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대중 전대통령의 지지자 505명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 캠프에 합류했다. 최근 구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정우회’ 소속 회원들은 박 전대표 지지를 공식 선언하며 힘을 보탰다.이 모임 회장인 김원길 전의원은 “박 전대표야말로 민주화와 경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지지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는 등 한 때 DJ 그룹의 정책통으로 불렸던 김 전의원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새천년 민주당을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DJ의 사람들이 친박 진영으로 이동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함승희 전 의원의 지지선언 이후 ‘민주정우회’ 소속 회원 505명이 박 전대표 지지를 선언했다. 이 단체 회장인 김원길 전의원은 ‘선진화와 경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동서연대’라는 큰 틀이 숨겨져 있다는 평가다.
민주정우회 지지 선언 명단에는 김학주 전민주당 인권위 부위원장, 이종식 전민주당 정보통신위원장, 김창목 전민주당 교육개선부위원장, 박종문 전민주당 해양수산부위원장, 박희주 ·유지형 전전남도의회 부의장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전직 시·도의원들과 DJ의 경호원 출신도 포함돼 있지만 명단의 전면 공개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원길 전의원 총지휘
한화갑 전민주당 대표가 초대회장을 지낸 ‘민주정우회’의 박 전대표 지지 선언은 통합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범여권에도 파장을 남기고 있다. 이 단체가 “동서화합을 통한 정권재창출”을 모토로 적극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정우회’의 회원은 800여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동안 범여권의 외곽 지지세력으로 분류돼 왔다. 한 전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민주정우회 사람들이 한 전대표와 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상관없는 관계가 된 지 오래”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전대표도 “한나라당과의 연대는 호남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음이 지난 총선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며 “정책 공조는 있을 수 있지만 정치 연대는 있을 수 없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때문에 이번 민주정우회의 움직임을 DJ의 의사에 반하는 ‘반란’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이곳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전의원이 이미 친박 캠프에서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이미 빠져나갈 사람은 빠져나간 상황”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한 때 800여명에 육박했던 회원들도 지금은 250명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정치 전략에 따라 친박 진영을 택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정우회의 선택은 DJ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한-민 공조’ 부활(?)
DJ가 여러 차례 반한전선을 통한 일대일 구도를 강조해왔던 만큼 그에 대한 절대적 충성도가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이와 함께 민주당 인사들의 박 전대표 지지는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한-민 공조론’의 부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MB VS 친박, 뜨거운 ‘호남 쟁탈전’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는 대표직 재직 시절부터 ‘호남’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정성을 다하면 애정도 돌아오게 돼 있다”며 호남을 방문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일단 친박 진영은 김원길 전의원의 ‘민주정우회’ 지지 선언으로 호남에서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명박 전서울시장측은 “이미 호남 민심은 우리에게 호의적”이라며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인 박 전대표가 호남에서 올릴 수 있는 지지율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특히 MB 진영은 당내 중진 중 호남 출신인 김덕룡 의원(DR)의 MB 지지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에 대해 박 전대표측 관계자는 “김 의원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예전 DR 계보 중 상당수가 우리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경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호남 민심을 향한 양 진영의 구애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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