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경제’대‘건설경제’ 대립 구도 판짜기
‘평화경제’대‘건설경제’ 대립 구도 판짜기
  • 김대현 
  • 입력 2007-08-16 09:19
  • 승인 2007.08.1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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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정상회담 정치권 후폭풍
대선을 4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전격 발표된 2차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정상회담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 등 보수그룹에선 ‘임기말 정상회담의 배경이 의심스럽다’, ‘이번엔 또 얼마를 퍼주려 하느냐’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성사를 발표했지만, 불발될 여지도 있다”면서 “정상회담의 목적은 북핵 문제 해결 등 핵심 사안에 맞춰야지, 정치적 이벤트로 가져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대선정국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나라당 유력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경선 통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평화경제’와 ‘건설경제’의 대결구도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현정권에서는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높은 경제 논리에다가 ‘평화 무드’라는 이념적 성향까지 첨부해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의 정상이 교류에 물꼬 트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향후 왕래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는 수치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1000만명이나 되는 이산가족들이 큰 호응을 보내게 되고 국민들도 ‘정전’이 된 이후의 상황을 마음속에 그려보게 된다.

남북 양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협력도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켜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고받을 게 없는 두 정상의 만남

특히, 두 정상이 만나 비핵화 선언 등 기대 이상의 합의를 도출해 낼 경우 역사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 외교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남북 정상이 만나는 문제는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라고 말한다.

정치적 노림수를 갖고 정상회담을 급조했다는 논리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가깝다.

미국 입장에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이 매우 한정돼 있다고 본다. 금융과 수출입을 차단해 놓은 북한은 경제적 지원을 원하겠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이 독자적으로 챙길 수 있는 ‘보따리’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휴전 협정의 대상도 북한, 미국, 중국에 한정돼 있어 정전 협정을 체결할 수도 없고,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할 가능성마저 희박하다. 오히려 양 정상이 각기 정치적인 효과를 위해 이번 회담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커 보인다.

청와대가 아무리 순수한 의도임을 강조해도 정상회담 이후 파생될 정치적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물론, 양측이 ‘이면합의’를 통해 주객이 전도된 회담을 진행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점에서 협의문 작성에 심사숙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이번 정상회담이 대선정국에 미칠 파급효과를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참여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범여권도 이 대목에 있어서는 청와대와 통한다. 이들은 결국 대선에서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번 회담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경제 논리의 대결구도를 만드는데 이번 회담의 결과가 유효할 수 있다. ‘경제 논리’의 대선판도를 짜는데 이번 회담을 활용할 것이라는 진단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통합민주신당 한 관계자도 “이번 회담을 통해 평화경제의 논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국민이 올해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흡수해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예기다.


평화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효과

현재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경우도 성공한 경제인으로서 경기활성화 문제에 적임자로 꼽히면서 부상하기 시작했다. 한때 범여권에서 성공한 CEO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려 했던 것도 이 후보를 염두에 둔 까닭이다.

그러나, 이 후보와의 경쟁에서 명확한 대결구도를 만들려면 경제 논리에 이념적 성향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범여권이 과거 지지층을 회복,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8·28 정상회담은 ‘평화’라는 화두를 범여권 후보가 확보하고 갈 수 있는 계기다.

범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논리를 펴면서 평화를 통한 경제 발전 즉, ‘평화경제’라는 키워드를 주목한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주자가 된다면 도덕성과 관련된 네거티브도 있겠지만 우선 ‘전선’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도 평화를 통한 경기 활성화 논리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평화무드를 등에 업고 군비 감축, 남북 경제교류 확대 등으로 나아갈 경우, 국내 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한과 북한이 군사적 대치로 인해 쏟아붓고 있는 예산 중 상당부분을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범여권 한 인사는 ‘평화경제’ 논리에 대해 “평화라는 아이템과 경제를 묶게 되면 이념적으로 진보세력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경제적 기대심리도 높일 수 있는 다목적 카드”라고 분석했다.

그 이후에 이해찬, 정동영, 손학규 등 범여권 후보군에서 ‘평화경제’에 맞는 적임자를 앉혀놓기만 하면 되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경부운하’로 대변되는 이 후보의 ‘건설경제’는 상대적으로 낡은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 성공한 CEO로서 그동안 국민적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이 후보의 경쟁력이 주춤할 수 있는 것. 박근혜 후보가 후광을 입고 있는 박정희 전대통령도 ‘낡은 경제’에 속한다.


“노 대통령, 회담 투명성 약속해야”

한나라당에서도 이번 회담이 ‘평화’ 대 ‘경제’의 구도로 대선 판짜기를 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이 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노 대통령이 투명한 회담을 약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또 한 차례 거머쥐게 된 노 대통령이 누구를 차기 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직 NSC 관계자 ‘이해찬 수혜론’ 전면 부정
“이해찬, 주변국 방문은 골프파문 희석용일 뿐”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여야를 막론하고 이해찬 전총리를 지목하는 이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전총리는 이번 정상회담 개최에 기여를 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번 회담으로 이 전총리가 수혜를 입는 부분에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됐다.

전직 NSC관계자 A씨는 “이 전총리의 방북에 이은 순차적 주변국 방문은 골프파문을 희석시키기 위한 일환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내놨다.

A씨는 NSC에서 얼마 전까지 근무했던 인사로 업무를 총괄적으로 다루는 부서에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현재 여권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동영, 이해찬씨 등이 방북을 한 적이 있지만 이들이 어떤 역할을 맡거나 성과를 거두고 돌아온 적은 없다”며 “북한 방문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이 이번 회담을 전담한 것은 대북 비선의 핵심이 그 쪽”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또, 정상회담을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준비를 해온 인사로 정세현, 이종석 전통일부장관을 꼽았다.


##남북정상회담 급진전 물밑 작업 누가 했나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는 과거 1차 정상회담 당시 ‘판을 짠’ 남북 관계자들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대중(DJ) 전대통령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을 것으로 보인다. DJ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답방 메시지를 수 차례 전달해 왔다. 또, 남북 정상이 다시 모여 관계개선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문해 왔다. 후속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상당히 신경을 써 왔던 것. 2차 회담 개최를 위해 DJ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점쳐지는 배경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동교동에서 정상회담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측근들이 현정부와 보조를 맞춰온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회담이 참여정부 초기부터 준비돼 왔다는 점에서 과거 DJ의 방북을 준비했던 인사들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세현 전통일부장관 등의 인사가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의 기초적인 작업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0년 DJ 방북 당시 동행했던 이해찬 전총리도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회담 개최에 대한 주변국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준비 작업이 매우 은밀하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이름은 거론되고 있지 않다. 다만, DJ의 최측근인 박지원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국정원장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박재규 전통일부장관 등도 일조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번 회담준비는 극비리에 진행하기 위해 실무라인에서의 작업은 국정원이 전담한 것 같다”며 “하지만, 추진단계에서 과거 경험을 갖고 있는 DJ정권 핵심 인사들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28일 방북단에 이해찬 전총리, 정세현 전장관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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