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 11명은 1인2표 투표를 통해 9명의 공천신청자 가운데 4명의 1차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이흥주 전특보를 탈락시켰다. 이 전특보는 전체 22표 가운데 2표밖에 얻지 못해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화요일에 벌어진 ‘대반란’
이 전특보의 1차 탈락은 본인뿐만 아니라 이회창 전총재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사실 이 전총재는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한나라당에 이 전특보의 ‘공천 배려’ 시그널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허태열 사무총장을 이 전총재가 직접 만나 배려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전총재는 자신의 측근인 부산의 모 의원을 통해 박근혜 전대표에게까지 이 전특보의 지지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2차 후보군에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이흥주 전특보 역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1차에서 탈락은 자신도 전혀 예상못했다는 설명이다.이 전특보는 기자와 통화에서 “그런 결정이 있을 수 있나 충격적이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그는 “나도 그렇지만 이 전총재도 아무 말씀은 안하시지만 상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전대표 전화뿐만 아니라 누구의 전화나 방문도 받지 않고 있다”고 섭섭한 심경을 전했다.
이 전총재의 또 다른 측근은 “당에서 결정한 것으로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도 “박근혜 대표가 전대표라고 해도 영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라고 섭섭한 반응을 보였다.사실 송파는 이 전총재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이 전특보가 공천만 됐다면 배지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이 전특보와 이 전총재의 관계도 각별하다. 이 전총재가 국무총리로 있을 때 비서실장을 지냈고 2002년 대선 때 이 전총재의 행정특보로 활동했다. 그 이후에도 이 전총재의 ‘입’역할을 하며 곁을 떠나지 않은 측근중의 측근이다.공천심사위원회에 참석한 한 위원도 1차 투표에 이 전특보가 탈락하자 직접 투표를 한 공천심사위원 모두 놀랐다고 실토했다. 공심위원들도 ‘설마…’했다는 것이다.
당, ‘창 어두운 그림자’ 부담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 전특보의 탈락이 맞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었다고 전했다.익명을 요구한 그는 “사실 공심위를 통해 이 전총재의 얘기를 전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들은 ‘창과 함께 고생하지 않았느냐’, ‘당에 기여도나 충성도를 인정해 달라’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창의 ‘뜻’이라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나아가 그는 중앙당에서는 이 전총재의 대선패배, 차떼기 정당 등 어두운 그림자가 당의 미래에 부담이 됐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는 “솔직히 창 그림자처럼 여겨지는 이 전특보가 된다면 옛날 상황하고 연관지어 국민들이 생각할 게 분명하다”며 “이는 당의 미래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탈락 배경을 설명했다. 한 마디로 차기 대선에서 이 전총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한몫했다는 것이다.그는 “결과적으로 이 전총재가 섭섭한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두번이나 대선후보를 지냈고 총재를 지내신 큰 정치인”이라며 “일개 국회의원 한 자리를 가지고 연연해하실 분이 아니다”라고 띄우기도 했다.
박근혜 ‘창 결별수순’?
한편 당내 일각에서는 박 전대표와 한나라당이 이 전총재와의 결별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이다.차기 대선후보군에서도 수위를 유지하고 당 지지도 50%대를 육박하는 지금, 과거의 인물을 끌어안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또 차기 대선에서 ‘이회창 역할론’이 당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조기 차단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좌파정권의 재집권 저지를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느니 지난 지방선거에선 측근 지원을 하는 등 정치적 재개 의혹을 받은 이 전총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점 때문에 이 전총재측의 섭섭함이 더 크다는 말도 나왔다. 이 전총재측에서는 ‘정치적 재개나 당 복귀 의사도 없는데 당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다.반박진영의 한 인사도 “박 전대표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인기가 올라가고 대선후보로서의 자신감이 한나라당내 과거 인물들과 단절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 관심 모았던 강삼재·허준영 ‘공천 탈락’
한나라당 7·26재보선 공천결과가 드러났다. 관심을 모았던 마산갑의 강삼재 전 사무총장과 성북을의 허준영 전경찰청장은 공천 최종단계에서 낙마했다. 하지만 공천에서 떨어진 두 인사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강 전총장은 30일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그토록 끝까지 지키고 싶었고 지켜왔던 한나라당으로부터 내침을 당했다”며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내달 치러질 재보궐선거에는 불출마하지만 이후 정치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탈당하면서 강 전총장은 한나라당의 이번 결정에 대해 “당이 새롭게 시작하려는 나에게 철저한 배신의 칼을 꽂았다”며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강 전총장은 강재섭 전원내대표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과거 인물’이라는 점이 공천받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5선의 강 전 총장이 당에 들어올 경우 당내 6선으로 당내 최고 중진이라는 점도 부담스러웠다는 후문이다. 강 전총장의 한 측근은 “당분간 총장님은 쉬면서 정국을 관망할 것”이라며 “향후 정계개편 등 큰 그림속에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S의 심복인 강 전총장의 탈당으로 향후 YS와 한나라당 관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지 주목되고 있다.한편 공천 탈락한 허준영 전경찰청장은 강 전총장과 다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모았다. 허 전총장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당의 공천심사 결과에 대해 겸손한 마음으로 승복하겠다”고 밝혔다.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 전청장이 여당이 아닌 야당을 선택해 여권으로부터 경찰 조직에 대한 반경찰 정서가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허 전청장은 참여정부에서 경찰총수를 지낸 인사를 야당 후보로 내세운다는 것이 점이 약점으로 작용, 최종 탈락했다.한나라당은 강 전총장과 허 전청장 대신 이주영 전의원과 최수영 당원협의회위원장을 각각 공천했다. 이밖에 중앙당은 부천 소사에 차명진 김문수 경기도지사 전보좌관, 서울 송파갑에는 정인봉 전의원을 공천했다. <준>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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