼성이 르노 이름만 단독으로 갖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르노삼성의 입장에서 삼성을 떼고 수입차 브랜드로 한국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고, 삼성의 입장에서는 노사 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르노와 결별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풀이까지 나오고 있다.
8월 브랜드 계약 종료…‘르노코리아’로 수입차 분위기
르노삼성 간판에서 ‘삼성’ 떼면 좋을까 나쁠까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20년간의 브랜드 사용계약을 뒤로하고 올해 8월 삼성의 브랜드를 분리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오는 8월이면 ‘삼성’브랜드 사용 계약 기간이 만료되지만 아직 이를 연장하기 위한 양측의 협의가 진행된 바 없어 사실상 결별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진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삼성그룹은 자동차 산업을 내려놓고, 국제 입찰을 통해 2000년 8월 르노자동차가 인수하게 되면서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과 삼성그룹 브랜드 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르노삼성차는 제품매출액의 일정률을 삼성에 지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약 0.8%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차를 인수한 르노는 초창기 국내 경기가 악화된 가운데서도 당시 현대, 기아에 이어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오히려 GM대우가 실적 부진에 후순위로 밀렸다. 업계에서는 르노의 삼성차 인수는 성공적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경쟁 과열이 지속되고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과 유럽의 유명 자동차 기업들조차 흔들리게 만들면서 르노삼성차도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됐다. 르노삼성은 10여 년간 신차 출시조차 힘들어할 만큼 발전 없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지난 2014년 닛산의 ‘로그’ 위탁생산을 시작하면서 수출물량 확보를 통한 재기를 꿈꾸게 됐다.
이마저도 지난해 2018년 임금단체협상 교섭의 연이은 결렬로 노사 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급기야 르노삼성 협력사를 비롯한 부산과 경남지역 경제까지 타격을 입히게 됐다. 이에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는 르노삼성의 부산 공장에 대한 물량을 줄일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하면서 노사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됐다.
결국 닛산은 지난해 마지막 ‘로그’ 생산물량 6만 대를 끝으로 2020년부터는 위탁생산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르노삼성은 지난해 4월 모터쇼에서 XM3 인스파이어를 선보이며 올해 새롭게 SUV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선언했다.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지 1년 만에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 출시를 시작한 XM3는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다크호스 XM3
24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XM3 출시 49일만에 출고대수 1만대를 돌파하며, 르노삼성차 역사상 최단 기간 1만대 달성을 이뤄냈다. 특히 르노삼성은 중형세단 시장 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치열한 SUV 시장에서의 1만대 출고 기록은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삼성과의 브랜드명 사용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확정된 것도 없는 상태에서 계약의 연장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8월 브랜드 사용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2년 간 유예기간이 있어 삼성 브랜드는 사용할 수 있다”며 “유예기간 동안 양사가 동의한다면 연장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 2010년 계약 연장 당시를 돌아보면 1년을 앞두고 이미 양사가 브랜드 사용 연장에 동의했던 것에 비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를 두고 서로 제 갈 길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풀이가 뒤따른다. 오히려 양사가 추가적인 연장에 대한 언급 없이 자연스러운 결별로 이어지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입장에서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자동차 업계의 위기와 함께 노사분규와 매출 어려움을 겪는 르노삼성의 이름에 미련이 없고, 르노삼성차 입장에서도 오히려 수입차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출 확대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만에 하나 삼성 브랜드를 분리하게 되고 르노가 독립적으로 ‘수입차 개념’으로 간다면 브랜드 전략이나 상품구성이 기존과는 다를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그에 맞는 전략적 요소를 고려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경우 현재 기준 삼성카드가 합작 투자에 따른 지분 19.9% 보유하고 있으나, 그룹이나 삼성전자 차원에서 경영 참여는 아니고 네임 밸류 차원에서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2018년 3월 하만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의 종속기업으로 편입시키고, 자동차 전장부문에 적극 나섰다.
하만의 카오디를 비롯한 전장 제품들이 이미 아우디, BMW, 벤츠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비롯해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에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르노삼성처럼 완성차 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보다는 손을 떼는 것이 맞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20년간 시너지를 위해 함께 해왔으나 결별한다면 지금이 최적기라며, 르노삼성의 수입차 이미지 강화와 삼성의 전장 확대 및 이미지 관리가 아주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