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해찬 콤비플레이로 ‘범여권 장악’
유시민-이해찬 콤비플레이로 ‘범여권 장악’
  • 김대현 
  • 입력 2007-08-16 11:37
  • 승인 2007.08.16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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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주자 유시민의 대선 출마 ‘노림수’

지난 2003년 4월 경기도 고양시 덕양갑 재보선에서 당선된 유시민 의원. 그의 파격 행보는 국회 등원 첫날부터 시작됐다.
단출한 ‘청바지’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유 의원을 보자, 동료 의원들이 격노했다. 기존 정장 차림의 정형화된 국회의원 복장을 버리고 ‘신선한’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었겠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모독’을 들먹이며 유 의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유 의원의 파격적인 언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입법기관으로서 그의 독창적인 시각은 그래서 늘 화젯거리가 되곤 했다. 이로 인해 유 의원이 있는 곳에선 으레 신선함 그 이상의 돌출행동이 예견되곤 했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 되면서 현정권에서 ‘승승장구’했다. 차츰 유 의원도 현실과 타협하며 정치적 ‘형식’에 익숙해져 갔다. 개혁정당 출신인 그가 ‘제2의 노무현’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는 그 언저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유난히 ‘골수’ 지지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그가 이달 초 대선출마 의사를 밝힌 대목은 유 의원의 그간 행적에 비춰볼 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등장은 노 대통령의 ‘복심’이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 그 방향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유시민 의원 자체가 올해 대선에서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 의원은 그동안 대선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본인 스스로도 대통령 후보가 될 정도의 ‘경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터다.


‘주도권 싸움’서 모종의 역할

그래서 그가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나온 배경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 범여권은 크게 친노세력과 비노세력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며 경선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면밀하게 말하면, 양 진영의 신경전에서 친노진영이 다소 밀리고 있다.

비노 진영의 유력주자인 정동영 전장관과 손학규 전경기지사 등이 지지율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세력을 규합해 새로운 정당을 추진하면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들이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곳은 통합민주신당(이하 민주신당)이다.

문제는 이들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라는 키워드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두 단어가 가진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게 신당세력의 생각이다.

민주신당 한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에서 보여지듯,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민주신당은 민주당과의 결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반노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일부 통하는 면이 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김대중(DJ) 전대통령과도 썩 관계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친노세력과의 대립각은 더욱 선명하다. 대통합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합칠 수 없다고 버틴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조순형 의원의 경우 현정권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인사로 손꼽힐 정도다.

민주당이 DJ의 차남 김홍업 의원 등이 탈당하며 ‘뒤통수’를 맞긴 했지만 여전히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민심이 뒷받침되고 있는 탓이다. 양당이 공히 호남 정서와 DJ의 기반을 탐내고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친노진영은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도로 민주당’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의원 등으로 이어지는 친노진영 대선주자들은 내심 당 해체에 동조하면서도 신당행(行)을 주저했다.

물론, 향후 이들도 열린우리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데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통합 과정에서 적어도 노 대통령의 의지를 최대한 투영시키기 위해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의원의 출마선언은 친노진영의 힘을 키우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친노진영이 유력후보군을 형성하며 범여권내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

실제로 그가 범여권 경선에서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정치적 스승인 이해찬 의원과 ‘콤비 플레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에 무게감이 실린다. 안희정씨 등 참여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모인 평가포럼도 이해찬 의원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유시민 의원의 출마 선언이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예단하긴 이르다”면서도 “친노진영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찬 전총리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친노 대표주자로 힘 받은 ‘이해찬’

그러나 정작 유 의원이 국민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세력 판도가 범여권내 1~2위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손 전지사와 정 전장관 쪽으로 급속하게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범여권 대통합의 마지막 ‘걸림돌’로 언급됐던 유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힘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물론 통합민주당, 대통합민주신당 등 구(舊) 여권내 대선 ‘암투’가 더욱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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