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4.15 총선은 여권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류세력인 친문과 비주류인 비문의 세력교체 분수령이다. 모든 건 총선 성적표에 달려 있다. 만일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주류세력인 친문의 영향력이 배가되면서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다. 특히 2022년 재집권을 위한 차기 프로세스 마련에도 청신호가 커진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비주류인 비문의 목소리는 잦아들 수밖에 없다. 주류세력인 친문우위의 국정운영이 분명해진다. 반대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가 나올 경우 상황은 다소 복잡해진다. 특히 민주당이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동안 과반 승리를 공언해온 민주당이 과반은커녕 원내 1당의 지위를 잃을 경우 주류세력인 친문 핵심의 2선 후퇴는 불가피하다. 자연스럽게 당의 주도권은 비주류인 비문세력이 쥘 수밖에 없다. 총선 압승도 참패도 아닌 다소 애매한 성적표를 쥐게 될 경우 주류·비주류간 내부 파워게임이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21대 총선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친문 주류. 비문 비주류 세력 교체 분수령
- 민주당 전체판세 우위 속 부동층·투표율·돌발악재 성패

①과반 플러스 알파시 민주당 ‘여대야소’ 정국 주도
민주당이 기대하는 최상의 성적표는 단독 과반이다. 민주당이 전국 253개 지역구 선거에서 130석 이상을 획득하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20석 가량을 얻어서 총선압승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할 나위없는 성적표다.
더구나 진보진영의 단독과반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역풍으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으며 단독 과반을 확보한 이후 만 16년만의 일이다. 민주당의 자신감은 이해찬 대표의 언급에서 잘 드러난다.
이해찬 대표는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가 무조건 제1당이 돼야 정권 재창출이 된다”며 “지역구는 아직 박빙인 지역이 많지만,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면 130석 이상 이길 것 같다. 더불어시민당 비례의석만 17석이 넘으면 제1당은 틀림없고, 어쩌면 16년 만에 과반을 넘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여야 각당의 자체분석과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종합하면 민주당 우위 구도가 뚜렷하다. 총 122석이 걸려있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의 우위는 물론 호남싹쓸이, 부산경남(PK) 선전을 통해 과반 달성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의 독주는 뚜렷하다.
한국갤럽이 10일 공개한 4월 둘째 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 44%, 통합당 23%, 정의당 6%, 국민의당 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지율 격차는 사실상 더블스코어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총선승리는 주류세력인 친문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친문핵심이 설계하고 기획한 총선전이 과반압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친문세력에 대한 국민적 재신임이다. 주류·비주류간 내부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로 수렴한다. 특히 4년 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창당 당시 비문·반문세력이 민주당 밖으로 대거 이탈한 데다 이번 총선 공천과정을 거치며 비문세력이 상당수 탈락하면서 민주당은 사실상 친문 순혈주의 정당이 됐다. 총선 압승이 현실화되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②과반 달성 실패 민주당 ‘여소야대 고전’
문제는 민주당이 과반 달성에 실패하는 경우다. 물론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인 9일 이전인 주요 언론의 판세분석은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대부분이 경합지다. 자고나면 판세가 뒤바뀌는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더구나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기관과 방범에 따라 널뛰기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막판 부동층의 향방과 투표율 변수, 돌발악재의 여파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총선판이 뒤흔들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래통합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과반 또는 원내1당으로 등극하고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의석을 합쳐서 원내 2당으로 내려앉는다면 경우의 수는 복잡해진다. 기대했던 여대야소는 물거품이 되고 본격적인 여소야대 정국이 열린다.
특히 총선 이후 주도권이 통합당으로 넘어가면서 여야간 격렬한 대립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통합당은 심재철 원내대표가 나서 총선 직전부터 문재인 대통령 탄핵 추진을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탄핵 추진이 가져올 후폭풍을 고려하면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도 있다. 다만 통합당이 정국을 주도할 경우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 등 여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개혁과제는 강력한 장애물을 만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강성 친문이 주도했던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또는 지난 연말 정국에서 4+1 협의체 정국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정의당과의 연대에 매달릴 수도 있다. 경우의 수는 여러 가지다. 민주당이 근소한 차이로 통합당에 밀리면서 원내 1당을 놓칠 경우 총선 이후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정봉주 전 의원, 손혜원 의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추진 여부는 뜨거운 감자다.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열린민주당과는 선을 그어왔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탈당은 그 어떤 명분을 붙여도 합리화하기 어렵다”며 “무엇이 노무현 정신이고 문재인 정신인지 좀 깊이 살펴봐야 한다. 참 안타깝다”며 열린민주당을 사실상 분당세력으로 성토한 바 있다.
민주당과의 열린민주당과의 관계가 불편했던 만큼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 극복을 위해 합당 추진이 가능할 지는 지켜봐야할 포인트다. 정의당과의 범여권 공조 여부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둘러싼 갈등이 너무나 심각했던 만큼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의 경우 총선 이후 민주당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독자노선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③20대 총선 의석 유지시 여권내부 권력투쟁 격화
이번 총선의 특징은 제3당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 거대 양당의 일대일 구도다. 4년 전인 20대 총선 당시 38석을 얻었던 국민의당 돌풍이 사라지면서 진보를 대표하는 민주당과 보수를 대표하는 통합당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의 이번 총선 성적표가 123석을 획득했던 20대 총선과 비슷하게 나온다면 매우 심각해진다. 사실상의 총선 참패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갤럽의 4월 둘째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7%를 기록하면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총선참패가 현실로 나타나면 여론조사의 함정이다. 밑바닥 표심은 전혀 다르다는 게 증명되기 때문이다. 기존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았던 부동층과 샤이 보수층의 광범위한 정권심판 욕구가 투표로 분출되는 경우다.
수도권 부동산가격 폭등과 소득주도성장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적 응징인 셈이다. 이는 통합당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이 10일 “이번 주말을 기해 유권자의 표심이 상당히 많이 변할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지난 3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러 정책의 과오가 덮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총선 패배면 민주당은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부 권력투쟁이 격화될 수 있다. 또 민주당의 차기전략 역시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 라이벌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누르고 지지율 30% 안팎의 독주론을 구가해왔다. 다만 본인이 출마한 종로와 관계없이 민주당 전체 성적표가 나쁠 경우 차기 도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면 코로나19 총선 정국에서 신천지에 대한 강경 기조와 긴급 재난지원금 화두 선점으로 급부상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반대급부를 누리며 또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이재명 지사의 경우 지난 2018년 6월 경기지사 지방선거를 전후로 친문 지지층과의 악연에 시달리며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코로나 총선정국을 거치며 보란 듯이 일어섰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코로나 정국에서 총선 이후를 내다보며 차근차근 차기 도전을 준비해왔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당내 기반이 약했던 박 시장을 도울 수 있는 사단이 만들어질지도 변수다.
④靑, 총선 승리 ‘탄탄대로’ vs 총선패배 ‘레임덕 위기’
청와대 역시 총선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은 총선 성적표와 직결돼 있다. 민주당이 과반 압승을 거둔다면 걱정할 게 없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압승 이후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국정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 한마디로 탄탄대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면서 경제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민주당이 의회에서 안정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개혁과제 수행을 적극적으로 지원사격할 수도 있다.
반대로 총선 패배는 집권 이후 최악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선거책임론을 둘러싼 당청갈등이 심화되면서 청와대를 정조준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위기탈출을 위해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총선패배에 따른 책임론에서 벗어나 국면전환을 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여권 내부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판세는 민주당이 유리하지만 선거는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할 수 있다. 20대 총선 역시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며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느냐가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과반 승리를 거두면 내부 권력투쟁을 최소화되면서 당정청이 강력한 단일대오를 유지하겠지만 총선참패가 현실로 드러나면 당청 갈등은 물론 주류·비주류간 권력투쟁 양상이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석 언론인>
김준석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