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이명박 전서울시장)의 독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한 때 25% 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최대 4%포인트까지 좁혀지면서 ‘박빙의 승부’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물론,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한 각 언론사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내부에선 대체로 7% 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양자간 지지율이 좁혀졌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대선 예비주자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탓이다. 경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6월 초부터 도덕성과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전시장과 관련 ‘위장전입’, ‘BBK 연루설’, ‘수천억 재산 논란’ 등은 지지율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상대적으로 검증국면에서 피해를 적게 받은 박 전대표는 이번 기회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을 태세다. 당내 일각에선 이미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주에서 시작된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에서 박근혜 전대표는 상대적으로 이명박 전시장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부운하와 관련, 이 전시장이 다소 ‘궁색한’ 홍보를 했다는 점이 ‘마이너스’가 됐다. 특히, 박 전대표와 함께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후보 등의 경쟁자들이 일제히 선두주자인 이 전시장을 공격하는 모양
새가 연출됐던 것.
도덕성 검증에서도 이 전시장은 ‘스타일’을 구겼다.
이명박측 ‘6월 위기’ 극복 여부 관건
강남 일대에서 10여 차례 이상 주소지를 옮기는 등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져, 이 전시장이 직접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상황까지 갔다. 참여정부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여 낙마한 전례가 있다.
BBK 사기사건 연루 의혹은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계속 커져갔다. 여기에 수천억대 부동산 소유설은 일반 서민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결국, 이 전시장의 지지율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진행된 파상적인 검증 공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박 전대표도 정수장학회, 영남대 재단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그러자,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가 서둘러 중간발표를 하고 진화에 나섰다.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와 관련된 의혹은 대부분 ‘근거가 없다’면서 말이다. 범여권까지 가세한 의혹 부풀리기를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취지였지만, 국민들의 의혹어린 시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혹평이다.
지지율 격차가 줄면서 이명박 진영이 다급해졌다.
캠프 내부에서 “6월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 그렇지만 앞으로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내 주요 언론사 등에서 BBK와 관련, 사기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김경준씨 재판기록을 통째로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김경준씨 사건의 재판기록을 가져가기 위해 이미 기자 등 8명 이상의 사람들이 다녀갔다”면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재판기록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관련 내용은 조만간 언론을 통해 보도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박근혜 진영은 상승세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현상황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 가겠다는 전략이다.
박 전대표측 관계자는 “아직 우리가 역전을 한 것은 아니다. 적게는 3%에서 많게는 10% 초반까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러나, 결국 박 전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박근혜측 “역전 가능하다”
박근혜 캠프 자체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근거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흔들림 없이 원칙을 고수해온 박 전대표의 장점이 서서히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또,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의 지지율과 검증 중간의 지지율은 현격이 다르다고 말한다. 향후 검증이 지속될수록 이 전시장의 지지율이 더 추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 전대표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도 승리의 요건 중 하나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2004년 총선을 비롯, 한나라당이 위기상황에 놓였을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주역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번 경선에서도 박 전대표의 이른바 ‘선풍’(選風)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긍정적 해석이다.
박근혜 캠프 이정현 공보특보는 “우리는 바깥에서 말하는 것처럼 비장의 카드라든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그렇지만, 박 전대표는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지금까지 왔다. 결국, 경선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전시장측은 그러나, 현재 ‘스코어’가 최저점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주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했지만, 이번 주 들어 다시 반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다시 10~12% 포인트 이상의 지정율 격차가 나고 있다는 것.
캠프 관계자는 “지지율이 다시 벌어지는 것은 박근혜 캠프도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박 전대표측에서 자꾸만 자체 조사한 데이터를 흘리면서 물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 (검증 관련) 나올 것은 전부 나왔다고 본다”며 “설사 전혀 새로운 내용이 나온다 해도 정면돌파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시장측은 오히려 친박 인사들이 지역구 간담회 자리를 빌려 근거없는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네거티브 공세’ 중단을 촉구했다.
동시에 접전 양상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Y언론사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 고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진영은 오는 28일 서울에서 열리는 정책비전대회가 경선 중반을 정리하는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덕성 검증과 함께, 정책 검증이 최고점에 달하는 시점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대표가 여러 측면에서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역전된 것은 아니다”면서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분석했다.
28일 정책비전대회 최대 ‘승부처’
하지만, 범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 전시장의 지지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BBK 사건과 관련된 추가 의혹보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범여권 일각에서 폭발력이 강한 새로운 의혹을 인지했다는 말도 나온다. 또, 상대적으로 호남쪽 지지율이 높은 이 전시장 입장에선 범여권 주자들의 전열 정비와 동시에 지지율 하락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한나라당 경선은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BBK 김경준씨 재판기록 분석중
BBK 사기사건의 핵심인 김경준씨의 미국 법원 재판기록이 ‘통째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연방법원에서 관련 기록을 넘겨받은 사람은 8명이 넘는다. 미국은 재판관련 기록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문제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미국 연방법원에 계류 중이며, 1심 재판에선 본국 송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 소식통은 “미국 연방법원을 다녀간 기자가 여러 명 있다고 들었다”며 “이들이 방대한 분량의 재판기록을 입수해 한국에서 분석중인 것으로 안다. 새로운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재판 기록은 수천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영문으로 기록돼 있어 번역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당국 한 관계자도 “일부 언론사에서 재판기록 전체를 가져와 분석 중인데, 내주에 관련 기사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 재판 기록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느냐’가 관건이다. 1심 판결문에서처럼 ‘이명박’이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사 초기 단계부
터 자료가 누적돼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올 개연성도 없지 않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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