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희망으로 시작된 자영업 시장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깊은 시름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확산으로 경제마저 휘청거리면서 최악의 불경기라는 목소리도 크다. 이런 가운데에도 창업에 대한 열망은 높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월 145만9000명에서 3월 139만8000명으로 6만1000명 감소했다. 매출 하락에 인건비 부담이 더해지면서 종업원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월 402만4000명에서 3월 413만9000명으로 11만5000명 급증했다. 무급가족종사자도 96만2000명에서 101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여기에는 신규 창업자도 있지만,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업종 전환을 한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유는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도 있지만, 업종 전환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영업자가 더 많기 때문이다.
업종 전환은 안 되는 아이템으로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아이템을 바꾸는 경우다. 파니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박모씨도 최근 심각한 업종 전환을 고민 중이다. 매출이 감소한 데다 파니니를 만들기 위한 노동력이 강하고 원가가 높다는 게 이유다. 메뉴 단가도 높아 꾸준한 단골고객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다. 박모씨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 운영의 편리성을 높인 무인카페 형태를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가 관심 갖고 있는 브랜드는 젤라또 아이스크림 카페띠아모를 운영 중인 (주)베모스가 론칭한 디저트카페 오타르다. 오타르의 장점은 다양한 타르트와 마카롱, 스콘, 케익 등이다. 50여 가지 넘는 메뉴와 시선을 붙잡는 독특한 디자인, 맛까지 인정받으면서 디저트카페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박모씨는 여기에 베모스의 무인 커피벤딩머신을 더해 운영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 베모스의 무인 커피벤딩머신은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흑당밀크티 등 메뉴의 가지 수가 다양하다는 게 장점이다. 아울러 커피 농도를 포함해 얼음의 양까지 고객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맛에서도 일반 커피전문점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두 마리 치킨 대표 프랜차이즈 티바두마리치킨도 올해 들어 2030 청년층의 창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티바두마리치킨 관계자는 “언택트(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 주문 증가에 따른 매출 기대와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의가 많다”라고 전했다. 티바두마리치킨은 창업 문의가 많아지면서 14가지 파격적 창업혜택도 내놨다. 소자본 창업 지원 프로젝트로 가맹비, 보증금, 로열티, 재계약비 4가지를 면제하는 4無 가맹정책과 100만 원 상당의 간판썬팅·주방집기 지원, 블로그·SNS 무료홍보, 배달 앱 3개월 지원 등이 내용이다. 아울러 안정적 가맹점 운영을 위한 권역별 전담 스토어닥터 배치도 실시 중이다.
이 같은 업종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흐름이다. 상권의 소비 흐름에 맞는 아이템을 얼마큼 잘 선정해 자리 잡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실례로 수원 호매실지구에 오픈한 회전초밥전문점 사례를 살펴보면 수원 호매실지구는 2~3년 전에 급격히 형성된 상권이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를 배후로 두고 오피스텔 빌딩도 여러 건물 있는 곳이다. 전형적인 소비 상권이다. 이곳은 건물 2층에 1000원대 균일가인 회전초밥전문점 스시노칸도가 지난 1월 오픈했다. 이미 이 근처에는 초밥전문점이 3~4군데 존재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시노칸도 호매실점은 3월 매출 1억 원을 넘어서면서 대박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매장의 성공 비결은 뭘까. 물론 브랜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맛과 가격, 서비스, 인테리어 등의 경쟁력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권 주변의 소비자 흐름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스시노칸도 호매실점의 점주는 3개월이 넘도록 매일 호매실 상권에 낮과 밤을 번갈아 가면서 소비자의 소비 형태와 연령대, 이동 시간 등의 흐름을 조사했다. 이로 인해 3~4군데의 후보지 중 최종적으로 호매실점을 선택했다.
흔히 말하는 상권에는 각자의 특성이 있다. 또 이러한 상권은 소비의 흐름이 수시로 변한다. 지하철 개통이나 아파트 등 주거단지 완공,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대형 상업시설의 신축, 도로 및 횡단보도 신설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홍대나 강남, 대학가 등 젊은 층이 몰리는 상권과 여의도 등 오피스가 상권, 또 주택가 상권의 소비 경향은 분명 다르다. 따라서 창업하고자 하는 아이템이나 매장의 크기도 상권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비 경향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입점하고자 하는 상권에 어떤 업종들이 분포돼 있는지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또 가격대는 어느 정도이며, 시간대별 고객 성향은 어떤지도 파악해야 한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쟁반집8292는 오픈한 지 한 달여 만에 종로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유는 종로의 주 고객인 직장인과 3040 세대에 맞는 가성비와 맛이다. 점심을 즐긴 고객이 저녁으로 이어지면서 불경기에도 웨이팅이 걸린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쟁반집8292의 점심메뉴는 한쟁반고기정식과 고추장두루치기, 돼지김치찌개, 소고기된장찌개다. 특히 한쟁반고기 정식은 선호도가 가장 높은 메뉴다. 쟁반집8292만의 방법으로 숙성한 돼지고기와 푸짐한 반찬, 된장찌개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판매되는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가격도 저렴하다. ‘본삼겹살’, ‘목살’, ‘항정살’과 ‘듀록오겹살’, 국내산 1등급 암돼지인 꼬들살도 1만 원 이하다. 여기에 특허 받은 쟁반서빙트레이로 인건비 부담을 줄인 점도 고기집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들이 관심을 두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처음 매장을 오픈할 당시에는 장사가 잘 됐는데, 2~3년 지나면서 장사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답은 3가지다. 하나는 창업자의 마음이 변해 맛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 소비자가 멀어진 경우다. 두 번째는 강력한 경쟁 매장 등장이다. 맛과 품질, 가격 면에서 상대하기 힘든 매장이 인근에 들어서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소비자의 소비 흐름 변화다. 소비자의 소비 흐름은 사소한 것에서 변한다. 대중교통 등 공과금이 인상되면 일단 외식비에 대한 지출이 감소한다. 따라서 가족 외식이 줄어든다. 고가의 메뉴를 즐기던 고객의 방문이 갑자기 줄어든다. 또 인근 상권에 대형 건물이 들어서면서 고객의 이동 경로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창업 성공은 모든 요소가 맞아 떨어져야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로 매장이 북적거린다면 맛이 있건 없건, 서비스가 좋건 나쁘건, 그 매장은 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상권의 소비 흐름에 맞는 아이템을 얼마큼 잘 선정해 자리 잡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