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완벽주의를 자신의 완벽을 추구하는 ‘자기 지향 완벽주의’, 다른 사람의 완벽을 요구하는 ‘타인 지향 완벽주의’, 내가 완벽하기를 다른 사람들이 원한다고 믿는 ‘사회적 완벽주의’ 등 3가지로 분류했다.완벽주의자의 행동도 3가지로 나뉜다. 첫번째 유형은 자신의 완벽함을 자랑하고 타인을 감동시키려 한다. 두번째 유형은 결과가 완벽하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은 아예 피한다. 세번째 유형은 문제를 숨기며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완벽주의가 병일까. 인제대 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완벽주의 성향’과 ‘완벽주의’를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보통 완벽주의 성향이 있으면 논리적이며 일도 꼼꼼하게 처리한다. 기업 등 조직에서 이런 사람들은 업무 성과가 대체로 좋다.
우 교수는 이를 ‘건강한 완벽주의’라 불렀다.문제는 ‘병적 완벽주의’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몰두한다. 완벽 자체가 목표가 되기 때문에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극단적인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병적 완벽주의는 일종의 ‘강박성 인격장애’로 볼 수 있다. 플렛 교수가 말한 사회적 완벽주의는 ‘자기애적 인격장애’이며 대인공포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병적 완벽주의자는 직급이 높을수록 증가한다. 평사원일 때는 지시를 받기만 하면 되지만 중간관리자 이후로는 책임을 동시에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은 물론 부하직원에게도 완벽을 요구한다는 것.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완벽주의적 성향 또는 행동으로 사회적 기능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먼저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로 인해 대인관계나 직장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병적 완벽주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특히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병적 완벽주의자가 많다”고 덧붙였다.완벽주의자에게도 장점은 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자기단련이 잘 돼 있고, 많은 것을 성취해 낼 수 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자기 표준이 높고 윤리 의식을 갖고 있다. 또한 자신과는 잘 타협하지 않는다. 종합적인 사고를 하고, 이해를 잘 하며, 현명한 해결책을 잘 생각해 낸다. 마지막으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본인 자신과 다른 사람들 안에서 최상의 모습을 끌어내려 한다.그러나 더 많은 단점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완벽주의자’를 병으로 단정짓는 이유다.이 유형의 사람들은 기대에 못 미칠 때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크게 실망한다. 그리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부담을 느낀다. 또한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행한 것을 제대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나만큼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당황해하곤 한다. 과거에 내가 했던 것 혹은 앞으로 내가 행해야 할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도 하고,평소에 긴장되어 있으며, 걱정하거나, 사물을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여긴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세가 있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생활하기를 권하고 있다.△자신을 돌볼 것 △매일 약간의 시간을 들여서 자신이 즐기는 오락 활동 같은 것을 즐길 것 △정원 가꾸기, 영화 감상, 운동하기, 산책 하기, 친구들과 함께 보내거나 일자리에서라도 약간의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것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인식하고 그것을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방법을 배울 것 △‘무엇 무엇을 해야 한다’라는 말을 피할 것 △긴장 이완, 명상, 요가 등을 해볼 것 △서랍이나 벽장, 방 등을 엉망으로 어질러 보는 것을 자신에게 허용해 볼 것 △일이나 강박적인 행동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휴가를 갖도록 할 것 등이다.특히 완벽주의자들은 과도한 직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 스트레스는 직장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심한 경우 만성피로 및 과로사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조직적으로 볼 때 근로자의 직무 의욕을 떨어뜨리고 실수와 사고를 증가시켜서 결과적으로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조직차원, 개인차원 모두에서 직무 스트레스를 진단하고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직무 스트레스의 부작용을 줄이고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자료제공: 서울백병원>
김민수 km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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