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제공한 코나 전기택시가 충전을 하고 있다. [현대차]](/news/photo/202004/383882_300190_029.jpg)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미세먼지와 환경문제를 두고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전기택시 사업이 주춤하고 있다. 2011년부터 전기택시 1000대를 시작으로 해마다 1000여 대씩 도입을 꿈꿨으나, 시행착오를 거쳐 본격적으로 길을 연 것은 2013년 르노삼성이 전기차 SM3ZE의 양산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듬해인 2014년 9월 서울시가 전기택시 시범운영에 들어가면서 전기택시 시대를 맞는가 했으나, 2015년 기준 1시간 충전에 135km를 달리는 전기택시에 대한 가동률은 지지부진했다.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자체의 보조금에 정부 보조금까지 얹고 완성차 업체가 일부 구매 금액을 할인해도 전기택시를 사용해본 법인택시 사업자들은 재구매하지 않았다.
2018년 기후환경본부는 서울형 전기택시 도입 사업을 홍보하며, 2019년 3000대 2020년 7000~8000대를 계획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는 전기택시 보급 사업을 통해 719대의 계약에 머물렀다. 올해 7000대 계획은 슬그머니 700대 규모로 축소됐다.
법인택시 회사 관계자 A씨는 “전기택시가 당장 ‘연료비가 적게 들고, 소음이 적고 매연이 안 난다’라는 장점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영업용에는 맞지 않다”며 “얼마 안가서 충전해야 되고 충전하면 영업을 못하는데 어떻게 전기택시로 돈을 벌겠나”라고 반문했다.
업계에서는 전기택시를 위한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전기택시 운영을 위한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전기택시가 수리가 필요하거나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LPG 택시처럼 손쉽게 수리하기도 힘들고 부품 조달의 문제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개인택시 기준 계획서에는 220km라고 나와 있지만, 개인택시도 하루에 많이 가는 운전자들은 300~400km까지 달리고 법인택시들은 이를 훨씬 넘어서는 거리를 달리는데 완충 단계에서 200km 수준 주행거리에 머무르는 전기택시를 운영하기에는 감수해야할 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A씨는 “승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이나 차량이 교통 체증에라도 걸리면 충전하러 충전소를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고, 1시간 충전해야 150km 정도 달릴 수 있는 수준인데 마냥 손 놓고 기다리는 것도 영업택시 입장에서는 못할 노릇”이라며 “하루에 두 번 이라도 충전하면 그날 사납금 맞추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택시 사업에 맞을까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거창하게 시작한 전기택시 사업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전기차가 택시운영에는 맞지 않다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지난주부터 계약을 받기 시작한 서울시 전기택시 신청자는 현재 10여대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시 측에서도 올해 700대 계획 댓수를 채우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 등과 겹쳐 급하게 지원이 필요한 곳으로 자금을 전환하다 보면 예산조차 더 삭감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지원하는 운전자들도 전년 대비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간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전기택시 계약자들은 주로 경력이 오래된 고령 운전자들 위주로 신청이 이뤄졌는데, 최근 고령 운전자들에 대한 운전면허증 반납 등과 관련해 택시 사업을 접는 고령 운전자들이 늘면서 전기택시 보급도 활기를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나 기아차가 제공하는 전기택시 보증 거리는 20만km에 달하고 르노삼성차가 제공하는 보증거리는 16만km나 되지만 배터리 자체의 효용성을 고려할 때 거리 보증은 큰 의미가 없다.
전기차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준으로 1년 반, 개인택시 기준으로 3년 정도 지나고 나면 배터리 교체 시기가 도래하므로, 이런 이유에서 르노삼성차가 전기택시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반면 현대·기아차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한편 법인택시사업자들은 전기택시 의무 보유기간 2년이 지나면 대부분 되팔거나, 업무용 등으로 용도변경을 통해 전기택시를 퇴출시킨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