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매수 의무 거부에 폐업 결정...동물원 없는 광역시 되나
부산시 매수 의무 거부에 폐업 결정...동물원 없는 광역시 되나
  • 양호연 기자
  • 입력 2020-04-24 17:46
  • 승인 2020.04.24 18:40
  • 호수 1356
  • 4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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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파크’ 6년 운영 이어온 삼정기업, 결국 “손 놓겠다”
[삼정더파크]
[삼정더파크]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부산시 유일 동물원으로 알려진 ‘삼정 더파크(이하 더파크)’가 폐업 위기에 처했다. 운영사인 삼정기업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부산시가 <더파크 사업정상화를 위한 협약서> 제5조2항에 따른 매수 의무를 거부해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일부 지역 주민들은 부산시민들의 휴게 공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냐며 아쉬움을 표하고 나섰다. 이후 삼정기업과 부산시는 지난 22일 2개월 연장 영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양측의 갈등이 짧지 않게 이뤄져 온 만큼 도무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부산시 500억 원 빚보증, 삼정기업 준공 동물원...각종 구설로 몸살
양측 ‘가정의 달 폐업 원치 않아’ 2개월 연장...종료 후 향방 관건



더파크는 1964년 부산에 들어선 국내 최초 민간 동물원 ‘동래 동물원’, 1982년 개장해 2005년 문을 닫은 ‘성지곡 동물원’의 뒤를 이은 휴식 공간으로 지역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방문객수 저조 등으로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면서 준공‧운영사 삼정기업은 지난 24일을 끝으로 폐업소식을 알렸다.
 

[삼정더파크]
[삼정더파크]

사업 전부터 논란 불씨

더파크는 2014년 부산시가 500억 원의 빚보증을 서고 삼정기업이 준공한 동물원으로, 부산 시민들에게는 ‘부산 유일 동물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업 추진 당시 부산시는 더파크 사업을 두고 동물원의 개선 및 확충, 다양한 전시시설·이용공간 현대화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 제공과 관광부산의 면모를 창출하고자 실시계획인가를 얻어 동물원 시설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동물원 이용객들의 휴양 공간을 위해 산책로도 조성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산시의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굳이 빚보증을 서면서까지 개원을 지원한다며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면서 2017년에는 시행사 불법 변경 및 불법 공사 구설에 휘말리는 등 강도 높은 몸살을 겪기도 했다.

삼정기업이 폐업을 선언한 데는 지난 19일 부산시의 동물원 의무 매수 약속 거부라는 이유가 있다. 운영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 이미 삼정기업은 부산시에 매수 요청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부산시의 요청에 따라 총 6년 동안 운영을 맡아 왔다. 부산시가 2012년 삼정기업과 맺은 협약에는 운영사가 동물원 준공 이후 3년 안에 매각 의사를 보이면 부산시가 최대 500억 원 내로 소유권을 사들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무 매수 기간인 이달 25일이 다가오자 부산시가 동물원 부지 중 민간인 지분을 문제 삼아 ‘이 땅을 공유재산으로 취득할 수 없다’며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이 같은 양측 대립은 지난해 말 부산시민단체가 부산시의 매수절차 추진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면서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연합)이 부산시는 법적으로 더파크를 매수할 의무가 없지만 내년부터 6년 동안 6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더파크를 매수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당시 연합측은 입장문을 통해 “삼정더파크 내부에는 시유지 1만2067㎡가 포함돼 있어 시유지 내 조성된 영구시설물은 법상 기부채납 돼야 한다”며 “더불어 기부채납은 준공 이전 실시했어야 함에도 부산시는 2014년 4월 동물원 준공 허가 내줘 기부채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더파크가 개장해 영업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바른 운영과 책임이 있는 동물원을 위해 부산시는 더파크 매수 이행이 아니라 공유지 내 영구시설물부터 기부채납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도 최근 언론을 통해 “매수 하려 했으나 해당 부지에 공유지가 있어 구매할 수 없다고 삼정기업에 수차례 설명했고 해결을 촉구했으나 정리되지 않아 시 차원에서 매입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2개월 연장 운영 결정

폐업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개인 SNS 등을 통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더파크 방문기를 공유하며 응원의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족과 현장을 방문한 A씨는 “우리처럼 (더파크가) 없어진다고 찾아 온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며 “아이들이 ‘이렇게 좋은데 왜 없애냐’는 말을 하는 등 지역 주민으로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새로운 동물원의 모습으로 복귀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 같은 시민들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잇달아 제기되자 더파크와 부산시는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2개월간 연장 운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22일 기준). 한 지역 매체에 따르면 부산시와 ‘더파크’ 운영사인 삼정기업은 22일 당초 계획된 25일 폐업을 잠정 보류하고, 운영 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안을 놓고 부산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공원운영과는 최근 삼정기업에 협조공문을 보내 운영 기간 연장을 요청했으며, 부산시는 동물원 매수 의무는 논외로 하고 운영 기간만 일정 기간 연장하자는 입장을 보인 것. 시측 관계자는 언론에 “동물원이 사업성이 높지 않다 보니 제3자와의 협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시는 어렵게 만든 동물원인 만큼 이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고 더파크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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