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박근혜 후보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역전시키지 못하면 곧바로 죽음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명박 후보의 가슴을 향해 칼을 겨눌 태세다. 검증 정국과 청문회, 그리고 여론조사를 둘러싼 설전은 그 전초전에 불과했다. 친박 진영은 남은 기간 역전을 위해 마지막 남은 카드까지 뽑아들 것으로 전해져 전운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비상등이 붉게 켜진 친박진영을 취재했다.
친박진영, 조직표 점검하며 회심의 미소
“이 후보 차명땅 관련 추가 폭로 있을 것”
“중대한 결심까지 할 수 있다.”
이 후보를 맹추격하고 있는 친박 진영이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양측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올라가고 있다. 박 후보측은 “외국 사례를 봐도 ‘누구를 지지하느냐’나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로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지지도가 아닌 선호도 조사로 결정할 경우 이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측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경선 여론 조사를 할 때 선호도로 물었다”면서 “관행을 중시하는 박 대표 측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MB 도덕성 맹공세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 박 후보측이 ‘사생결단’식 자세로 응할 수 밖에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캠프 조직 관계자는 “자체 조사결과 당원과 대의원 내 지지도는 이미 오차 내 박빙으로 접어든 상황”이라며 “불과 5천표 내에서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친박 진영 인사들은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MB측에 우호적인 강재섭 대표와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며 적지 않게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여론조사 문항을 양보하는 것은 사실상 ‘패배’를 강요받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게 캠프 내 분위기다. 하지만 남은 기간 ‘대역전극’을 준비하는 박 후보측의 히든 카드는 다른 곳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MB에게 치명타가 될 굵직한 사안들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 친박진영은 먼저 박 후보와 고 최태민 목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구속된 김해호씨와 MB 최측근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들고 나왔다.
이 후보의 최측근이 김씨에게 금풍을 제공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검찰 수사가 발단이 됐다. 박 후보측은 “이 후보측이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허위 음해하는 일을 사주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A 의원은 오랫동안 친분을 나누며 핵심 역할을 했던 인사여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MB 캠프의 도덕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이미 여러 개 준비”
김재원 공동대변인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라며 녹취록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씨와 모 대선후보, 그 핵심 측근이 의형제를 맺었고 김씨가 여의도에 사무실을 두개나 두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게 캠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서울지검은 김씨의 집과 사무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이 후보의 측근 2, 3명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후보측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의 차명재산과 관련 중요하고 구체적인 사실이 남은 기간 제기될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 사안들을 여러 개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 친박 진영이 준비중인 막판 ‘뒤집기’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김해호 파문’, MB 인사는 누구?
이명박 후보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해호씨와 관련 박근혜 후보측의 공세가 거세다. MB측 선대위의 진수희 대변인은 이와 관련 “김해호씨는 캠프 사람도 아니고 우리도 모른다”고 공식 부인했지만 박 후보측은 시시각각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박 후보측 최원영 공보특보는 “지난 6월 진 대변인은 인터넷 정치웹진 ‘엔파람’ 회원 50여명과 산행을 했는데 그 때 사진을 찍은 사람 중 한 명이 김씨”라며 “불과 50명이 수시간 동안 산행을 하고 사진을 찍고 식사까지 한 사이인데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박후보측이 한 사업가로부터 입수했다는 김씨 발언 내용 녹취록에는 “J(MB 최측근)하고 모 대선후보하고 의형제다”, “내가 김해경(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렸던) 사람”, “강남 캠프에서 컴퓨터 고수들이 교대로 돌아가며 박근혜 측과 싸우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승>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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