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대정치권 발언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기자실 통폐합을 둘러싼 언론과의 전쟁도 그 끝을 모른 채 벼랑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청와대의 이런 강경 움직임은 레임덕 방지와 노 대통령 퇴임 이후의 정국까지 고려한 ‘양수겸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노 대통령의 친위대로 불리는 ‘참여정부 평가포럼’(약칭 참평포럼)도 전국 각지에 지역 조직을 출범시키며 점차 정치세력화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지지조직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약칭 노사모)도 2007년판 ‘1219’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노사모’가 다시 결집하고 있다.
노 대통령을 호위하는 세력으로 ‘참평 포럼’이 새롭게 등장한 가운데 ‘노사모’가 오는 중순 정기총회를 가질 계획이어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최근 정치권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고 있다. 탈당을 준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의장을 겨냥하는가 하면 ‘참평 포럼’ 주최의 강연 자리에서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좀 끔찍하다”고 열변을 토해 한나라당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참평포럼’은 4월 말 출범 당시 600여명이었던 회원이 한달 남짓한 사이 1500여명 가까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지역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참평’도 ‘노사모’의 한 갈래
하지만, ‘참평포럼’의 한계점 또한 명확하다. 회원의 일부가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대중적 조직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노사모’의 재결집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인사는 “참평포럼 또한 노사모의 한 갈래라고 볼 수 있다”면서 “노사모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파급력 또한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0년 6월 창립한 ‘노사모’는 2002년 대선과 2004년 탄핵 정국 과정에서 10만명의 회원으로 확대됐다. 30, 40대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새로운 인터넷 정치 문화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중 일부는 개혁당과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뛰어들었지만 대다수는 일선 정치와 한 발 거리를 두고 자기발전을 추구해 왔었다.
이에 반해 ‘참평포럼’은 자발적 조직이라 하지만 이병완 대표와 안희정 상임집행위원장 등 주요 핵심 인사들이 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다. 지역 조직 역시 인위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향후 정국에서 힘을 얻기 위해선 ‘노사모’의 도움이 절실하다. 최근 들어 ‘노사모’와 ‘참평포럼’에는 노 대통령 개인이 아닌 이른바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노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던 정치 개혁, 지역감정 철폐 등의 구호가 이번 대선 정국에서도 재등장할 것이라는 게 열린우리당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노사모’를 중심으로 노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제2의 노무현 만들기’도 총회 화두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상당수는 예비군”
최근 총회 준비에 한창인 ‘노사모’ 홈페이지에는 노 대통령이 과거 ‘노사모’ 홈페이지에 남겼던 글이 공지돼 있다.
2001년 남긴 메모에서 노 대통령은 “여러분의 소망을 저버릴 때 국민들도 저를 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가 어디에 있어도 곁에 노사모가 있다는 바른 마음으로 살겠다”고 애정을 표시했다.
심우재 노혜경 전대표를 비롯 ,김병천 대표 등이 준비하고 있는 이번 ‘노사모’ 전국총회는 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으로 열리는 데다 대선정국을 앞두고 개최될 예정이어서 재결집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 또한 ‘참평포럼’ 강연에서 “민주주의의 장래는 노사모에 있다”며 “사람을 모아 보자”고 격려성 멘트를 남긴 바 있다. 노사모는 이번 총회 과정에서 ‘노사모 그순간 사진전’, ‘노 대통령에게 편지 보내기’, 과거 동영상 상영 등의 이벤트를 통해 노 대통령 지지세력을 다시 불러모을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총회는 최소 200명에서 최대 1500명까지 모였는데 주최측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많은 수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사모 관계자는 “우리 모임은 단순히 누구를 대통령 만들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며 “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정치에서 손을 놓지 않겠다고 한 만큼 우리도 미래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대선 정국 참여나 현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세간의 예상을 부인하면서도 “탄핵 정국에서도 볼 수 있듯 예비군 성격의 회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의 고정 지지율이 20% 안팎임을 감안하면 대선 정국과 같은 격랑의 시기에는 최대 5만명 정도까지 모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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