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돌이라 불리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8대에서는 낙선, 19대는 ‘봉도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여 옥중출마에 버금갈 정도로 자신의 지역구에 ‘나는 꼼수다’의 멤버 김용민을 대리 출마시켜 낙선시켰으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인 출신 사면복권 1호로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나섰으나 미투(Me Too)로 또다시 낙마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냉정한 잣대를 들이댄 금태섭 의원을 잡겠다며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선거구에 공천 신청을 하였으나 미투 이력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아 공천배제, 하루아침에 더불어민주당의 미운 오리새끼로 등극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정당을 참칭하는 열린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의 이야기다. 정봉주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저격수로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문제제기로 감옥살이까지 하면서 당을 위해 충성을 다했지만, 미투의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채 더불어민주당에서 쫓겨났다.
그는 지난 2월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 “국민적 눈높이와 기대라는 정무적 판단 아래 감정 처벌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통하고 서러워서 피를 토하고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었다.
또한 “당의 후속 조치를 보며 결정할 것”이라는 엄포를 잊지 않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그에게 어떠한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그는 당초 예정한 대로 공갈포로 끝나지 않고 동병상련의 위치에 있던 대통령 영부인의 친구 손혜원 의원과 열린민주당이라는 비례전용 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봉주르(bonjour), 봉도사, 미권스와 연관검색어를 찾으면 손쉽게 검색되는 정봉주 최고위원. 1960년생이니 올해가 회갑이다. 감옥에서 단련된 몸매가 예사롭지는 않지만 최근 언론에 노출되는 사진에서 그의 목을 보면 그도 나이를 먹기는 하는가 보다. 2011년 성탄절 다음 날 수많은 지지자들과 국회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구속 수감되던 그의 모습은 그 어떤 순교자보다도 당당한 모습이었다. 물론 켄싱턴에서의 모습은 별개로 정치인으로서의 정봉주와 일반인으로서의 정봉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정봉주가 대박사고를 치고 있다. 리얼미터가 조사하여 지난 2일 발표한 4.15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지지율이 25.1%, 더불어민주당의 괴뢰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지지율이 20.8%,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정당을 참칭하는 열린민주당이 14.3%를 기록했다. 미래한국당이 1위를 차지한 것보다 열린민주당이 두 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정봉주 최고위원은 사람들이 보는 각도에 따라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으로도, 얍삽한 사람으로도, 순교자로도 보일 것이다. 필자가 접해 본 정봉주는 귀여운 사람이다. 패스트트랙으로 난리를 친 다음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맹점을 가장 정확하게 인식한 정봉주가 제3-1의 길을 가도록 허락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자신이다. 정봉주는 그 길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찌 귀엽지 않을 수가!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가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도 특출나지만 무엇보다도 드라마의 전개가 예측 불가능이다. 이번 총선을 예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가능한 예측은 더불어민주당에서 하자 있는 사람들로 평가했던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탄생할 것이며, 정봉주가 단숨에 대권후보로 도약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경립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