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로 발목 잡힌 ‘MB호’ 진퇴양난
운하로 발목 잡힌 ‘MB호’ 진퇴양난
  • 김대현 
  • 입력 2007-06-13 10:37
  • 승인 2007.06.13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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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경부운하 ‘독인가 약인가’ >

한나라당 예비 대선주자간 정책공방이 경선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내세운 ‘경부운하’ 공약은 경제적 가치, 환경 문제, 지형적 상황 등에 있어서 타당성이 없다는 주장이 경쟁주자들로부터 쏟아져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지난 5월 29일 광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에서 박근혜 전대표, 홍준표·원희룡·고진화 의원 등 경선 참여 후보들은 경부운하 건설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이 전시장을 몰아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전시장은 제대로 정리된 논리를 펴지 못하고 질문에 답하기 급급한 모양새였다. ‘4 : 1’의 일방적인 논쟁에서 뒤로 밀린 이 전시장은 대운하 건설의 경제적, 기술적 가치를 뒤로 한 채 관광인프라 구축 등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광경이 연출된 것. 이후 이명박 진영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경부운하 공약이 과연 이 전시장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명박 진영’ 일부 참모진 사이에서 경부운하의 비중을 줄이거나, 방법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용산캠프에서는 경부운하의 대응 일체를 통일하기 위해 관련 내용의 ‘교육’을 강화하는 등 부산한 모습이다. 이 전시장의 대표적인 공약인 운하에 대해 준비가 미흡했던지, 아니면 운하 건설에 비판적인 입장의 주장이 옳았던지 둘 중의 하나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뒤늦게 ‘운하’ 교육 나선 MB진영

용산캠프 한 관계자는 “경부운하는 공고하게 추진할 공약사항”이라며 “한동안 내부 견해가 좀 엇갈리기는 했지만 박승환 의원 등 주축이 나서 관련 내용을 정리해 교육자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판적 시각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캠프 중진급 의원 A씨는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경부운하의 구체적인 컨셉트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 내부 이견을 노출했다.

그는 “우리 실정에서의 운하는 내륙을 관통하고 있는 유럽의 운하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관광과 개발 등의 새로운 비전과 연결한다는 식의 유
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정책비전대회와 관련, “이 전시장이 4:1의 일방적인 공격을 당했다손 치더라도 이를 예상치 못한 전략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면서 “출발부
터 컨셉트를 잘못 잡아 그렇게 된 것”이라고 솔직한 관전평을 전했다.

경부운하의 문제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이 전시장의 대표적 공약이 됐기 때문에 향후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그의 대권 향배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경부운하 때리기’는 3면이 바다인 한국의 지형 상, 우려감이 더 크다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정치권 주변 관계자들은 대체로 “부산과 서울을 잇기 위해 내륙에 운하를 개발하려면 차라리 인천항에서 부산항으로 뱃길을 이용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또, 경제적 가치를 따지기보다 환경파괴적인 악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부운하는 청계천과 같이 복개된 수로를 과거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반면, 이 전시장측은 오히려 보다 과감한 비전 제시로 현상황을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캠프 일각에선 “경부운하를 평양 등지까지 연결하는 식으로 정책을 확대해 지엽적인 논란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경부운하가 계속해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전시장이 의제를 선점해 나간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 반대로 경부운하의 문제점이 계속해서 거론될 경우 대선가도에 치명적인 ‘독’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려감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요인으론,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반대논리 개발을 꼽을 수 있다.


정부차원서 조직적인 ‘공격’

특히, 참여정부는 경부운하의 실효성 등에 대한 검토를 관련 기관에 주문해 그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본선에 이 전시장이 진출한다고 할지라도, 집권 세력의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비판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대선에서 ‘신행정수도’라는 꽃놀이패를 쥐고 정권을 잡은 세력과 경부운하라는 새로운 ‘패’를 던진 유력후보간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이명박 방미 일정 불발된 사연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간 미국 방문을 추진했으나, 돌연 방미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시장측은 방미 일정 연기가 검증공방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접촉기로 한 고위 관계자와의 일정이 잡히지 않아 방미일정 자체가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이 전시장은 이번 방미에 각별히 신경을 써 왔다. 특히, 출입기자들에게 ‘엠바고’를 요청할 정도로 미국측 인사와의 접견에 각별한 배려를 했다. 캠프 내 관계자는 “라이스 국무장관과의 면담은 일정이 조율됐지만, 그 윗선과의 스케줄이 결국 맞춰지지 않아 방미일정을 연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전시장이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역량을 드러내기 위해 극비리에 추진됐던 ‘이명박-부시’ 회동이 무산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진영은 이번 방미 일정 연기와 관련, 구체적인 내막을 소개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 전시장측은 최근 방한한 세이크 모하메드 UAE 총리와의 청계천 회동이 성사 직전에 무산되자, 정부차원의 ‘방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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