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대한 우울 조울병학회’가 최근 서울 시내 거주 20~60세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 조사 결과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가벼운 우울증상을 보이는 주부가 26.5%이며, 중등도에서 고도의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부가 4.9%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우울증으로 인해 당장 치료가 시급한 주부들이 18.1%에 달한다.전문가들은 서구 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적고 가부장적 문화가 팽배한 한국 사회의 경우 여성의 우울증 발병도가 더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오히려 서구보다 치명적인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서구사회에 비해 여성 인권이 낮은 한국에서 더 많은 여성들이 쉽게 좌절에 빠지게 되고 이것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부들은 경제력이 남편에 비해 일반적으로 약하고 반복되는 가사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쉽게 지쳐 우울증에 더 쉽게 노출된다.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우울증은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열 가지 중에서 네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병이다. 우울증은 평생동안 전체 인구의 5명 중 1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며, 내가 바로 그 1명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이 우울증이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질병이고 또 적절히 치료하면 고칠 수 있다는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우울증은 다양한 신체적 및 유전적 원인에 의해 생길 수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같은 신체적 질환에 의해서 생길 수도 있고,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해 여성에서는 월경 주기때나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해 생길 수도 있다.우울증은 주로 우울한 감정이 북받치거나, 늘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거나, 잠을 푹 잘 수 없거나, 입맛이 도무지 없거나 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특징으로는 첫째 슬픔, 불쾌감, 죄책감, 수치심이나 불안감을 느끼며, 둘째 흥미나 의욕의 상실, 의존성의 증가 같은 증상도 보인다. 셋째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우유부단함, 자기비난이나 흑백논리 같은 인지적 특징을 보이기도 하고, 넷째 수동적이 되거나 회피하거나 비활동적으로 되는 등의 행동적 특징을 보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신체적 특징을 보이는데 이는 불면이나 수면과다 같은 수면장애나 식욕과 성기능의 장애로 이어진다.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은 열 명중에 한 명이 우울증에 걸릴 수 있으나, 여성은 다섯 명 중에 한 명이 우울증에 걸릴 수 있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다. 환자 세 명 중 두 명이 여성이다.여성에게 우울증이 많은 이유로는 호르몬의 차이, 월경, 임신, 출산이 관여하기도 하고 남녀간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며, 스트레스에 대한 남녀간의 대처능력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여성의 뇌가 슬픔에 유난히도 민감하다는 보고도 있고 생리와 임신, 분만 그리고 폐경이라는 특별한 호르몬의 변화가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여성에게 우울증이 많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우울증은 우울하다는 감정의 장애로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홧병, 산후우울증, 고3병, 대4병, 주부우울증, 빈 둥지 증후군, 계절성 우울증, 중년기 우울증, 가변성 우울증 및 IMF증후군과 같이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증의 종류는 첫째 주요 우울증, 둘째 계절성 기분장애, 셋째 기분부전장애, 넷째 신체적인 원인에 의한 우울증,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울병에서의 우울증이 있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체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신적이거나 심리적인 면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몸이 아프다고 하면 주위의 사람들이 병원에 가기를 권유하거나 같이 병원을 방문한다.
하지만 마음이 우울하다거나 불안하다고 하는 경우에는 ‘그건 병도 아니다, 마음이 약해서 생긴다, 여행을 가거라, 푹쉬라’고 하거나 심지어는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으려고 꾀병을 부린다’고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증상을 보이는 본인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가 약해 보인다고 생각할까봐’ 또는 ‘내가 이러는 것을 남이 알까봐’ 창피하다고 생각해 치료받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푹 쉬거나 땀을 빼거나 혹은 감기약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감기’ 라고 할 수 있는 우울증인 경우에도 시급히 치료에 나서야 한다.
‘우울증 자가 진단 해 봅시다’
다음의 각 문항들은 당신의 지난 일주일간의 경험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박스의 내용을 보고 각 해당항목에 체크해 주시오.
0. 전혀없음 1. 가끔(일주일에 1∼2번) 2. 보통(일주일에 3∼4번) 3. 자주(일주일에 5번이상)
1.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들이 귀찮게 여겨졌다.
2. 입맛이 없었다.
3.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보고 도움도 받았지만 계속 울적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4.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착한 편이라고 느꼈다.
5. 내가 하는 일에 마음을 집중시키기가 어려웠다.
6. 기분이 우울했다.(살맛이 나지 않으면서 불쾌함.)
7.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힘들게 느껴졌다.
8. 나의 장래는 희망적이라고 느꼈다.
9. 내 인생은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다.
10. 두려움을 느꼈다.
11. 잠을 설쳤다.
12. 행복했다.
13. 평상시보다 말을 적게 했다.
14. 외로웠다.
15. 사람들이 다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16. 생활을 즐겁게 보냈다.
17. 가끔 울었던 적이 있었다.
18. 슬펐다.
19. 주위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느꼈다.
20. 아무 일도 시작할 수 없었다.
* 선택한 문항의 합계가 23점 이상이면 우울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김민수 km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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