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4.15총선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례없는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국정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이 불붙은 총선에서 국민들은 여당에 180석이라는 압도적 지지를 몰아줬다. 민주당과 비례대표 정당 더불어시민당의 초선 당선인도 총 85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단일 정당이 총선을 통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넘어서는 거대 여당이 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개헌안을 의결하는 것을 제외하고 국회에서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다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됐다. 이 때문에 거대 여당의 구성원인 180명의 당선자 면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들 계파와 성향은 향후 4년 동안 ‘민주당호’의 향방을 결정짓는 조타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친문‧신친문 절대적 우위, 시민사회.86그룹 신주류 ‘부상’
- 박원순‧이재명계 ‘약진’, 이낙연 후원 22명 당선 ‘계보 형성’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친문 색채를 더욱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쓴소리와 소신 행보를 하는 의원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고 당의 역동성과 다양성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청와대 출신들을 비롯한 신친문 세력과 재선 이상의 친문 의원들이 주축이 돼서 당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잠룡 그룹 인사들과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의원들도 존재감을 과시하며 당에 균형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친문의 경우도 미묘한 노선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정책적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오거나 잠룡과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화하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신친문 ‘최대 계파’, 100여명 육박
이번 총선을 통해 친문 체제가 구축되면서 친문계만 100여명에 육박한다. 민주당 내 친문이 아닌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문은 당 내 최대 계파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친문계 의원들도 대부분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윤호중·김태년‧홍영표 의원이 4선 달성에 성공했고 전해철·홍익표·박광온·박범계·도종환·진선미·김경협 의원이 3선에 오르게 됐다. 김종민·황희·전재수·최인호·권칠승·조승래 의원 등은 초선 딱지를 뗄 수 있게 됐다. 3∼4선 중진 그룹에 오르게 된 친문 의원들은 향후 당권이나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에 도전하며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18명도 대거 합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한병도 전 정무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 등이 당선됐다. 김승원·박영순·박상혁·한준호·문정복·이장섭·이원택·윤영덕 전 행정관 등도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친문재인‧친조국 성향의 비례대표 정당인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아 당선됐다.
NY계, 후원회장 맡아준 22명 우군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꺾고 서울 종로에서 승리한 이낙연 전 총리는 당 내 세력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낙연계(NY계)’로 분류되는 후보들이 상당수 고배를 마셨지만 이 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후원회장을 맡아준 당선자들이 우호적 세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개호 의원이 3선에, 오영훈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또 이 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후원회장을 맡아준 38명 가운데 22명이 당선됐다. 강훈식·김병욱·고용진·백혜련·정춘숙·김한정 등 현역 의원과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 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 문진석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 허종식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김용민·이탄희·이소영·홍정민 변호사 등이 국회에 입성했다. 호남 지역에서 승리한 27명의 당선인도 잠재적 NY계로 볼 수 있다.
반면 이 전 총리 측 인사인 배재정 전 총리 비서실장, 이상식 전 민정실장 등은 낙선했고 지용호 전 총리실 정무실장, 문은숙 전 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 이남재 전 전남지사 정무특보, 우기종 전 전남도 정무부지사 등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박원순‧이재명계, ‘박‧이’ 당내 입지 강화 역할

당내 기반이 약한 박원순 서울시장 측 인사들은 약진했다. 현역 의원 중 재선인 박홍근·남인순 의원과 초선인 기동민 의원이 선수를 한 단계 올리게 됐다. 또 ‘박원순 서울시’에서 일한 천준호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김원이·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허영 전 서울시 정무수석,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도 당선됐다.
박 시장 정무보좌관을 지낸 박상혁 당선인과 지난 2011년 당시 박원순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민병덕 당선인도 박 시장 우군으로 분류된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당선자들은 박원순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중진인 이종걸 , 유승희 의원 등은 경선에서 탈락했으며 제윤경 의원은 불출마했다.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의원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을 지낸 이규민 당선인 등이 국회 입성에 성공한 정도다. 그러나 이들이 다른 계파에 흡수되지 않고 대선 국면에서 박 시장과 이 지사를 적극적으로 도울지는 불투명하다.
‘86그룹’ 건재 확인, 김민석 이광재 귀환
총선 공천 과정에서 용퇴론이 거론되던 ‘86그룹’도 대거 21대 국회에 재입성하는데 성공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총선을 통해 중진 반열에 오르게 된 86그룹은 친문 세력과 함께 다양한 당직과 국회직에 도전하며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86그룹의 대표주자인 송영길·이인영·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윤관석·조정식·김태년·윤호중·전해철·박홍근·박완주‧서영교 의원 등이 모두 생환했다. 특히 오랜 정치적 공백기를 깨고 화려하게 귀환한 86세대의 대표격인 김민석, 이광재 당선인의 활약상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노동 등 출신 성향 따라 전문성 발휘 예고
민주당 내 계파와는 별개로 당선자들은 출신 성향에 따라 법조, 노동 분야 등에서 활약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조국 사태’에서 검찰 비판에 적극 나섰거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을 폭로했던 판사·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21대 국회에서 검찰·법원개혁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용민 당선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김남국 당선인은 ‘조국 백서’의 필자로 참여한 바 있다. 판사 출신인 최기상·이수진·이탄희 당선인은 모두 ‘사법농단’의 고발자이면서 법원 개혁의 아이콘으로 부각되는 인물들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경찰 출신 9명이 당선됐다. 민주당 소속으로는 경찰청 차장을 지낸 임호선, 대전지방경찰청장 출신의 황운하 당선인이 있다. 이들은 향후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시민당 당선자 가운데 한국노총 출신은 7명이다. 김영주 의원(한국노총 전국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 한정애(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김경협(부천지역지부 의장) 의원을 비롯해 김주영·이형석 당선자와 시민당 소속 이수진 당선자(초선) 등이 한국노총 출신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인 출신 당선자의 국회 입성도 두드러진다. 시민당까지 포함해 언론인은 박병석(중앙일보), 노웅래(MBC), 박광온(MBC), 김영호(국민일보 스포츠투데이) ,김종민(시사저널) 의원 등과
이낙연(동아일보), 고민정(KBS), 윤영찬(동아일보), 양기대(동아일보), 허종식(한겨레신문), 정필모(KBS), 민형배(전남일보), 박성준(JTBC), 한준호(MBC) 당선인 등이 있다.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이소영, 오영환 등 민주당 기준 청년(만 45세 이하) 당선자들은 차기 국회에서 별도 모임을 꾸려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윤사랑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