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19禁 제한에도 신드롬…김희애 감정연기에 ‘시청률 올킬’
‘부부의 세계’ 19禁 제한에도 신드롬…김희애 감정연기에 ‘시청률 올킬’
  • 곽영미 기자
  • 입력 2020-04-03 08:25
  • 승인 2020.04.03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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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세계' 포스터 [JTBC 제공]
'부부의세계' 포스터 [JTBC 제공]

[일요서울 | 곽영미 기자] “폭력성, 선정성보다도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진짜 같아 문제였다. 이를 걸러내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치자. 가짜의 감정으로 다룰 게 아니라 진짜로 표현해보자는 생각에 6회까지 19금 편성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안방극장에서 19금을 내세우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JTBC 오리지널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연출을 맡은 모완일 PD는 ‘진짜’를 위해 좁은 길을 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방송 2회 만에 그 선택이 ‘옳은 판단’이었음을 증명해 냈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부부의 세계’는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애증 속에서 온힘을 다해 서로의 목을 조이는 부부의 치열한 세계를 밀도 있게 그려낸 이 작품은 방송 첫 주 만에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1,2회 시청률은 각각 6.3%와 10.0%(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JTBC 드라마의 대표적 히트작인 ‘스카이캐슬’과 ‘이태원 클라쓰’의 1, 2회 시청률을 뛰어넘은 성적이다. 온라인에서도 그 화제성은 독보적이다. 주요 방송사 클립 VOD를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에 유통하는 스마트미디어렙에 따르면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제한적 상황에서도 ‘부부의 세계’ 온라인 클립 누적 재생 수는 약 1500만뷰에 달한다. 드라마 회당 평균 재생 수 1위의 기록이다.

‘부부의 세계’가 빠르게 안방극장을 집어삼킬 수 있었던 건 비결로는 촘촘한 스토리, 섬세한 심리 연출, 배우들의 호연을 꼽을 수 있다. 사랑의 이면과 부부라는 관계의 본질을 꿰뚫어 내는 스토리와 빠른 전개 속 섬세한 연출은 시청자들의 자극된 감정의 흐름을 엔딩까지 이어준다.

여기에 배우들의 농밀한 연기 호흡은 가상의 스토리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그 중심은 단연 김희애였다.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 연기한 배역의 스펙트럼이 다 섞여 있는 것 같다”고 했던 캐릭터 설명처럼 김희애는 극과 극의 감정을 100%를 넘어 120%로 표현해 냈다.

극 중 가정의학 전문의이자 종합병원 부원장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지선우로 분한 그는 초반 머리카락 한 올에서 시작된 불안과 의심을 시작으로 진실을 확인하고 싶지만 누구보다 의심이 거짓이길 바라는 복잡한 내면을 촘촘하게 풀어냈다. 이어 남편의 배신을 알게 된 후에는 아내로서의 충격, 분노, 상실감 등의 소용돌이치는 감정 변화를 섬세히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극대화시켰다. 또 기회를 준 남편의 기만에 혼란스러운 감정을 한순간 잠재우고 차갑게 복수를 다짐하는 김희애의 연기는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했다.

‘불륜’이라는 막장 소재의 드라마는 욕을 먹는 만큼 시청률이 비례하기 마련이다. 포털사이트 ‘부부의 세계’ 톡 게시판에는 벌써 10만개 이상의 댓글이 남겨져 있다. 댓글은 배신에 대한 분노와 배우들을 향한 연기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원작 ‘닥터 포스터’가 방영됐던 BBC의 스튜디오 프로듀서 찰스 해리슨도 “이 작품의 성공은 김희애 캐스팅에 있는 것 같다. 탁월한 연기로 자신의 세계가 거짓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 한 여성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내며, 최고 반전의 엔딩까지 이끌어갔다. 특히 냉담함과 따뜻함의 균형을 잡는 연기력이 압권이었다”고 김희애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부부의 세계’ 속 김희애의 소름 돋는 연기의 원천은 폭 넒은 필모그래피에 있다. 37년차 배우인 그는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 후 수십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 다채로운 캐릭터를 맡아 끊임없는 도전을 시도해 왔다. ‘불륜’ 역시 그에게는 어색한 소재가 아니다. 김희애는 ‘내 남자의 여자’(2007) ‘아내의 자격’(2012) ‘밀회’(2014)를 통해서도 ‘불륜’ 이야기를 그려냈다. 특히 김희애판 ‘불륜’ 드라마는 막장 소재임에도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더해져 시청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받아왔다.

곽영미 기자 kwa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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