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 취재] 부산시장 오거돈, 여직원 강제추행 후폭풍 어디까지 불까
[밀착 취재] 부산시장 오거돈, 여직원 강제추행 후폭풍 어디까지 불까
  • 조주형 기자
  • 입력 2020-04-24 18:26
  • 승인 2020.04.24 19:35
  • 호수 135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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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주당 ‘사퇴일정 조율’ 정황시 여의도 '시계제로'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부산시가 혼란에 빠졌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감찰 뭉개기 혐의로 유재수 경제부시장이 입건된 데 이어 오거돈 시장까지 사퇴했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의 사퇴 배경은 바로 여직원 성추행에 따른 ‘미투(Me too·나도 성폭력을 당했다) 폭로’에 있다. 오 전 시장 사퇴로 부산시정은 엉망이 됐다. 행정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비상 전환됐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결국 부산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그런데, 오 전 시장의 사퇴 시기가 묘하게 ‘총선 직후’인 데다 그가 속한 더불어민주당(부산시당)에서도 기타 해명을 하지 않아 ‘은폐 의혹’까지 제기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뉴시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뉴시스]

-총선 다가와 터졌는데 민주당은 ‘나 몰라라’…선긋기 이어 조국 등판?

오거돈(72)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전격 사퇴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 또한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이달 초 오 시장 수행비서의 호출을 받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집무실로 갔다.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것은 법적 처벌을 받는 명백한 성추행”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Me too·나도 성폭력을 당했다) 등 저를 둘러싼 황당한 이야기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떠돌고 있다”면서 “형사상 고발에서부터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당시 오 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는 이에 대해 “소도 웃을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던 오 전 시장이 결국 자신의 성추행을 인정하면서 사퇴했다. 지난 2018년 취임한 오 시장은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했다. 현직 시장인 그는 자신의 위법 행위를 인정했고, 쫓겨나듯이 떠나는 모양새다. ‘내로남불’에다 불명예스러운 퇴진이다. 

그런데 오 전 시장 사퇴 글의 ‘불필요한 신체접촉, 경중에 관계없이’라는 발언이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해당 발언은 피해자를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게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유재수 경제부시장이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입건된 데 이어 시장까지 사퇴하면서 부산시는 시정 공백 상태를 면치 못하게 됐다. 게다가 광역자치단체장직인 부산시장직은 차관급 공직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데다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물론이고 350만 부산 시민들의 자존심 또한 산산조각 났을 터다.

한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중 징계할 것”이라고 전했는데, 오 전 시장이 총선 직후 사퇴하겠다는 공증까지 받았다고 알려진 데 관해 “(당에서는) 전혀 파악 못했다. 당과 상의해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오 전 시장 사퇴는 총선 직후 1주일 만에 터졌다. 부산시 측은 그의 사퇴를 총선 이후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의 발언은 마치 중앙당과 오 시장 측을 분리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총선기획단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총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총선기획단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총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몰랐다” 말 아껴…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지난 23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더 이상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며 ‘미리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의 브리핑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고 대응했다.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야당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미래한국당의 조수진 대변인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KBS 보도에 따르면 오 시장은 부산시 공무원들과 함께 이달 초부터 피해 여성과 사퇴 여부에 대한 협상을 했다”며 “선거 중립 의무와 관여 금지 의무가 있는 부산시장과 공무원들이 총선을 고려해 피해자 측에 오 시장의 사퇴 시기를 총선 이후로 제안하고 협상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과 사퇴 시기를 조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민주당이 오 시장 사건을 모르지 않았다는 것.

공직선거법 제85조에 따르면 공무원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 혹은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핵심은 부산시장을 비롯한 시 공무원들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큰 ‘현직 시장의 직원 성추행 사건’을 놓고 총선 시기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특히 10여 일 동안 시 공무원 조직과 피해자 간 ‘공증’까지 거론되며 협의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차관급 선출직 공직자의 위법행위 사전 파악 여부에 대해 집권 여당이 계속 몰랐다고 일관하는 것도 석연찮다.

매년 4월19일 열린 부산시의 ‘4.19 혁명 기념식’이 올해 코로나19를 명분으로 열지 않은 데다 오 전 시장도 최근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공직선거법 위반’ 보궐선거 내년 4월…조국 등판?

오 전 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이 있은 이날 오후 미래통합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오 시장 성추행 관련 사건이 불거진 시점은 지난달 7일”이라며 “그때 현직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조사했어야 마땅하나 가해 시장의 공직 사퇴 시기를 공무원들이 조율했다는 것은 위법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오 시장 성추행 사건이 총선 전 언론 등에 공개됐을 경우 그 여파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조사권 등이 없어 정확한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 중앙당과 부산시와의 ‘사전 교감’ 정황이라도 드러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서 청와대가 지난 2017년 9월 황운하(現 당선인)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김기현(現 당선인)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형, 동생’ 사이로 알려진 송철호 울산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재판에 서게 됐다. 당시 여권은 ‘사전 교감’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여당의 도덕성이 다시금 추락할지 두고 볼 일이다.

오 전 시장 사퇴 이후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첫 번째 수요일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제35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는 매해 4월 첫 번째 수요일에 하도록 적시돼 있다. 그 때까지 부산시는 1년간의 시정 공백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 부산시장이 공백이 되자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판론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조 전 법무부 장관은 재임 중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와 그의 딸과 함께 각종 비리 혐의를 받았고, 장관직을 사퇴했다. 이를 두고 ‘친(親) 조국 지지 세력’으로부터 ‘명예 회복’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다만, 민주당 당헌·당규 96조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조 전 장관이 나올 가능성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경우다. 당헌·당규 개정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지자체장 보궐 선거 가능성에 대해 경기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사직 상실 위기에 처해 있다. 바로 ‘허위사실공표죄’ 때문이다. 친형 강제 입원 시도 여부에 대해 부인했고, 검찰로부터 ‘300만 원 벌금형(2심)’을 구형받아 3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공직을 떠나야 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도 각각 ‘드루킹 댓글 공작’과 ‘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편 부산지방경찰청은 이날 “여직원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부산시장직 사퇴를 발표한 오 시장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사실 관계를 확인해 위법 사항이 나올 경우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을 시작으로 박 시장 측근 등이 저지른 ‘총선 전 성폭력’에 여당의 악재가 가중되는 모양새다.
 

경찰청 입구 정문 모습. [뉴시스]
경찰청 입구 정문 모습. [뉴시스]

 

조주형 기자 chamsae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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