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정부산하기관 경영혁신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 산하기관의 예산 낭비와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불필요한 국내외 지사를 쓸데없이 운영하는가 하면 인사 청탁을 받고 특별 채용을 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납품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노조 집행부 등에 향응을 제공하거나 간부 개인용도로 사용한 ‘간 큰 조직’도 적발됐다.
# 사례 1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기관홍보용 달력, 쇼핑백 등 29건의 계약을 긴급발주를 이유로 S종합 인쇄와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시험원은 미리 계약 내용보다 적은 수량을 납품받고 차액을 되돌려 받기로 공모해 총 24회에 걸쳐 1억5400만원을 돌려 받는 등 1억857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비자금 중 1억2700만원은 노동조합 집행부 등에 향응을 제공하는데 사용했으며 5700만원은 간부(모 실장)의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 사례 2
한국전기안전공사는 2003년 1월부터 2005년 말까지 사장과 처장 등의 간부들이 지인들로부터 자녀 등을 직원으로 채용해 달라는 인사청탁을 받고 형식적인 심의절차를 거쳐 채용하는 등 부당하게 16명을 신규 직원으로 채용했다.
충북의 6급 직원 A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공개경쟁고시에 응시했으나 모두 서류에서 불합격했고 2004년에는 연령으로 인해 공개 채용 기준에도 미달했다.
하지만 전직 기획조정처장이 A씨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인사노무팀장에게 부탁해 2004년 2월 신규 직원으로 임용됐다.
일반 사기업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정부 산하기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부터 두 달간 67명의 인력을 투입해 정부 산하기관의 현장 확인 감사를 실시했고 지난 달 감사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대상 기관은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총 95개의 정부산하기관이었으며 예산 집행, 조직·인력관리, 계약관리 및 복지 후생 등 업무 전반에 걸쳐 총 115건의 위법, 부당사례도 지적했다.
수의 계약과 비자금 조성, 노조 간부들에 대한 향응 등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기술시험원 관계자는 “비자금은 대략 4년간에 걸쳐 사용된 것 같다. 현재 관계자들은 전원 징계를 받았으며 사용된 금액도 전액 환수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관기관과의 업무 협조에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업무추진비’도 곳곳에서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음이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한지적공사 모 본부장은 2004년 1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공사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면서 고향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계산한 것을 ‘퇴직 직원 접대’로 바꿔 회계팀에 제출하는 등 65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또 다른 모 본부장도 2004년 10월 말부터 2006년 3월 말까지 비슷한 방법으로 업무추진비 85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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